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다고 햇볕도 식을까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08.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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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부시, 지난해보다 높은 79.0%로 1위

불과 반 년 정도의 임기만이 남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는 해다. 하지만 지는 해에서 내리 쬐는 열기는 여전히 뜨거운 것 같다.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 인물’을 묻는 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올해에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오히려 지난해의 70.5%의 수치보다 더 높은 79.0%를 얻었다. 올 한 해 한반도를 놓고 부시가 보인 태도는 양면적이었다. 북핵 협상을 앞두고 북한측에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착해진 대통령’의 모습을 보인 반면, 한반도의 남쪽에는 쇠고기 협상을 두고 자국에게 유리하도록 대응해 얄밉게 굴었다. 부시의 양면 모두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순위로 따지면 두 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그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해에 이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에도 29.9%로 2위를 차지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9위를 차지했다. 일본도 지난해에 비해서는 상승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지난해 8.0%로 5위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18.8%로 3위를 차지했다. 독도 문제로 우리나라를 들었다 놓은 것이 그의 영향력을 끌어올린 듯하다. 북핵문제와 금강산 피격 사건 등 우리에게 항상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2.3%로 4위를 차지했다.

▲ 지난 7월9일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G8 확대 정상 기후변화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념 촬영에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왼쪽),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가운데),후진타오 중국 주석(오른쪽)이 나란히 자리했다. 세 사람은 우리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인으로 조사되었다. ⓒAP연합


이처럼 우리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인은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위치에 있다. 북한과 미국은 북핵 문제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일본과 중국은 독도 문제와 이어도 문제 등 영토 문제로 우리를 흔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주변 4개국 지도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갈 전망이다.

▲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처음으로 순위권에 진입했다. ⓒEPA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내년 1위 자리 바뀔 듯

4위를 차지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7.1%), 6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사 회장(3.8%), 7위의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2.4%)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위권 내에 위치해 영향력을 과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처음 진입한 5위의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5.8%의 지지를 얻어 처음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1.1%를 얻어 11위에 자리했다. 아마도 응답자들이 보는 당선 가능성에서 오바마가 매케인보다 높게 점쳐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두 후보 중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내년의 영향력 조사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9위를 차지한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15위를 차지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새로운 상공회의소 회장인 오버린은 22위에 자리 잡았다. 아직 낯설다는 평가로 받아들여진다. 11~20위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14위를 차지한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 총리직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그가 러시아를 대표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12위를 차지한 조지 소르스와 17위를 차지한 워렌 버핏 버크셔헤더웨이 회장도 눈에 띈다. 주식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이 그들을 순위권에 올려놓았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13위, 달라이 라마가 16위, 박노자 한국학 교수가 17위를 차지했다. 월터셔프 한·미연합사령관과 벤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이 18위, 19위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히딩크의 그림자다. 그는 10위를 차지해 지난해 14위보다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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