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교, 나쁜 학교, 이상한 학교 나온다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8.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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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간 서열화를 공식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학교정보공개법’ 시행을 놓고 교육 현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간 서열화가 이루어진다면 3불 정책의 하나인 고교등급제가 정당화될 수 있어 평준화교육 골격 자체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8월7일 발표한 ‘교육 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은 2010년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가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3등급으로 나눠 공개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성적 공개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해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해 학부모 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010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학교선택권과 맞물릴 경우 고교등급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업성취도 차이는 학교 교육의 효과라기보다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종합적인 분석과 대책없이 경쟁만 강요해서는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반면, 일부 보수 언론은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도 성적 공개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제라도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0년에 학교선택권이 도입되지 않는 일부 지역에서는 성적 공개가 빛을 보려면 학교선택권도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74년 도입된 고교평준화가 흔들릴 수도 있게 된 셈이다.

‘고3 지옥’은 특목고가 도입되면서 중3에게로 번져갔다. 이제 초등학교 성적까지 공개된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경쟁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경쟁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 낳지는 않는다. 지난 4년간 한국에 머무른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아나 파이필드 서울특파원은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무한 경쟁에 내몰린 한국 교육 시스템은 성적과 공부에 대한 부담만 줄 뿐 창의력과 분석력, 응용력을 길러주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서로 발목 잡는 식의 평준화정 책 폐해를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육 당국이 학교 간 서열화를 굳이밀어붙이겠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배려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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