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잘 쓰면 ‘생각대로 되고~’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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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신용카드 소비 문화 변해…‘체리피커’ ‘짤짤이’ ‘굴비 엮기’ 등 신조어도
▲ 마트에서 결제를 할 때마다 사용 금액에 따라 할인 혜택을 주는 신용카드도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물가가 치솟는 요즘 신용카드를 이용해 덜 쓰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알뜰족이 늘어나고 있다. 돈 안 들이고 카드 실적 쌓기를 비롯해 할인과 포인트 적립 동시에 하기, 연회비 안 내고 부가 서비스 이용하기 등 이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다수 카드가 한 달에 10만원 이상 써야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른바 ‘체리피커’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짤짤이’라는 비법을 활용한다. 비씨카드에서만 통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알아두면 유용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비씨카드 홈페이지에서 ‘탑 포인트’를 A카드로 결제한 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씨카드의 B체크카드로 그 탑 포인트를 고스란히 캐시백하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카드 실적을 쌓을 수 있다. 비씨 탑 포인트는 1회에 3만원까지 살 수 있고, 개인당 1개월에 10만원까지 살 수 있다. 캐시백을 신청한 A카드에서는 캐시백 금액만큼 사용 실적이 차감되므로 실적을 쌓을 필요가 없는 카드를 이용해야 도움이 된다.

비씨카드가 제공하는 ‘나누미 서비스’를 이용하면 할인과 포인트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체리피커들은 카드 결제액을 친구와 나눠 낼 수 있도록 하는 ‘나누미 서비스’를 자신의 비씨카드 2장에 적용해 할인과 포인트를 동시에 받는다. 할인 폭이 큰 카드로 결제해 할인을 받고, 청구 금액에 대해 나누미 서비스를 받으면 1~2%의 포인트를 또 받을 수 있다.

카드마다 부가 서비스 달라 꼼꼼하게 살펴야

지난 5월부터 의무적으로 연회비를 내야 하는 조건도 국민은행의 KB카드를 이용하면 피해갈 수 있다. KB카드는 기본 연회비를 카드별이 아닌 회원별로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장의 카드 중 플래티늄이나 골드 등 가장 높은 등급 카드의 기본 연회비만 내면 해당 등급 이하의 카드 연회비는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카드 사용 실적을 회원별로 통합 관리하는 KB카드의 특징을 잘만 이용하면 연회비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즉 기본 연회비만 있는 KB카드를 발급받은 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카드의 연회비 면제 조건을 충족해 다른 카드를 연회비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체리피커들은 이 수법을 ‘굴비 엮기’라고 부른다.

이처럼 현명한 카드 소비자들의 증가에 발맞춰 카드사들도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된 혜택과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미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카드시장에서 누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카드사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정 세대를 공략해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법을 구사하는 카드로는 ‘신한4050카드’를 들 수 있다. 주 소비 계층인 4050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학원·약국·가족보험 등 가정 서비스와 와인·골프·여행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 및 신한카드 캠퍼스 제휴 유명 학원에서 10% 할인은 물론 전국 3천여 곳의 약국에서 5%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전국 1백30여 개 유명 와인바에서 5~10% 할인이 가능하며, 해외 여행 패키지에 대해 3~7% 할인과 3개월 무이자 할부도 가능하다. 여기에 패밀리레스토랑 20% 할인과 전국 테마파크 할인도 더해진다.

여기서 좀더 나아가 카드의 교체 없이 서비스를 원하는대로 변경할 수 있는 카드도 등장했다. ‘IBK 나의 알파카드’가 그것. 이 카드로는 모든 고객에게 기본적으로 공통되는 서비스와 함께 5가지 고객별 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용하다가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고객센터로 전화 한 통만 하면 된다. 기존 카드처럼 탈퇴나 재발급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고객 중심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고객별 서비스로는 4개 할인점과 유치원, 학원에 대해 최대 7%까지 매월 1만원 한도 내에서 할인이 되는 복합형 서비스가 있다. 또 교통·주유 서비스는 철도, 고속버스, 택시 및 4대 할인점에서 최고 7%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이밖에 금융 서비스로는 송금, 현금인출 수수료 등을 면제받을 수 있다. 공통 서비스로는 GS 주유소에서 ℓ당 60원 할인을 받는 것을 비롯해 씨즐러·불고기 브라더스 20% 할인, 롯데시네마 2천원 현장 할인,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50% 할인 서비스가 있다.

▲ 기업은행이 발급하고 있는 ‘IBK 나의 알파카드’(오른쪽)는 카드 교체 없이 서비스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왼쪽은 홈플러스 현대카드M 출시 광고.
고유가와 고물가라는 시기적 상황을 반영한 카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할인 혜택을 좇아 고객들이 쉽게 이동하는 국내 카드시장의 성격을 반영해 고안한 카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유 특화 신용카드로 ‘S-OIL KB카드’를 들 수 있다. 3개월 동안 월평균 30만원 이상 쓰면 에쓰오일 주유소에서 주유할 때 ℓ당 80원을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매월 7, 17, 27일에는 ℓ당 100원씩 포인트를 쌓아준다. 기업은행의 ‘제로팡팡 카드’도 특정 날짜인 매월 10, 20, 30일에 현대오일뱅크에서 주유하면 ℓ당 100원 할인과 0.5% 현대 오일뱅크 보너스 포인트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자동차 보험료를 깎아주는 신용카드도 쏟아지고 있다. 신한카드의 ‘이유다이렉트 신한카드’는 흥국쌍용화재 자동차보험 계약자의 보험료를 3만원 할인해준다. ‘교보AXA 롯데카드’와 ‘대한화재하우머치 롯데카드’도 보험료를 2만~3만원 깎아주며, 신규 가입시 처음 연회비는 면제해준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와 메리츠화재 다이렉트 보험에 가입하면 ‘KB포인트리 카드’로 보험료 2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마트에서 한 달 최대 20만원 할인 혜택도

고유가에 따라 생필품의 가격 또한 덩달아 오르자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할인마트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카드들도 등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마트 KB카드’가 대표적이다. 월 평균 결제 금액이 30만원 이상이면 5%, 60만원 이상이면 7%, 90만원 이상이면 10%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할인해준다. 한 달에 최대 2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다른 대형 할인점 할인카드에 비해 할인 한도액이 큰 편이다.

현대카드 H도 이마트를 비롯한 4개 할인점에서 전월 사용 금액이 30만원 이상이면 3천원, 60만원 이상이면 6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V도 최고 5%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카드 발급시 2만원 할인 쿠폰도 지급된다. 이밖에 외환은행의 ‘홈플러스 외환카드’로 홈플러스에서 결제하면 매월 4회까지 이용액의 5%를 할인받을 수 있다. 농협의 옴니 하나로RF 카드를 이용하면 농협 판매장에서 5%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단기적인 시기성을 살려 추석 맞이 이벤트를 실시하는 카드사들도 많다.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경품행사의 성격이 강하다. KB카드는 9월1일부터 전국 CGV, 롯데시네마 전 상영관에서 결제한 20만명에게 1년 영화예매권, 포인트 5만점, 콤보세트 등을 증정한다. 또 12일부터 19일까지 3만원 이상 사용한 전표의 승인번호로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1만1천5백명에게 전표 금액의 10~100%를 현금 캐쉬백 또는 포인트 1천점을 적립해준다. 응모 고객 중 추가 추점을 통해 5백명에게 W호텔 숙박권과 KB기프트카드 5만원 등의 경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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