고액 후원금 기부자 알고 보니 ‘우리가 남이가’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08.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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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 후원자는 대부분 정수장학회와 ‘박정희 정권’ 인맥이다. 이상득 전국회부의장은 전국적 인맥, 정두언 의원은 젊은 기업인들로 채워져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매년 정치인들이 받는 후원금의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누가 얼마나 많은 후원금을 거두어들였는지는 정치인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은 3백만원 이상의 금액을 후원한 이른바 ‘고액 후원금 기부자’ 명단에 한해서만 정보 공개 요구 신청이 있을 경우 개별적으로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권력과 ‘검은 돈’의 유착 관계를 끊는다는 명분을 지닌 이 제도가 후원자들의 신상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한 당초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정치 후원금 제도의 개정 필요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부금 공개 기준을 더 낮춰야 하고, 공개 방식 역시 일일이 자료 공개 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선관위에서 일괄적으로 다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후원자의 신상을 고의로 누락시키거나 오기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앙선관위에 이 자료의 공개를 요청했다. 중앙선관위가 보내온 명단에는 이번 18대 총선에 출마한 4백91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및 후보자에게 올 연초부터 4월 말까지 3백만원 초과 후원금을 낸 2천4백75명의 후원자 명단이 포함되어 있다. <시사저널>은 2천여 명이 넘는 고액 기부자의 면면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그 결과, 정치인의 숨겨진 인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아직 정착되지 않은 후원금 제도의 허점도 여러 군데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돈의 흐름은 시류에 민감하다. 이번에 공개된 ‘고액 후원금 기부자’ 명단 역시 그런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거대 여당 한나라당의 위세는 실로 대단했다. 총 1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거두어들인 정치인 12명은 모두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실세’로 불리는 주요 계파의 보스들은 최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이른바 ‘빅 3’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정두언 의원 등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친이계’와 ‘친박계’로 크게 양분되어 있고, 친이계는 다시 ‘이상득계’ ‘이재오계’ ‘정두언계’ 등으로 나뉘어서 언론에 자주 그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재오 전 의원은 총선 낙선과 함께 미국행을 택하며 현재 자리를 비운 상태이고, 이 전 부의장과 정의원은 각각 친이계의 원로파와 소장파를 대표하고 있다.

‘친박’계의 보스일 뿐만 아니라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대표는 모두 35명의 후원자로부터 총 1억7천6백만원을 기부받았다. 고액 기부금 후원자의 면면을 보면 뚜렷한 특징이 나타난다. 바로 정수장학회와 ‘박정희 정권’ 인맥이다.

박 전 대표에게 정수장학회는 역시 최대의 인적·물적 자산임이 이번 명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수장학회는 박 전 대표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이사장직을 맡은 바 있다. 박정희 정권의 ‘5.16 장학회’ 유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2005년 2월 ‘강탈’ 논란에 휩싸이자 박 전 대표가 스스로 이사장직을 물러났었다.

박근혜 전 대표, 35명 후원자가 1억7천6백만원 기부

그 뒤를 이은 인물이 최필립 현 이사장(81)이다. 그는 지난 1970년대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공보비서관을 맡으며 당시 실질적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박 전 대표를 측근에서 보좌한 인물이었다. 최이사장이 선임되자 여론은 “사실상 대리인을 내세운 것일 뿐, 실질적인 소유주는 여전히 박 전 대표다”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박 전 대표측은 “최이사장과 본인과는 전혀 별개이며, 따라서 이제 정수장학회와도 공식적으로 아무 관계에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수장학회와 박 전 대표의 끈끈한 연결 고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존재하고 있다.

최이사장은 자신의 명의로 5백만원을 기부했다. 5백만원은 개인 한도 내에서 1회에 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직업란에는 ‘경영인, 장학재단이사장(대현농수산)’으로 기재해 애써 정수장학회를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주부 이 아무개씨(77)로 기재된 또 다른 기부자는 최이사장의 부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역시 또 다른 기부자들인 회사원 최 아무개씨(46), 의사 최 아무개씨(45), 주부 최 아무개씨(44) 등은 모두 그의 세 자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최이사장은 자신의 전 가족을 동원해서 모두 2천5백만원을 박 전 대표에게 기부한 셈이다.

박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 인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삼천 전(주)방림 상무(60)는 현재 ‘상청회’ 회장을 맡고 있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의 장학생 출신들이 만든 모임으로 전국적으로 수만 명의 회원을 두고 끈끈한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기춘·현경대 전 의원 등이 회장을 거쳐가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주요 외곽 인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창원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68) 역시 정수장학회 인맥이다. 그는 최근까지정수장학회 사무처장을 거쳐 이사를 지냈다.

