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구하기’ 화력 쇼인가
  • 김세옥 ( 기자) ()
  • 승인 2008.09.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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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문광부 차관 ‘YTN 발언’에 미디어 업계 뒤숭숭…현실적 저항에 밀려 쉽지는 않을 듯
▲ 9월2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국회 문체관광방통위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소문으로만 떠돌던 YTN 민영화는 끝내 현실화할 것인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공기업 보유 YTN 주식 전체 매각 방침’ 발언 이후 YTN 민영화 문제가 미디어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YTN 민영화가 더 이상 ‘설’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된다는 것은 YTN의 지배 구조가 바뀌는 문제를 넘어 신문·방송 겸영 허용, 공영방송 민영화 등 미디어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사실 YTN 민영화설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문·방송 겸영 공약을 근거로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른바 ‘주요 신문’으로 분류되는 ㄹ사가 한 대기업과 손을 잡고 YTN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현실적으로 살펴보아도 방송 진출을 준비하는 신문들에게 YTN은 매력 만점의 대상이다.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된다 할지라도 신문이 지상파 방송을 인수한다는 것은 비용 면에서도 그렇고 ‘여론 독점’을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YTN의 경우 보도 전문 채널로서 그동안 쌓아온 입지도 탄탄할 뿐 아니라, 경영난의 시기도 이미 지나 흑자의 길을 걷고 있다. 또한, 액면가 1천원대의 주식은 현재 4천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재민 차관이 8월29일 문광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YTN의 공기업 지분은 외환위기 당시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방송의 공공성을 고려해 구제 차원에서 매입했던 것으로, 이제 YTN이 정상화되었을 뿐 아니라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모두 매각하기로 했으며, 어제(8월28일)까지 2만 주(전체 주식의 0.05%)가량을 이미 매각했다”라고 밝힌 직후 해당 발언에 담긴 속뜻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지분 30%만 사들여도 최대 주주 가능해

이를 의식한 듯 신차관은 “특정 신문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다. 장외에서 팔거나 일괄 매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특정 3개 신문에 넘기기 위한 음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장내에서 파는 것이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속도의 문제일 뿐, YTN에 관심이 있는 특정 신문이나 기업 등에게 YTN의 지분 가치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자본금 4백20억원인 YTN의 지분 구도(2008년 6월 기준)는 한전KDN 21.4%, KT&G 19.9%, 미래에셋생명 13.6%, 마사회 9.5%, 우리은행 7.6% 등으로 이 중 미래에셋생명을 제외한 공기업들의 보유 지분율은 58.5%다. 이들 공기업 보유 주식이 장내 매각될 경우 현행 방송법상 특정 기업체가 30% 지분을 사들이기만 해도 YTN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

CJ투자증권의 민영상 연구원은 “YTN의 현재 시가총액(8월29일 기준, 1천8백73억원)을 감안할 때 지분 30%의 가치는 5백억~6백억원 수준으로, YTN 경영권 확보에 관심이 있는 특정 기업 등에게는 매력적인 지분 가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차관이 공기업 보유 YTN 지분매각 방침을 언급하자 주식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지난 9월1일 한때 YTN 주식은 가격 제한 폭인 5천1백2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당장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방송법이 자산 총액 3조원이 넘는 대기업과 신문사, 외국인에 대해서는 뉴스·보도 채널에 대한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기간 동안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신문법·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제를 손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방송계와 언론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및 종합 편성·보도 전문 채널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자산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할 방침이다. 일련의 법제화 작업을 통해 YTN 민영화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신차관의 ‘공기업 보유 YTN 주식 전체 매각 방침’ 발언이 정부·여당의 신문·방송 겸영 추진에 악재가 되면서 YTN 민영화의 속도까지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방송계가 정권의 방송 장악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YTN 민영화와 관련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신차관의 발언은 조금 오버된 측면이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한나라당) 등 여권 관계자들은 현재의 ‘다(多)공영 1민영’ 방송 체제를 ‘1공영 다(多)민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완급 조절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현실적 저항 등을 고려할 때 공영방송 민영화는 성급히 추진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의 미디어 담당 기자는 “여권은 시장주의 미디어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벌써부터 방송 장악 등의 논란이 나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히 움직이려는 분위기다. 그런 만큼 YTN 민영화가 벌써부터 불거지는 것은 악재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YTN 노동조합의 행보도 YTN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이들에게는 악재다. 벌써 석 달 가까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전개해온 YTN 노조는 신차관의 공기업 보유 YTN 주식 매각 발언을 ‘구본홍 사장 구하기용’이라고 보고 있다. 구사장이 ‘YTN 민영화를 막을 적임자’를 자처하며 노조를 설득할 수 있도록 신차관이 도우려고 민영화를 언급했다는 지적이다.

YTN의 한 기자는 “정부가 낙하산 사장을 투하한 데 이어 민영화 협박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흩어졌던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되었다. 정권과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언제든 민영화 협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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