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신용카드 소비 문화 변해…‘체리피커’ ‘짤짤이’ ‘굴비 엮기’ 등 신조어도
물가가 치솟는 요즘 신용카드를 이용해 덜 쓰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알뜰족이 늘어나고 있다. 돈 안 들이고 카드 실적 쌓기를 비롯해 할인과 포인트 적립 동시에 하기, 연회비 안 내고 부가 서비스 이용하기 등 이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대다수 카드가 한 달에 10만원 이상 써야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른바 ‘체리피커’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짤짤이’라는 비법을 활용한다. 비씨카드에서만 통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알아두면 유용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비씨카드 홈페이지에서 ‘탑 포인트’를 A카드로 결제한 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씨카드의 B체크카드로 그 탑 포인트를 고스란히 캐시백하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카드 실적을 쌓을 수 있다. 비씨 탑 포인트는 1회에 3만원까지 살 수 있고, 개인당 1개월에 10만원까지 살 수 있다. 캐시백을 신청한 A카드에서는 캐시백 금액만큼 사용 실적이 차감되므로 실적을 쌓을 필요가 없는 카드를 이용해야 도움이 된다.
비씨카드가 제공하는 ‘나누미 서비스’를 이용하면 할인과 포인트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체리피커들은 카드 결제액을 친구와 나눠 낼 수 있도록 하는 ‘나누미 서비스’를 자신의 비씨카드 2장에 적용해 할인과 포인트를 동시에 받는다. 할인 폭이 큰 카드로 결제해 할인을 받고, 청구 금액에 대해 나누미 서비스를 받으면 1~2%의 포인트를 또 받을 수 있다.
카드마다 부가 서비스 달라 꼼꼼하게 살펴야
지난 5월부터 의무적으로 연회비를 내야 하는 조건도 국민은행의 KB카드를 이용하면 피해갈 수 있다. KB카드는 기본 연회비를 카드별이 아닌 회원별로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장의 카드 중 플래티늄이나 골드 등 가장 높은 등급 카드의 기본 연회비만 내면 해당 등급 이하의 카드 연회비는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카드 사용 실적을 회원별로 통합 관리하는 KB카드의 특징을 잘만 이용하면 연회비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즉 기본 연회비만 있는 KB카드를 발급받은 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카드의 연회비 면제 조건을 충족해 다른 카드를 연회비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체리피커들은 이 수법을 ‘굴비 엮기’라고 부른다.
이처럼 현명한 카드 소비자들의 증가에 발맞춰 카드사들도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된 혜택과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미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카드시장에서 누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카드사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정 세대를 공략해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법을 구사하는 카드로는 ‘신한4050카드’를 들 수 있다. 주 소비 계층인 4050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학원·약국·가족보험 등 가정 서비스와 와인·골프·여행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 및 신한카드 캠퍼스 제휴 유명 학원에서 10% 할인은 물론 전국 3천여 곳의 약국에서 5%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전국 1백30여 개 유명 와인바에서 5~10% 할인이 가능하며, 해외 여행 패키지에 대해 3~7% 할인과 3개월 무이자 할부도 가능하다. 여기에 패밀리레스토랑 20% 할인과 전국 테마파크 할인도 더해진다.
여기서 좀더 나아가 카드의 교체 없이 서비스를 원하는대로 변경할 수 있는 카드도 등장했다. ‘IBK 나의 알파카드’가 그것. 이 카드로는 모든 고객에게 기본적으로 공통되는 서비스와 함께 5가지 고객별 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용하다가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고객센터로 전화 한 통만 하면 된다. 기존 카드처럼 탈퇴나 재발급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고객 중심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고객별 서비스로는 4개 할인점과 유치원, 학원에 대해 최대 7%까지 매월 1만원 한도 내에서 할인이 되는 복합형 서비스가 있다. 또 교통·주유 서비스는 철도, 고속버스, 택시 및 4대 할인점에서 최고 7%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이밖에 금융 서비스로는 송금, 현금인출 수수료 등을 면제받을 수 있다. 공통 서비스로는 GS 주유소에서 ℓ당 60원 할인을 받는 것을 비롯해 씨즐러·불고기 브라더스 20% 할인, 롯데시네마 2천원 현장 할인,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50% 할인 서비스가 있다.
자동차 보험료를 깎아주는 신용카드도 쏟아지고 있다. 신한카드의 ‘이유다이렉트 신한카드’는 흥국쌍용화재 자동차보험 계약자의 보험료를 3만원 할인해준다. ‘교보AXA 롯데카드’와 ‘대한화재하우머치 롯데카드’도 보험료를 2만~3만원 깎아주며, 신규 가입시 처음 연회비는 면제해준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와 메리츠화재 다이렉트 보험에 가입하면 ‘KB포인트리 카드’로 보험료 2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마트에서 한 달 최대 20만원 할인 혜택도
고유가에 따라 생필품의 가격 또한 덩달아 오르자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할인마트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카드들도 등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마트 KB카드’가 대표적이다. 월 평균 결제 금액이 30만원 이상이면 5%, 60만원 이상이면 7%, 90만원 이상이면 10%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할인해준다. 한 달에 최대 2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다른 대형 할인점 할인카드에 비해 할인 한도액이 큰 편이다.
현대카드 H도 이마트를 비롯한 4개 할인점에서 전월 사용 금액이 30만원 이상이면 3천원, 60만원 이상이면 6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V도 최고 5%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카드 발급시 2만원 할인 쿠폰도 지급된다. 이밖에 외환은행의 ‘홈플러스 외환카드’로 홈플러스에서 결제하면 매월 4회까지 이용액의 5%를 할인받을 수 있다. 농협의 옴니 하나로RF 카드를 이용하면 농협 판매장에서 5%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단기적인 시기성을 살려 추석 맞이 이벤트를 실시하는 카드사들도 많다.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경품행사의 성격이 강하다. KB카드는 9월1일부터 전국 CGV, 롯데시네마 전 상영관에서 결제한 20만명에게 1년 영화예매권, 포인트 5만점, 콤보세트 등을 증정한다. 또 12일부터 19일까지 3만원 이상 사용한 전표의 승인번호로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1만1천5백명에게 전표 금액의 10~100%를 현금 캐쉬백 또는 포인트 1천점을 적립해준다. 응모 고객 중 추가 추점을 통해 5백명에게 W호텔 숙박권과 KB기프트카드 5만원 등의 경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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