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카메라 없잖아?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9.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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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고 살아요, 짧은 인생 … 어차피 연기는 다 가짜야

인생은 한 편의 영화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우리가 지막으로 눈을 감으면 영화는 끝이난다. 관객은 불특정 다수다. 아내와 자식들과 친구들이 영화의 장르를 정하고, 해피엔딩의 여부도 결정한다. 우리가 꿈꾸는 영화배우는 스타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그런 스타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꿈꾼다. 하지만 배우는 늘 편하고 좋은 역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겉모습은 화려해보이지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받아야 한다. 남들이 잘 때도 영화를 찍어야 하고, 남들이 일어날 때 잠을 자는 날도 허다하다. 돈을 많이 벌기는 하지만 쓸 시간이 없는 것이 스타다.

깡패와 배우, 영화 속에서 영화를 찍다

<영화는 영화다>는 액자 소설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영화 속에 영화가 있는 것이다. 액션 영화를 찍고 있던 수타(강지환 분)는 촬영 중 두 명의 상대 배우를 진짜 때려서 병원으로 실려 보낸다. 배우가 없으니 제작은 진전이 없고, 수타는 여기저기 알아 보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다. 술집에 간 수타 앞에 사인을 해달라는 건달이 나타난다. 거절당한 건달은 마침내 넘버 투 강패(소지섭 분)를 데려온다. 사인을 해달라고 했던 사람은 강패였던 것이다. 수타가 말한다. “왜 그러고 살아요, 짧은 인생?” “폼은 카메라 앞에서나 잡아야지. 어차피 연기는 다 가짜 아냐?” 강패의 답이다.

연기자를 구하지 못한 수타는 강패에게 영화 출연을 제안한다. 주인공의 상대역이 깡패인데, 진짜 깡패를 쓰면 실감나니까. 영화에 관심이 있던 강패는 한 가지 조건을 건다. 싸움을 하기는 하는데 연기가 아닌 진짜로 하자는 것이다. 강패가 출연하면서부터 영화는 연기가 아닌 실연으로 찍기 시작한다. 현실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 영화를 찍으며 둘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영화다>가 내세우는 것은 맨 마지막 장면에서 이기는 놈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강지환과 소지섭의 액션이 볼만할 것이라는 광고도 잊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쓴 이 영화는 초점이 흐릿하다. 현실이나 영화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 속의 조폭 영화를 좀 특이하게 보여주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김기덕 영화답게 각본을 일부러 그렇게 썼다면 몰라도. 군대를 제대하고 첫 출연한 소지섭의 연기가 나쁘지 않다. 깡패 연기를 위해 검은 수트를 입었다는데 캐릭터가 살았다. 액션이 주를 이루지만, 간간이 나오는 개연성 없는 섹스 장면이 눈에 거슬린다. 영화는 더러 웃음을 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김기덕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던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두 남자가 서로 다른 삶을 동경한다는 주제에 매력을 느껴 각색 작업에만 1년 반을 매달렸다고 한다. 9월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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