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사랑할 수 있다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8.05 16: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백년 동안 청소하다 만난 이브…그녀를 구하라
해마다 여름이면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극장에는 애니메이션이 걸린다. 우리가 아는 애니메이션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화 영화였다. 필름 위에 수많은 그림을 그려 그것을 한 장 한 장 찍어서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만화 영화다. 종이 만화를 움직이는 영화로 만든 것은 이른바 2D(2차원)다. 입체감은 전혀 없이 그저 정지되었던 주인공들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환호했던 시대가 얼마 전이다. 그런 만화 영화가 3D(3차원)를 입으면서 관객들은 전혀 다른 애니메이션을 만났다. <슈렉>을 보면서 우리는 등장 인물들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런 애니메이션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려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물건을 찍은(실사) 듯한 애니메이션이 나타난 것이다. <월·E>가 그런 영화다.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월트디즈니가 PIXAR와 손을 잡고 함께 만들었다. 영화 후반부에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은 만화 캐릭터의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관객들은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느끼지 못했을 정도다.

<월·E>의 주인공 월·E는 한없는 소비를 자극하는 초국적 기업 BNL이 버리고 떠난 ‘쓰레기의 바다’ 지구를 청소하는 로봇이다. 쓰레기만 남은 지구에서 BNL은 인류를 우주로 데려가고, 월·E는 7백년 동안 폐기물을 치우며 딱정벌레 한 마리를 친구 삼아 외롭게 살아간다. 그는 마치 사람처럼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낮에 일하다 발견한 신기한 물건들을 서랍에 집어넣고 비디오를 보며 놀다 하루를 마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우주선이 날아와 하얀 달걀처럼 생긴 로봇 ‘이브’를 내려놓고 간다. 친구가 그리웠던 월·E는 이 예쁘게 생긴 로봇을 따라다니지만 이브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녀가 하는 일은 지구에서 생명체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월·E와 친구가 된 이브는 그의 집으로 놀러가고 월·E가 수집해놓은 잡동사니에도 눈길을 준다.

인류가 버린 사랑, 로봇이 이루어내다

영화 <월·E>는 월·E가 폐기물을 치우다 발견한 풀 한 포기에서부터 급진전한다. 이브는 신발 속에서 피어난 풀을 제 뱃속에 넣어놓고 모선과 교신을 하고 드디어 도착한 우주선은 그녀를 데리고 떠난다. 월·E는 친구를 포기할 수 없어 우주선에 매달려 지구를 벗어난다. 딱정벌레 친구를 남겨놓은 채. 애니메이션이라고 보기에 영화 <월·E>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착잡하다. 쓰레기만 남은 지구, 그 지구를 버리고 떠난 인류, 이 쓰레기의 바다에서 저 혼자 일하는 외로운 고물 로봇. 스탠튼 감독은 월·E와 이브를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모양이다. 쓰레기를 버리듯 사랑마저 버린 인류에게 사랑하는 로봇을 보여주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랑도 있다”라고 외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 데리고 꼭 보시라. 8월6일 개봉.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