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가 또 할까, 첼시가 앞지를까
  •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빅 4’ 전력 분석/리버플-)
  • 승인 2008.08.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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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FA 커뮤니티 실드 경기에서 우승한 맨유의 주장 게리 네빌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EPA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팽창하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2008~09시즌이 밝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일궈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시즌 우승 판도를 예측해본다.

지난 시즌 리그 1, 2위와 이에 더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맞상대이기도 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는 올 시즌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두 클럽이다. 물론 이른바 ‘빅 4’의 다른 구성원들인 리버풀과 아스널 역시 이들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며, 어쩌면 그 거리는 올 시즌 더 좁혀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수 구성의 조화와 두께, 팀의 안정성, 그리고 자금력에 의한 여력에 이르기까지, 맨유와 첼시가 ‘빅 4’ 가운데에서도 우뚝한 ‘쌍두마차’임을 부인하기란 어렵다.

여름 이적 시장을 가장 시끄럽고도 지루하게 장식해온 ‘42골의 사나이’ 호날두의 마드리드행이 불발되면서, 일단 맨유의 ‘액면가 전력’에는 변화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퍼거슨에게도 고민거리들이 있다. 우선 2개월가량 계속될 호날두의 부상 공백 및 ‘레알을 향했던’ 그의 심리 상태가 지난 시즌의 눈부신 활약상을 재현할 수 없게 할 공산이 크다는 점. 여기에 바이러스를 앓고 있는 루니, 올림픽에 출전한 안데르손의 상황도 초반의 마이너스 요인임에 틀림없으며, 긱스와 스콜스의 연령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유의미한 맨유의 불안 요소는 수석 코치 퀘이로스의 이탈이다. 전술 기획뿐 아니라 라틴계열 선수들과의 의사 소통에서도 중요한 몫을 해온 수석 코치의 공백은 퍼거슨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전에도 맨유는 유능한 수석 코치와 함께할 때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곤 했으며, 그 반대의 경우 이따금씩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물론 나니와 안데르손이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일 공산이 큰 것은 긍정적이다.

맨유, 수석 코치 이탈…첼시, 새 감독에 기대

반면 첼시에게는 플러스 요인들이 더 많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간발의 차로 분루를 삼킨챔피언스리그에서의 영광을 위해 ‘토너먼트의 전설’ 스콜라리를 데려왔다. 전임 감독 그랜트가 올린 성적도 사실 당초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지만, 그에게는 스콜라리의 여러 가지 미덕들-특히 선수들의 존중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결여되어 있었다. 첫발을 내딛는 유럽 클럽 축구계에서, 그것도 커다란 기대를 받는 억만장자 클럽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사실이 틀림없는 부담이기는 하더라도, 스콜라리는 그러한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사나이처럼 보인다. 이탈이 유력했던 램파드와 드록바가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보싱와와 데코의 영입 또한 영리한 움직임이었다. 높은 연령임에도 여전히 요긴한 존재였던 마켈렐레의 이적으로 인한 마이너스가 있지만, 해결 불가능한 정도의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원하는 포지션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면 아넬카의 창끝 또한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

만약 이제껏 언급한 내용이 쌍두마차의 ‘풀 스토리’라면 필자는 우승 후보 1순위로 첼시를 꼽을 것이다. 첼시는 지난 시즌 극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던 맨유에 단 2점 뒤졌다. 따라서 맨유에게 약간의 마이너스, 첼시에 약간의 플러스 점수를 줄 경우, 이번에는 첼시가 앞설 것이라고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두 팀의 모든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 변수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맨유와 사랑(?)을 키워왔던 베르바토프(토트넘)가 소망하던 올드트래포드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이 이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맨유가 이 영입에 성공할 경우 우승 후보 순위는 ‘역전’의 인상을 풍긴다. 맨유에게 베르바토프는 꼭 필요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차원의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단순한 차원에서, 베르바토프는 맨유의 공격수 부족을 해결해준다. 너무도 잦은 부상에 시달려온 사하가 올 여름 팀을 떠날 것이 유력하기에 그러하다. 또한 베르바토프는 ‘작달막한 듀오’ 테베스와 루니와는 다른 신체 조건을 지녔다. 그가 신체 조건을 주무기로 삼지 않는 ‘유려한’ 플레이의 명수이기는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것은 맨유의 공격에 플러스 요소가 된다. 뿐만 아니라 베르바토프는 호날두의 잠재적 활약도 저하,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날두가 아예 떠날 때를 대비하는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베르바토프 중심의 공격 전술로의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8월10일 1년여 만에 선발 출장한 맨유의 게리 네빌(가운데)이 포츠머스의 피터 크라우치의 태클을 피해 공을 차고 있다. ⓒEPA

