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삼키는 지자체 ‘짝퉁’ 박물관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8.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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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역사박물관 홈페이지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박물관을 한 번 떠올려보자. 열이면 열, 단순히 유물만 전시하는 또 다른 유물에 불과한 박물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시 유물이 진품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박물관장이 정부가 문화 진흥을 위해 주는 보조금을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다행이다. 지자체 박물관이 애물단지 수준을 넘어 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곳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감사원이 지난 8월13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시 역사박물관(사진)의 전시물 가운데 30% 정도가 모조품인 것으로 판명났다. 전시품을 수집한다고 해서 들인 비용이 1억6천만원이 넘는다. 해남군은 전문가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공룡 화석을 16억원에 구입했다. 감정 결과 화석의 원석 비율이 60~70%에 그쳐 전시품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석 수입업자 대표가 담당 공무원에게 7백만원이 넘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하니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영월의 한 박물관장은 정부 보조금 9천2백만원 가운데 1천7백만원을 자신의 카드 대금 결제와 관리인 임금 지급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 돈=눈먼 돈’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가 감시의 끈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광부만 해도 그렇다. 2011년까지 전국에 5백개의 박물관을 세우기로 한 목표를 이보다 한참 전인 2004년에 달성했는데도 그 실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장들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업적을 과시하느라 박물관을 짓고 정부 돈을 흥청망청 써도 막을 도리가 없다.

그래도 지역의 박물관이 주민들과 소통하는 문화센터로 자리 잡았다면 다행이라고 위안이라도 삼았으리라. 과시용으로 건물만 짓고 내실에는 관심이 없는 탓에 학예관을 한 명도 두지 않은 박물관이 46%에 달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미있는 법인데,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지역민들이 박물관을 즐겨 찾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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