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내리면 약발 떨어질까 걱정하는 의사들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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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은숙

약값에 잔뜩 끼어 있는 거품이 빠질 것 같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기등재 약 평가 사업’을 시행하면서 제약사들에게 약값 인하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실효를 거두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 목록중에서 가격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약은 설땅을 잃게 되거나 적정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평가 결과에 따라 고지혈증 치료제의 약값을 평균 30% 인하하도록 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해부터는 평가 대상이 더욱 늘어나 고혈압ㆍ심장질환 약 등 3천7백29개 의약품이 심사 대상에 들어간다. 이작업은 2011년까지 이어진다.

약값을 효능에 맞게 현실화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해 아주 바람직하다. 그런데 제약회사들이 반발하고 몇몇 의사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제약회사들은 지난 9월1일 ‘기등재 약 평가 사업’을 중단하라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현재 순 이익율이 평균 7~10%에 불과한데 여기서 더 낮추면 문을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제약회사가 리베이트로 병원이나 의사들에게 뿌린 금품만 5천2백억원에 달한다. 이런 비용이 약값에 반영되어 소비자가 입는 피해는 한해 2조원이 넘는다. 선진국과 비교해 보아도 한국의 약값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물가 수준을 고려해 비교해보면 A7(미국,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국가보다 11% 정도 높다. 특히 복제약의 경우에는 오리지널약의 0.86배로 미국의 0.16배, 일본과 독일의 0.33배보다 훨씬 비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제약회사 편에서 약값 인하에 반대하는 의사가 있다. 바로 대한내과학회 소속 의사들이다. 약값이 내리더라도 의사들의 약품 선택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일부 언론은 제약업체들의 로비에 따른 것이 아니냐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제약회사들이 정말 살아남고 싶다면 투명한 가격 경쟁에서 이기면 된다. 이 길만이 진정으로 차세대 바이오 제약 산업을 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국민 건강을 위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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