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 향한 집념처럼 암 투병도 ‘금메달’감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08.19 11: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형철 올림픽 양궁 여자 대표팀 감독
ⓒ시사저널 임영무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잘해야 본전’이다. 특히 여자 대표팀은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다 보니 금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으로 여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한 수 위의 실력으로 홈팀 중국을 가볍게 따돌리며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6연패로 다시 한 번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과시했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는 늘 이변이 뒤따르는 법. 8월14일 악천후 속에서 치러진 여자 개인전 결승이 그랬다.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박성현이 중국 관중의 ‘방해 공작’ 속에서 1점 차 석패를 당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로써 24년 동안 이어온 여자 양궁 개인전 우승의 불패신화는 막을 내렸다.

우승이 좌절된 순간 그녀를 감싸안으며 다독인 것은 문형철 여자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는 경기 결과가 믿기지 않은 듯 멍하니 서 있는 박성현의 장비를 챙겨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아쉬움이야 선수보다 못할 리 없지만 애제자의 슬픔부터 먼저 챙기는 스승의 모습을 보였다.

문감독은 2007년 1월부터 여자 대표팀을 이끌어왔다. 앞서 2004년부터 1년간 남자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한 양궁계의 대표적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12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갑상선암 3기 판정이었다. 의사는 스트레스와 과로가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문감독은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올해 1월 절제수술을 하고, 4월부터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금빛 과녁’을 향한 선수들의 꿈을 저버리지 않았다.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는 올림픽이 끝난 뒤인 11월로 미루어놓은 상태다. ‘금1, 은1, 동1’.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거둔 양궁 여자 대표팀의 성적은 다른 어느 종목보다 화려하고 값지다. 특히 암 선고를 받고도 묵묵히 병마와 싸우며 선수들을 이끌어온 문감독의 투혼은 그야말로 금메달감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그의 열정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