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고객 ‘풍수’가 모신다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08.08.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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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ᆞ아파트업계, VVIP 겨냥한 풍수지리 마케팅 활발
ⓒ시사저널 임영무

“좋은 집터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고층 아파트에 살면 기운적으로 좋지 않다고 하는데 단독주택으로 이사가야 할까요?” “집터 아래로 수맥이 흐른다는데 실내 인테리어로 보완할 수 있을까요?” 지난 7월16일 저녁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사무실. 빗줄기가 쏟아지는데도 30~40대 직장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인터넷포럼 귀족마케팅연구회가 주최한 ‘명문가를 위한 풍수컨설팅’이라는 제목의 정기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거나 금융, 유통, 패션·미용, 자동차, 부동산 분야에서 부유층 고객들을 관리하는 VIP 전문가 등 36명의 참가자들은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의 강연에 두 시간 내내 귀를 기울었다.

강연에서 고회장은 서울 조선호텔의 나인스게이트(양식당), 소공동 롯데호텔의 쉔브룬(양식당), 신라호텔의 영빈관(연회장), 인사동의 ‘민가다헌’(퓨전한식당) 등을 명당으로 꼽았다. 이들 식당은 풍수지리상으로 길지(吉地)에 들어서 있거나 근대사의 자취를 보존하고 있어 비즈니스를 하거나 맞선 장소로 활용하면 좋다는 것이다. 고종 황제가 천신에게 제를 지내던 원구단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선호텔 ‘나인스게이트’의 창가 자리는 2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앉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울 신라호텔의 ‘영빈관’ 터는 국사에 희생된 사람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정·재계 인사의 자녀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결혼식을 많이 치렀다.

고회장은 “불경기일수록 풍수컨설팅 수요가 늘어난다. 최근에는 경매로 나온 주택이나 회사가 파산해서 매물로 나온 건물을 구입해도 되는지 묻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이기훈 귀족마케팅연구회 운영자 겸 마케팅 전문기업 ‘더 프레스티지앤코’ 대표는 “VVIP 고객들은 건물을 사고팔거나 공장을 옮기는 등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풍수를 고려해 최종 결심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풍수가 세계적인 웰빙 코드로 떠오르면서 기(氣)의 흐름을 고려한 주택이나 사무실의 가구 배치와 실내 장식에서부터 회사와 공장 부지 선정에 이르기까지 풍수컨설팅이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마케팅의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부자 중의 부자, 초우량 고객을 가리키는 VVIP를 겨냥한 풍수지리 마케팅은 금융권의 PB(Private Banking)센터와 아파트업계에서 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아파트업계에서는 ‘명당’이라며 풍수지리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에 들어서는 고품격 타운하우스 루아르밸리 조감도. ⓒ뉴시스


정재계 인사들 사이에 풍수컨설팅 수요 많은 데 착안

2003년부터 현금 자산 3백억원 이상의 초부유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WM(Wealth Management)센터를 운영 중인 하나은행은, 최근 W호텔 애스톤하우스와 서울의 고급 한정식집 삼청각에서 WM센터 고객들을 대상으로 풍수지리 설명회를 열었다. 기업은행도 초우량 고객을 위해 풍수 전문가가 동행해 주택이나 공장 부지로 적합한 곳을 골라주는 풍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충남 계룡시 두계리에 지은 ‘포스코 더 샵’, 한일건설이 경기도 용인 양지에서 분양한 타운하우스 ‘루아르밸리’, 우림건설이 경남김해와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에 건설한 ‘우림 루미라트’, 현대건설의 부산 민락동 ‘하이페리온’, 삼성물산의 경기 성남 금광지구 ‘래미안’, SK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분양한 고급 빌라 ‘SK아펠바움’과 부산 용호동 ‘SK VIEW’ 등은 풍수지리 마케팅을 도입해 고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풍수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풍수지리 숭배는 우리나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해 홍콩의 풍수지리 시장 규모는 대략 25억 홍콩 달러(약 3천억원). 고인의 묘자리를 선택하는 음택(陰宅) 위주인 한국 풍수와는 달리 중국이나 홍콩은 집터의 좌향(坐向)과 실내 가구 배치를 위주로 한 양택(陽宅) 풍수의 천국이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일고 있는 건설 붐을 타고 ‘지리 고문(地理 顧問)’으로 불리는 풍수 전문가들이 맹활약 중이다. 홍콩에서는 건물의 위치나 방향은 물론, 가구의 배치와 창문의 위치까지 풍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다. 지난해 4월 사망한 홍콩의 세계적인 여성 부호 니나 왕 차이나켐그룹 회장은 3백28억 홍콩달러(약 4조원)에 이르는 전 재산을 자신의 풍수사인 토니 찬에게 상속하겠다고 유언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하이테크 기업들 사이에는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풍수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회사 내부 구조를 바꾸는 것이 유행이다. 유럽에서도 수맥과 지자기, 전자파 등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파동 과학이 주목을 받으면서 풍수인테리어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앞 아쿠아 아트 육교와 강원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 내 소노펠리체 리조트 등을 설계한 프랑스 출신 건축가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씨는 “풍수지리의 원리를 건축설계에 응용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묘지와 집터의 형태, 바람과 물의 흐름과 세기가 인간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지리는 자연을 먼저 고려한다는 점에서 환경운동의 원조라 할 만하다.


