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씨(32·동아대 교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쟁쟁한 후보자 29명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금빛 당선’이었다. 케냐의 마라톤스타 폴 터갓, 호주 수영의 영웅 그랜트 해켓, 주최국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거둔 쾌거라 더욱 돋보인다.
문대성씨의 IOC 선수위원 선출은 개인의 영광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한때 세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면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2005년 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에 이어 2007년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위원직을 사퇴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만 홀로 남은 상태였다.
이제 문대성씨가 당당히 IOC 선수위원에 오르면서 한국은 두 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되어 다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갈 전기를 마련했다. 임기 8년의 선수위원은 IOC 선수분과위원회에 소속되지만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 투표권 등 모든 권한이 일반 IOC 위원과 똑같다. 이에 따라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 유치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종목 퇴출설이 나도는 태권도의 위상 재정립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대성씨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출신의 첫 IOC 선수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또한, 외부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밀어붙여 일구어낸 결과여서 더욱 대견스럽다. 새벽녘부터 태권도복을 입은 채 선수들을 일일이 찾아가 악수를 청했던 문대성씨는 ‘미친 놈’ 취급까지 받았지만 포기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이러한 도전 정신이 그를 한국의 스포츠 외교를 책임질 젊은 지도자로 키워낸 것이다. 제2, 제3의 ‘문대성’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IOC 선수위원에 선출된 ‘태권 영웅’ 문대성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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