박정희 정권 고위 관료 출신들도 여전히 박 전 대표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박 전 대표 후원자들 가운데 70대 이상의 고령자가 특히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박태준 전 국무총리다. 포스코 명예회장인 그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박 전 대통령 사후 박 전 대표 형제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진 전 문화공보부장관(78)은 부인 한 아무개씨(75)와 함께 각각 5백만원씩 총 1천만원을 기부했다. 김 전 장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1970년부터 1979년까지 10년간 청와대 공보비서관과 문화공보부장관을 역임했다. 90대의 고령인 선우종원 변호사는 당대의 공안 검사로 이름을 떨쳤고, 국회 사무총장이 되어 지금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신축을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이 인연으로 무궁화사랑운동본부 총재, 새물결희망연대 상임고문 등을 맡으며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원로 역할을 맡고 있다.

대구 지역 기업인인 조종호 전 극동버스 대표이사(79)는 박정희 정권에서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을 지낸 바 있다. 정도철 상신브레이크 대표이사(75) 또한 대구에 기반을 둔 사업가다. 이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71)은 11, 12대 민정당 의원과 15대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고, 노태우 정권에서 과학기술부장관을 역임했다. 경북 안동에서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류돈우 전 의원은 3~5공 정권에서 주택은행장·수출입은행장 등을 거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매년 정치인들이 받는 후원금의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3백만원 이상의 고액 후원금 기부자 명단은 정보 공개 요구 신청이 있을 경우에만 개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은희만씨(73)는 인기 가수로 활동 중인 은지원의 부친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누나인 박귀희 여사의 아들이다. 즉 박 전 대표와는 고종사촌지간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인연으로 은지원은 한때 박 전 대표의 친인척 인맥에서 사촌조카로 자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육만수 (주)청학산업 회장(61)은 고 육영수 여사의 문중인 옥천 육씨 대종회 회장을 맡고 있다. 1993년 초대 서울 양천구의회 의장을 지냈고, 지난 4월 총선 때 경북 상주에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한 바 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호남 지역 후원자들도 많아

이상진 서경대 초빙교수(65)는 지난 4월 총선 때 서울 마포 을에 공천 신청을 냈으나 탈락했다. 그는 지난해 박근혜 캠프에서 민원행정실장을 맡았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한강포럼’ 창립 회원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신영균 한나라당 상임고문(81)은 영화배우 출신으로 15, 16대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당내 경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며 박 전 대표측과 대립적인 위치에 선 바 있다.

조백제 서울디지털대학 총장(71)이 고액 기부자 명단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만하다. 서울디지털대학은 지난 2006년 학내 비리로 황인태 전 부총장이 교육부로부터 중징계를 당하면서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재단과 맞서고 있는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문제는 황 전 부총재가 박 전 대표의 특보 출신이라는 점과 ‘친박’ 원로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 대학의 이사로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이 대학의 학내 분규에 박 전 대표가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또한 조총장은 기부자 주소란에 ‘서울디지털대학’이 아닌 ‘한국디지털대학’으로 기재해놓고 있다. 두 학교는 엄연히 다른 학교여서 단순 착오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54)도 주목해볼 만하다. 그는 2006년 이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황제 테니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씨의 주가 조작 사건에도 간여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지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대신 가족의 이름으로 기부한 사례도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이다. 부친 박규태씨(82)와 부인 백 아무개씨(50) 이름으로 각각 5백만원씩 1천만원을 후원했다. 박시장과 박 전 대표의 인연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인 허태열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역시 전국구 인맥을 자랑한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포항은 물론이고 호남 지역 후원자들도 많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주영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63)이다. 그는 아들 주 아무개씨(38)와 함께 각각 5백만원씩 총 1천만원을 후원했다. 주회장은 “이 전 부의장과는 개인적으로 오랜 친분을 갖고 있다. 지역을 떠나서 대단히 존경하는 어른이요, 정치인이다”라고 후원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는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그동안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대세론이 확산되자 한나라당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역의 한 인사는 “아마도 한나라당 호남 몫의 지분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전남 진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업체인 고려조선(주)의 채대훈 이사(70)도 후원자 명단에 올라 있다. 류재필 유진그룹 명예회장(75) 또한 전남 영암 출신의 호남 기업인이다. 그는 최근 회사 경영을 장남 유경선 회장에게 맡기고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이번에 17년 동안 맡아왔던 레미콘협회장 자리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 명예회장은 최근 광운대 인수 의사를 적극 타진하는 등 대학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등 경북 출신의 재계 인맥도 풍부하다. 손진우 (주)삼융화선 대표(74)는 이 전 부의장과 포항 동지중·동지상고 동기동창이다. 그는 70대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서울 강북 갑에 공천 신청을 내기도 했다. 농기계 생산 업체인 (주)경일의 김상일 회장(73) 역시 포항 출신의 기업인이다. 황호진 유성화학공업 사장(45)은 이 회사의 송민교 이사(44)와 함께 각각 5백만원씩을 후원금으로 냈다.

