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 45.3점, 지지도 또 미끄럼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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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 추석을 맞아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올림픽이 끝나자 다시 떨어져 27.4%에 그쳤다. 또, 불교보다 천주교 신자들이 현 정부에 더 비판적이었다.

▲ 지난 9월2일 방송의 날 축하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두번째).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약칭 평통) 이기택 수석부의장에게 임명장을 주었다. 1992년 민주당 대표, 1997년 한나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회 의장, 2000년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지낸 그는 ‘흘러간 정계 거물’이다. 1937년생으로 대통령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이자 고려대를 졸업한 그가 평통 수석부의장이 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날, 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한 전직 의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언제 때 인물인가. 원칙도 없고 감동도 없다.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니 민심이 떠난다. 이제는 도대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조차도 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곤 한다. 이렇게 가면 다시 위기를 맞을 것이다.”

민심은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촛불 집회와 올림픽 이후, 민심은 다시 한 번 변화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추석을 계기로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민심 흐름을 알아보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9월2일 실시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하락했다. ‘매우 잘하고 있다’와 ‘대체로 잘하고 있다’를 합친 것이 27.4%,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와 ‘매우 잘못하고 있다’를 합친 것이 62.0%로 조사되었다.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운영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잘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특히 ‘매우 잘못하고 있다’라고 답한 사람이 19.2%나 되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올림픽이 진행될 때는 30% 전후였다. 그때는 올림픽이라는 외부 요인 때문에 이유 없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 굵직한 정책 이슈를 가지고 흐름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지지도가 상승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TKᆞPK 균열…40대 여론 어디로 흐르느냐가 중요 변수

이대통령의 지지도가 세대별·지역별로 뚜렷하게 분화 현상을 보이는 부분은 향후 정치 지형도의 변화와 관련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대별 전선은 50대를 기준으로 50대 이상과 50대 이하로 갈라졌다. 50대 이상은 다른 세대에 비해 10% 이상 이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 ‘간첩 사건’ 등 보수층을 잡기 위한 현 정권의 이른바 ‘집토끼 전략’이 일정 정도 먹히는 징표라고 볼 수 있다. 반면 20~30대는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40대는 20~30대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강도가 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로 미루어보면 앞으로의 승부는 ‘40대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정책 기조에 불만을 보이면서도 강한 비판에 합류하기를 주저하는 40대가 50대 이상의 흐름에 합류할 경우, 이대통령의 지지도는 상승할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도저히 안 되겠다’라는 평가와 함께 등을 돌릴 경우 현 정권은 예상보다 빠르게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40대의 판단 기준은 ‘경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도 이미 어느 정도 분화가 이루어졌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은 물론 충청 지역까지 돌아섰다. 호남을 제외하면 충청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지지도가 10% 이상 낮았다. 자유선진당이라는 정당의 존재보다는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에서 보듯 지역 발전에 대한 불안감과 근·현대사박물관 대전 건립 공약 불이행, 행정도시 예산 삭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조사 결과로 보면 이른바 ‘충청 홀대론’이 먹혀들어가는 분위기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분화 현상도 재미있다. 부산·경남은 대구·경북보다 이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10% 가까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것이 최근 점차 발언 수위를 높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지난 총선에서 거세게 불었던 ‘박근혜 바람’의 힘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점점 뚜렷해지는 영남권의 균열은 향후 펼쳐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눈여겨볼 만한 대목임에 틀림없다. 호남과 충청 그리고 부산·경남의 이반 현상은 모든 항목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대목이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니 천주교 신자들이 이대통령에 가장 비판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잘하고 있다’가 24.4%, ‘잘못하고 있다’가 63.3%로 나타났다. 직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화이트칼라층에서 비판적인 답변이 많이 나왔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은 지금 거의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정치컨설팅업체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모든 것이 하반기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면 지지도가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여권은 당장 경제적인 성과를 올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이념적인 대립 구도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간첩 사건 비슷한 일들이 더 터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8월25일 오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대표(오른쪽)와 원혜영 원내대표(왼쪽)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이명박 정부의 지난 6개월 동안을 100점에서 0점까지의 점수로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낙제점이 나왔다. 평균 점수 45.3점. 출범한 지 6개월이 갓 넘은 정권의 성적표라고 보기에는 초라한 점수다. ‘50점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이 45.1%에 달했다. ‘50~59점’을 준 사람은 22.8%였다. 세대별로는 30대,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와 자영업자들이 특히 낮은 점수를 주었다. 먹고살기 힘든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만 50점대 점수를 주었을 뿐 다른 정당 지지자들은 많아야 30점대라고 평가했다. 각종 인사에 대한 실망감과 일관성이 없는 정책, 갈수록 첨예화하는 사회 갈등 속에서 경제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 등이, 국민이 이명박 정부에게 점수를 많이 주지 않는 요인이라고 분석된다.