맨유, 베르바토프 영입 성공하면 우승 ‘1순위’

호날두가 ‘조지 베스트-라이언 긱스’ 유형의 선수라면 베르바토프는 ‘에릭 칸토나-테디 셰링엄’ 유형을 연상케 하는 인물임을 떠올려보면 알기 쉽다. 한마디로 베르바토프가 맨유에 도착할 경우에 맨유는 호날두, 베르바토프, 루니, 테베스, 나니, 긱스, 안데르손 등으로 이어지는 ‘재능의 왕국’을 구성하는 인상이며, 이 선수단을 보유하는 퍼거슨이 잉글랜드를 넘어 다시 한 번 유럽 정상에의 꿈을 꾸지 않으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 경우라면 필자는 우승후보 1순위를 맨유로 바꿀 용의가 있다.

하지만 어쩌면 두 팀의 이야기는 여기서도 끝이 아닐 수 있다. 여름 이적 시장의 문이 닫히는 8월 말까지 세계 최고의 자금력을 지닌 첼시 또한 추가적 영입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첼시가 만약 팀에 재능을 추가한다면, 그 주인공의 국적은 스콜라리와 동향인 ‘브라질’이 될 공산이 크다.

짧지 않은 기간 첼시와 연결되어온 두 재능이 있으니 바로 호비뉴(레알 마드리드)와 카카(AC밀란)이기 때문이다. 물론 ‘AC밀란의 에이스’ 카카의 이동은 호비뉴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어려워 보이며, (호날두의 영입을 위해 더 많이 기다리게 된) 레알 마드리드 역시도 지난 시즌 전반부의 영웅 호비뉴를 순순히 내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만 첼시의 소유주 아브라모비치가 세상의 모든 돈이라도 내줄 수 있는 사나이라는 점, 호비뉴의 경우 현재 구단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 요즈음의 축구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첼시의 추가 영입 또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좀더 가능해 보이는’ 쪽인 호비뉴가 첼시의 유니폼을 입게 될 경우, 첼시 또한 공격력의 차원을 한층 더 증가시키는 셈. 이 경우라면 필자는 다시 한 번 우승후보 1순위의 이름을 바꿔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축구에서, 우승 트로피가 첼시와 맨유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첼시와 맨유 이외에 그래도 우승을 거론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 클럽은 리버풀과 아스널로 국한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첼시와 맨유를 제외한 ‘유이한’ 우승 도전 세력인 리버풀과 아스널은 여러 측면에서 첼시, 맨유에 비해 2% 부족해 보인다(베르바토프니 호비뉴니 하는 이야기들이 불발로 그친다 하더라도). 다만 ‘토레스-로비 킨’이라는 막강한 공격 콤비를 구성한 리버풀이 지난 시즌보다는 향상된 초반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 시즌의 공로자들인 흘렙(바르셀로나)과 플라미니(AC밀란)가 팀을 떠난 아스널은 주포 아데바요르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해, 한 시름 놓게 되었으나 사실상 ‘지난 시즌 정도’의 성적이 현실적 목표일 듯싶다. 물론 아스널에게는 젊은 재능들의 성숙과 향상으로 인한 자연적 전력 증가의 잠재성이 이번에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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