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내 뼈 관심이 ‘보약’이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8.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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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꾸준히 하며 정기적으로 검진받아야 예방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ᆞ식이요법으로 치료 가능해


넓적다리뼈로 불리는 대퇴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뼈다. 골반과 맞물려 회전하는 대퇴골 부위를 대퇴골두라고 하고, 이 부위를 엉덩이관절 또는 고관절이라고 한다.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심한 통증이 생기고 골절되거나 걷지 못하게 된다.

고관절에 이상이 생겨 인공 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10명 중 6명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환자다. 대퇴골두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뼈가 썩는 질환이다. 이 질환의 환자 중 70%가 30~60대이며, 3 대 1의 비율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이 질환의 치료법은 비수술과 수술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목발 보행과 전기 자극 요법이다. 목발 보행은 체중 부하를 최대한 제한해서 뼈가 서로 닿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대퇴골두의 내측면이 괴사한 경우에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보고되어 적절한 치료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소견이 많다. 실제로 이 방법을 사용한 환자 중 85%가 2년 내에 대퇴골두에 괴사가 진행되어 함몰 증상까지 보인다고 한다.

전기 자극 요법은 뼈나 신생 혈관을 형성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어떤 경우에 이 치료법이 유용한지에 대해 아직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염좌(관절을 삔 경우)나 외상, 가벼운 관절염 등은 약물로도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대퇴골두가 괴사하는 경우는 수술이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에는 환자의 관절을 보존하는 방법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대퇴골두에 8~10mm 정도의 구멍을 내어 괴사 부위를 제거하는 중심부 감압술이 있다. 이 수술은 혈관 생성을 유도해서 괴사 부위가 정상 골로 바뀌도록 하는 것이다. 괴사 범위가 좁은 경우에 시행되지만 최근 이 치료법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괴사 부위에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하는 회전 절골술(rotational osteotomy)은 병변 부위가 작을 때 효과적이다. 괴사 부위와 정상 부위를 서로 바꾸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대퇴골두를 잘라내서 위와 아래 위치를 바꿈으로써 정상 부위가 골반과 맞물리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중심부 감압술을 시행한 후 장골, 비골, 경골 등에서 골을 얻어 대퇴골두에 이식하는 골 이식도 있다. 이 수술을 받으면 3~6개월 동안 체중 부하 운동을 삼가야 한다. 골 이식의 목적은 신생혈관을 촉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예 혈관이나 근육이 붙어 있는 골을 이식하는 치료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반 골 이식보다 치료율이 높은 것(약 90%)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집도해야 한다.

골이식과 회전 절골술의 장점을 딴 ‘골 이식과 절골술의 병합수술(combined surgery of osteotomy and bone graft)’도 요즘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혈관이나 근육이 붙어 있는 골의 이식은 대퇴골두에 신생 혈관을 만드는 데 유리하고, 회전 절골술은 대퇴골두의 함몰을 가능한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술 방법 다양하지만 재수술받는 경우도 있어

대퇴골두가 심하게 괴사되었거나 골절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인공 관절 치환술이 유리하다. 손상된 대퇴골두를 제거하는 대신 금속 인공 관절을 삽입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인공 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는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을 경계했다. 자칫 인공 관절이 골반에서 탈골되거나 플라스틱이나 세라믹 재질의 인공 관절이 깨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속 인공 관절이 널리 사용되면서 이런 불편함이 거의 없어졌다.

또, 미니 절개술로 근육 절개를 최소화하는 수술법이 개발되어 수술을 받은 직후에도 바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일상 생활에서 정상인과 다름없는 활동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 관절은 몸에서 이물질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술 후 관절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인공 관절을 빼내고 염증을 치료한 후 다시 인공 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아주 드물게는 신경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다.

고관절 환자 10명 중 6명은 반대편 고관절에도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다. 드물지만 수술을 받았더라도 수술 전보다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스테로이드제 복용으로 고관절 질환에 걸린 환자가 수술을 받은 후에도 계속 투약할 경우 재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관절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담배, 술, 지방 등은 피해야 한다. 또 나이가 들면 뼈는 약해지게 마련이고 결국 골절이 되기 때문에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 뼈가 약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정기적으로 뼈 검사를 해서 초기에 약물이나 식이요법 등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10세 이전 아이들에게 발병하는 소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도 있다. 소아의 뼈는 재생 능력이 뛰어나므로 괴사해도 인공 관절 치환술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다만 성장이 완료될 시기까지 정기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또 성장기에 있는 소아이므로 대퇴골두의 성장판이 손상된 경우 대전자 부위의 성장판을 대퇴골두로 옮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고관절 치료 수준은 최근 20~30년 동안 몰라보게 발전했다. 무릎이나 척추의 경우보다 수술 후 예후가 좋고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아짐에 따라 고관절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1년 전만 해도 자신이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던 박철우씨가 평행봉을 잡고 걷기 훈련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지난 8월8일은 박철우씨(31)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날이었다. 고관절 질환인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수술을 받은 지 불과 3일 만에 평행봉을 잡고 걷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좌우 양쪽 고관절에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 생겼다. 수술 이전에는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걷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수술을 받고 나서 이렇게 다시 걷게 되니 꿈만 같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 같은 수술을 받은 사람은 2~3주 후에나 걸을 수 있는데, 나는 3일 만에 걷을 수 있으니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라며 수술 결과에 만족을 나타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박씨는 자신이 걷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다 허벅지에 깜짝 놀랄 정도로 강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무릎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아 MRI 검사를 해보니 대퇴골두가 썩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른쪽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는데 나중에는 왼쪽 고관절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왼쪽 고관절에 생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오른쪽보다 진행 속도가 빨라 최근 수술 직전에는 골절까지 의심될 정도로 심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당장 치료하지 말고 고관절을 사용할 때까지 사용한 후 인공 관절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이 말을 믿고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은 채 일상 생활을 이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박씨의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허벅지, 무릎, 발목 등으로 번갈아가며 통증이 이어졌고 빈도도 높아졌다. 결국 좌식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된 후에야 병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경남 울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씨가 전남 화순에 있는 전남대병원까지 가서 수술을 받은 데는 이유가 있다. 박씨는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고관절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고관절 질환은 빨리 수술을 받을수록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1년 동안 병을 키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고의 전문의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치료받을 생각이었지만 여러 환자들의 경험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윤택림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수술받기로 결정했다. 2개월을 기다린 후에나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미니 절개술로 근육 손상이 적었고, 수술 결과가 좋아 안심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 관절 수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라는 의사의 말에 당황했지만, 고관절 수술을 받은 야구 선수가 MVP까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 희망을 다른 환자나 예비 환자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그는 “다 아는 말이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 나는 수술 전에는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많이 마셨다. 또 피부질환인 건선을 치료하기 위해 3년 정도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했다. 이제는 담배와 술을 끊었다. 약물 복용도 최소화할 것이다. 2주 후쯤 퇴원할 것 같다. 퇴원하면 걸어서 장거리 여행을 하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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