더불어 제도권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실망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어 신뢰받는 정당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여야의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이 일을 잘하고 있다’라고 답한 사람은 불과 26.1%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더 심각했다. 불과 21.4%가 나왔다. 여야 모두에게 제 역할을 한참 못하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제도 정치권을 상대로 국민이 든 ‘죽비’는 경우에 따라 몽둥이로 변할 수도 있다. 잠재되어 있는 분노와 실망감이, 계기가 주어지면 분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역시 30대와 자영업자·화이트칼라층, 호남·충청과 부산·경남 출신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공안 정국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48.5%

보통 여당이 잘못하면 야당이 반사 이익을 얻기 마련인데, 민주당은 전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의 과반수가 넘는 56.0%도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지난 대선 때 정동영 후보를 찍은 사람의 60.2%도 이런 답을 내놓았다. 이런 비판적인 여론은 20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집토끼’조차 잡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통적인 지지층 상당수가 비판적으로 돌아서면서 결집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좀처럼 지지도가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당들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가’라는 물음에는 한나라당 35.6%, 민주당 16.0%, 민주노동당 5.7%, 자유선진당 3.7%, 친박연대2.6%, 진보신당 2.3%, 창조한국당 1.7% 순으로 나왔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정세균 체제의 민주당이 ‘왜 민주당인가’에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지도 못할뿐더러 내부 단속에 급급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상태라면 민주당은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고 ‘호남당’ 울타리에 갇힐 수 있다. 벌써부터 김근태 전 의원이 중심이 된 ‘민주평화국민연대’와 이해찬 전 총리가 이끄는 연구재단 ‘광장’이 독자적인 움직임을 시작하며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동국대 정치학과 박명호 교수는 “민주당은 개혁적인 방향으로 정체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폴컴의 윤대표는 “여당은 물론 야당도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은 답답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계속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던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움직임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은 또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공안 정국’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 정권이 1970~80년대식 공안 정치를 부활시키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48.5%가 ‘공감한다’라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39.0%로 나타났다. 역시 30대와 화이트칼라층에서 ‘공감한다’라는 답변이 높았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50대와 가정주부들이 중심이었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하는 윤여준 전 의원은 전반적인 민심 흐름과 관련해 “지도자가 국민에게 상황이 어렵더라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외환위기 때는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금반지를 내놓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확신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가 모이지 않는다.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표(가운데)가 지난 8월 부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석 제막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뉴시스

이번 <시사저널> 조사 중에는 ‘차기 대권과 관련해 가장 기대되는 정치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이 있다. 때가 이르기는 하지만 여론의 흐름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2.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월5~9일까지 전문가 1천명을 상대로 진행했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때 박 전 대표는 42.2%를 얻어 ‘차기 대권과 관련해 가장 잠재력 있는 정치인’으로 선정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전문가들보다는 박 전 대표에게 낮은 점수를 준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모든 계층과 지역에서 다른 이들을 압도했지만, 각론을 살펴보면 약한 고리들이 몇 개 있었다.연령별로는 20~30대에서 평균보다 낮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호남 지역의 지지도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직업별로는 학생과 화이트칼라층이, 종교별로는 개신교 신자들이, 교육 수준별로는 대학 재학 이상 층에서 평균보다 낮았다. 대구·경북 지역과 불교 신자, 40대 이상에서 그녀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박 전 대표의 뒤를 이어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7.9%로 2위에 올랐다. 그는 <시사저널>의 전문가 조사에서도 7.5%를 얻어 2위에 올랐었다. 이런 흐름으로 보면 박근혜-정몽준 두 초등학교 동창생(두 사람은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창이다)의 대권 대결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정최고위원은 50대와 충청권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지지에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짧은 정당 경험을 보여주듯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9.9%만이 그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이른바 ‘당심’을 얻기 위한 도정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10.0%가 지지한 반면, 진보신당 지지자의 16.4%가 그를 지지한 것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3위에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올랐고(6.5%), 그 뒤를 정동영 전 의원(4.0%), 문국현 창조한국당 총재(3.6%), 오세훈 서울시장(3.4%), 유시민 전 의원(3.0%),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2.7%), 김문수 경기도지사(1.5%), 강기갑 민주노동당 원내대표(1.2%) 등이 이었다. 전문가 조사와 비교했을 때 이름이 거의 겹친다. 기존 후보군 외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시민 전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강기갑 의원 등이 대중 정치인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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