‘지자기’ 회복엔 ‘미니 화단’
대동풍수지리학회 고제희 회장의 풍수인테리어 조언

대동풍수지리학회 고제희 회장은 “지구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인데 지자기를 측정해보면 4층 이상 올라간 건물에서는 지표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지자기의 결핍 때문에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어깨와 목덜미의 뻣뻣함, 가슴의 통증, 두통, 불면증, 습관성 변비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등산길에 지표 30cm 아래의 산흙을 파다가 집안에 있는 화분에 채워주거나 베란다의 양지 바른 쪽을 깨끗한 흙으로 채우고 미니 화단을 만들어 채소나 야생화를 심으면 지자기를 회복할 수 있다. 고회장이 전하는 풍수인테리어의 지혜를 모아보았다.

❶안방에 딸린 욕실문은 밤에는 닫는 것이 좋다.
밤에 욕실 문을 열어 두면 안방의 바닥은 따뜻하고 욕실 안쪽이 차가우므로 대류 작용이 일어나면서 방에 찬바람이 돌게 된다. 사람은 잠자는 동안 외부의 변화와 침입에 대항하는 방어 능력이 가장 약하다. 자는 동안 찬바람으로 인해 풍병에 시달리거나 악몽을 꾸게 될 가능성이 높다.

❷침실이나 사무실에 분재를 두지 않는다.
분재는 인위적으로 가지와 줄기를 비틀고 성장을 조작한 나무이기 때문에 생기(生氣)보다는 억눌리고 억압받은 살기를 뿜어낸다. 분재를 가까이 둘 경우 성장운이 따르지 않으니 사무실이나 침실에는 난이나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성 식물을 두는 것이 좋다.

❸커튼과 관엽 식물로 기의 누수를 막는다.
고층 아파트에서 베란다를 통해 시야가 넓게 트인 것은 전통 풍수의 관점에서는 수구가 지나치게 넓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 결과 집안에 머무르는 건강과 화목, 재물운이 넓게 트인 공간을 통해 빠져나갈 위험이 크다. 따라서 베란다나 거실 창가 쪽으로 커튼을 치거나 잎이 많은 관엽식물을 배치하면 다른 건물에서 오는 살기가 차단되고 마음의 안정도 얻을 수 있다.

❹수맥이 지나는 집터에 살면 건강을 해친다.
수맥이 지나가는 땅은 흉지로 여겨진다. 수맥이 지나가면 도로에 금이 가고 지반이 내려앉으며 건물 벽면이 갈라지기도 한다. 수맥은 미세한 전기장을 가진 사람의 몸에도 악영향을 미쳐 만성 피로와 두통, 집중력 저하 등을 일으킨다. 동판, 은박지 같은 수맥 차단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수맥이 있는 곳은 피해 살아야 한다.

❺가족과 주택 규모가 맞아야 기가 산다.
대부분 넓은 평수의 주택을 선호하지만 식구는 적은데 집이 넓으면 차츰 가난해지고 반대로 작은 집에 많은 사람이 살면 차차 부귀해진다. 한 가족이 살기에 알맞은 집의 크기는 가족 나이를 모두 합산한 뒤 그것을 평수로 나눈 크기가 최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남편(35세), 아내(30세), 9세와 6세의 두 아이로 이루어진 가정이 있다면 네 식구의 나이를 합산한 숫자는 80인데 이를 80㎡로 보고 평수(3.3)로 나누면 약 24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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