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문제 해결 ‘아소’에게 맡겨?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08.09.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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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총리 사임’ 이후 자민당, 돌파구 찾기 고심
▲ 지난해 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했던 후쿠다 야스오 총리(사진 왼쪽)와 아소 타로 자민당 간사장. 당시 후쿠다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다. ⓒ로이터

일본 최고의 리더가 또다시 직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9월2일 저녁 후쿠다 총리가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그는 사임의 변을 통해 “국민 생활을 생각할 때 현 상황을 정리하고 국회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롭게 진용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참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인 민주당을 의식한 듯 “내가 총리로서 순조롭게 계속 가는 것이 좋은지, 나의 경우 지지율의 문제도 있다. 내가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더 낫겠다. 나 자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결단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후쿠다 총리는 지난 8월29일 종합 경제 대책을 세운 후 당일 연립정권인 공명당의 오타 대표와 민생 시찰을 했다. 9월12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신테러 대책 특별조치법 개정안, 소비자청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강한 의욕을 보여왔으며, 가능하면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일정을 연기하고자 했던 정황 등을 감안할 때 갑작스런 사임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난제 산적한 상황에서 사임…차기 총리에 아소 타로 유력

사임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먼저 야당인 민주당이 참의원에서 다수당이기 때문에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휘발유세, 잠정 세율 유지를 위한 세제 관련 법안, 일본은행 총재 인사 등의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입법화되지 못했다. 당내의 복잡한 기류도 한 원인이다. 후쿠다 총리의 지지율 하락으로 당내에서 차기 총선은 후쿠다 간판으로는 치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연립정권인 공명당도 내년 여름에 있을 도쿄도 의회 선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연말연시에 국회를 해산하고 간판 스타(총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임시국회를 앞두고 서둘러 사임을 발표한 이유는 지난해 가을 임시국회 중에 아베 전 총리가 사임해서 국회가 공전했던 데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아베 전 총리가 느닷없이 사임했을 때 역시 관록의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따라서 절대적인 지지 속에서 후쿠다 총리가 등장했다. 그러나 신중하고 노련한 후쿠다 총리도 결국은 정국의 난맥상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 같다. 아베와 후쿠다, 두 사람 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점, 9월에 사임한 점, 그리고 2세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임에 대해 야당은 한마디로 무책임한 처사라며 비난했다. 민주당 간사장인 하토야마 유기오 씨는 “본래 국민의 신임을 묻고 나서 새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에 임해야 한다”라며 압박했다.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의 목소리도 높다. “기대 이하의 정치다” “사임할 생각이면 왜 내각을 개편했는지 알 수 없다”라는 반응이다. 야스다 투자회사의 쓰치야 씨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기를 살리는 데 최우선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번 총리 사임으로 자민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자민당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난제가 산적하다. 경기 침체, 원유가 및 원재료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난국을 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도로특정재원의 일반 재원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즐비하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9월22일로 예정되어 있다. 현 간사장인 아소 타로 씨가 가장 유력하다. 고이즈미 지지 성향의 젊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성장관을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외에도 이시하라 노부데로, 노다 세이코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누가 되건 국민의 관심사는 민생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기름 값을 내려달라” “물가를 잡아야 한다” “경기를 살려야 한다”라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고이즈미 전 총리의 개혁 정책을 승계할 것인가, 수정할 것인가가 오는 9월22일 있을 자민당 선거의 초점이 되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론자로 알려져 있는 아소 간사장은 “재정 재건보다는 경기 대책이 우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의 국회 해산과 총선거 일정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크게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신임 총리의 신선함이 가시기 전에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경우 10월 하순께에 총선거가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새로 선출되는 총재가 정액 감세 법안, 2009년도 예산안 처리 등 구체적인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준 뒤 해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되면 11월23일에서 30일 사이에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에서는 조기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동우회의 사쿠라이 대표간사는 “지난해 9월 사임한 아베 전 총리나 후쿠다 총리의 공통점은 선거에 의해 민의를 얻지 않았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차기 총리는 적절한 시점에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라고 했다.

차기 총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되느냐 여부에 따라 일본 정국이 크게 요동할 수도 있다. 현재 참의원의 경우는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민주당은 현 오자와 대표가 차기 대표로 결정되었다.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이기면 완전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 국민 사이에서는 ‘이제 한 번쯤 바꿔도’라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자민당의 총리를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는 바로 야당 대표인 오자와 씨와의 승률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자민당에 실망의 목소리 커져…경제 살리기 여부가 중의원 선거 좌우

후쿠다 총리의 사임으로 차기 총리의 외교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시아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중시한 후쿠다 총리의 외교 노선이 불투명하게 되었다. 오는 9월21일 고베에서 개최하고자 했던 한·중·일 정상회담도 어렵게 되었다.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해 야기된 한·일 간의 갈등 문제가 오는 11월에 있을 고등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에 어떻게 표기되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새로운 물꼬를 열었던 북·일 관계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8월 북·일 간의 실무자 협의에서 제재 조치 일부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납치 문제의 재조사를 약속했던 북한도 당분간 관망할 것이 뻔하다. 아울러 그동안 후쿠다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인도양에서의 자위대의 급유 활동 기한 연장에 대해 차기 총리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가 미·일 간의 당면 과제다.

지난 9월2일 도쿄 증권시장에서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주식들이 오르고 만화 주문이 쇄도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서 아소 타로가 유력하다는 의미다. 그는 경제 재정상, 총무상 등 경제 각료로서 경험을 거치기는 했으나 경제 업적에서 눈에 띄는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경제 살리기를 원하는 국민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가 중의원 선거의 초점이 되고 있다. 민생 제일 정치는 정권과 국가를 떠나 정치의 본질임을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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