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유치 “왜 하는데?”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08.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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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경제 효과 앞세우며 주먹구구식 도전…‘황금알 거위’가 ‘개살구’ 될 수도

’빛고을이 빚고을 될라’. 광주시가 유니버시아드 유치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나온 말이다. 2013년 대회 유치에 실패한 광주시는 2015년 유니버시아드 유치에 다시 나설 태세다. 지역의 정치·경제·체육·언론계 인사들이 앞다투어 재도전을 촉구하면서 대회 유치 행보에 가속도가 붙었다. 시의회가 ‘유니버시아드 유치 재도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면 8월 말로 예정된 개최 도시 공모 공고에 맞추어 재도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가 않다. 광주가 재수생이라면 동계올림픽 유치에 또다시 도전을 선언한 강원도 평창은 삼수생 대열에 올라서 있다. 2020년 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한 부산도 지난 10여 년 이상 줄기차게 그 가능성을 검토해온 늦깎이 수험생이다. 여기에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과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대구까지 포함하면 각 지역 주요 도시 대부분이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이들 지자체가 대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명분은 경제 파급 효과다. 수조 원에서 많게는 수십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은, 가뜩이나 경제난에 허덕이는 지역민들을 유치 행렬에 앞장서도록 만든다. 그런 만큼 반대 목소리는 지역 발전의 걸림돌인 양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반대 목소리 나오면 지역 발전 걸림돌이라고 무시

하지만 이러한 기류에 조금씩 변화가 오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차츰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진행되었던 이전 대회에 대한 실질적 평가를 바탕으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광주시가 재차 유치에 나서려는 유니버시아드는 지난 2003년 대구에서 먼저 치른 대회다. 광주시가 제시한 ‘경제 유발 효과 1조5천억원, 고용 효과 3만명’이라는 청사진의 근거도 대구 대회를 기준으로 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유치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니버시아드 개최를 통해 대구가 거두어들인 경제 유발 효과는 얼마나 될까. 이 지역 시민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조광현 대구 경실련 사무처장은 “시에서는 7백90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하지만 시민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지금도 ‘대구에서 그런 대회가 열렸나’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다”라고 밝혔다.

당시 미모의 북한 응원단이 화제를 모았지만 대회 기간 대부분의 경기장과 행사장은 썰렁했다. 그러다 보니 관중석은 동원된 공무원이나 중·고등학교 학생들로 채워지는 상황이 빈번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 관광 특수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1년 30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2002년 24만명, 2003년 17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대회 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해 택시에 설치한 영어통역기는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한다.

일부 업종이나 매장이 ‘반짝 특수’를 맛보았지만 전반적으로 그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학생들의 축제인 만큼 대회를 경제적 이익과 직접 결부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회 기간 중 특수는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 공식 대행사로 선정된 기념품 업체들이 대회를 치른 후 폐업 위기에 처했다며 시청 앞에서 시위를 펼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외화내빈’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조광현 사무처장은 “대구를 패션 도시로 세계화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대회 이후에도 섬유산업은 빈사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은 몰락 위기에 놓였다. 국제 대회를 개최해보는 경험을 얻었다는 것 이외에 가시적인 성과는 별로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광주시가 유니버시아드 유치에 뛰어들면서 시민들에게 홍보한 경제 효과도 ‘뻥튀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서정훈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1조5천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와 3만명의 고용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이야기다. 재조정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소요될 비용의 경우도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 이외에 나머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법밖에 없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메워나갈지에 대한 대책도 면밀하게 세운 후 유치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니버시아드보다 규모가 크고 상업성이 강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도 개최에 따른 손익 계산을 충분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선 평창은 동계올림픽 유치로 최대 22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와 22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 산하 국책연구원이나 지자체 부설 연구원의 용역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 국제대회 유치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위는 아시안게임 유치에 환호하는 인천 시민들. ⓒ연합뉴스

매출 규모 커도 순익 적으면 밑지는 장사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경제 효과를 말하면서 손익이 아닌 매출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리 큰 매출이 예상되더라도 손익이 마이너스면 결국, 남지 않는 장사다. 지출해야 할 비용까지도 경제 효과에 포함시켜 모든 항목이 이윤인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현실성 및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수치의 극대화’이며 ‘해석의 오·남용을 가져올 수 있다’라는 설명이다.

부산시의 2020년 올림픽 유치가 20조2천9백억원의 경제 파급 효과와 함께 11만5천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정교수는 “올림픽 특수가 만들어내는 고용 창출 효과는 대부분 대체 고용에 불과하다. 같은 지역 내 다른 공사들의 효과를 대체할 뿐이다. 여기에다 대부분 계절 직장이거나 저임금의 비정규직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2002년 아시안게임과 2005년 에이펙(APEC)을 유치하면서 부산시의 재정 건전성이 더욱 열악해졌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부산의 상·하수도 요금은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인데 2008년에도 무려 25%를 인상시켰다. 지하철 요금도 전국에서 제일 비쌀 뿐 아니라 유료 도로도 전국에서 제일 많다. 부산의 취약한 산업 구조 탓도 있지만 두 차례의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서 발행한 2조원의 지방채 누적 적자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외국 사례로는 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올림픽 이후 경제 성적표가 기대와 달리 저조했기 때문이다. 2004년 4.7%의 GDP 성장률은 2005년 3.7%로 크게 낮아졌고, 소비 증가율도 4.2%에서 3.0%로 둔화되었다. 특히 그리스는 2003년 올림픽을 유치해놓은 상황에서 개최 비용이 10조원에 달하자 책임 소재를 놓고 정치적 공방이 펼쳐지는 등 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시도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들어서기 전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경기장과 부대 시설을 짓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마찰을 빚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당초 계획을 변경해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경기장과 선수촌, 미디어촌을 서구에 위치한 개발 제한 구역(그린벨트)에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승인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일회성 행사에 건설비를 과다하게 투자할 수 없고 그린벨트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예상보다 비용이 많아질 경우 인천시가 기대했던 경제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은 “시에서 경제 유발 효과로 몇조 원을 말하는데 뜬금없는 전망이다. 이제라도 대회를 통해 어떤 산업을 활성화하고 또 실질적인 고용 효과를 어떻게 거둘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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