강원도 원주에 주소지를 둔 중소기업이 이 전 부의장에게 총 1천만원을 후원한 배경 역시 이 회사의 창업주인 고 황홍식 회장이 경북 포항 출신이라는 인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홍식 금복주(주) 회장(81)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북경제인협회장을 지내는 등 지역 기업인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서갑수 한국기술투자(주) 회장(63) 역시 포항 출신의 기업인이다. ‘벤처 캐피탈의 대부’로 불리는 서회장은 2002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사면을 받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오는 과정에서 지난해 특별사면을 받기 위한 로비설이 불거지는 등 구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정두언 의원은 기부자 가운데 17명이 기업 대표이사

성하현 아산테크노벨리 부회장(69)은 서울대 상대 후배다.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51)은 현대가 인맥으로 분류될 만하다. 정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정회장은 이 전 부의장 외에도 여러 명의 의원에게 기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 당시 현역 의원으로는 시각장애인이었던 정화원 전 의원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조명구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55)는 지난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 을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낙천한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그는 현재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공모에 후보자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의장의 후원자 인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임정평 단국대 법학부 명예교수(68)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부인 나 아무개씨(65)와 두 자녀까지 모두 동원해서 이 전 부의장에게 각각 5백만원씩 총 2천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확인 결과, 두 사람간의 끈끈한 연결고리는 소망교회였다. 임교수는 “이상득 장로님과는 소망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했고, 이번 선거를 맞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기꺼이 돕고 싶었다”고 밝혔다.

당내 소장파의 리더격인 정두언 의원의 경우 후원자 그룹 역시 상대적으로 젊은 기업인들로 채워져 있다. 23명의 고액 후원금 기부자 가운데 무려 17명이 기업체의 대표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나 이름이 크게 알려진 기업보다는 벤처 성격의 중소기업들이 많았다. CEO들 역시 대부분 40~50대 위주였다. 그중에서는 경기고-서울대 출신으로 이어지는 학연도 꽤 있었다. 한영철(51) 프라임모터 대표가 그 대표적인 인사로 정의원의 고교 대학 1년 후배다. 장희순 맥투자자문 대표이사(48)도 서울대 후배가 된다.

대개의 경우 기부자들은 신상 기재 란에 자신의 업체명을 밝히고 있지만, 정의원 후원자의 경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인사들이 대부분이어서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정의원을 후원하고 있는 CEO들의 면면을 보면 문성주 (주)나라컨트롤 대표이사(55), 박석준 (주)엔그루 대표이사(56), 김주연 한국바이오기술투자 대표이사(42), 최동규 (주)SJ공영 회장(50), 이종칠 창익기계공업(주) 대표(57), 김형달 튜브인베이트먼트 대표(48) 등이다. 그나마 다른 후원자들은 업체명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서울 지역 한 엔지니어링업체의 대표인 이 아무개씨(45)는 “(정두언) 형과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로 동문 후배다. 아무래도 실세 정치인이니까 나 말고도 여러 명이 후원했을 법한데, 워낙 재미있고 동료 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좋아서 그냥 한 것이니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라고 밝혔다.

일부 고액 후원자, 불쾌하다며 응답 거부하기도

역시 서울 지역 한 건설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황 아무개씨(63)는 “우리 지역구 의원이고, 동문 후배이기도 하다. 지역 발전과 건설을 위해 많이 애쓰고 해서 후원한 것이지, 특별히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여성 CEO는 “후원자들을 이렇게 일일이 확인하면 정치 후원금의 당초 취지를 왜곡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고액 후원자의 경우 유권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토록 되어 있다는 취지를 설명해도 대답을 거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의원의 다양한 재계 인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65)이다. 후원자 명부에는 (재)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이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이며,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 대선 때에도 이대통령 캠프에 1천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그가 이제 이대통령을 대신해서 S라인의 새 좌장이 된 정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민 셈이다. 이강덕 서울택시운송조합 이사장(62) 역시 엄밀히 말하면 이대통령 인맥이다. 이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 교통 정책으로 잦은 독대를 했고 지난해 선거 때도 정책특보를 맡아 택시 기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남영우 전 NH투자증권 대표이사(60)도 3월27일자로 정의원에게 5백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대표이사직의 연임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명박 정부는 지난 5월 장회동 전 흥국증권 대표를 새롭게 임명하면서 남대표를 끝내 퇴진시켰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경기 시흥 을에 공천신청을 냈다가 낙천한 윤제영 변호사(54)도 후원자 명단에 올라 있다. 하지만 그는 낙천 후인 3월 말에 후원금을 냈다. 유명 화가인 김동유씨(43)가 5백만원을 후원한 것도 눈에 띈다. 정의원의 부인 이화익씨가 ‘이화익 갤러리’를 운영하는 인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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