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는 ‘고딩’이 책임진다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08.09.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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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출장만으로도 ‘가문의 영광’ 풍부한 인프라ᆞ열정이 밑거름 역할
▲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한신 고시엔 구장(왼쪽). 보스톤 레드삭스에서 활약 중인 마쓰자카 선수(아래)도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한 투수 출신이다. ⓒ도쿄통신 ⓒEPA

베이징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일본은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특히 경기 전부터 호시노 감독이 금메달을 따겠다고 호언 장담했고, 사람들이 금메달 아니면 은메달 정도는 반드시 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은 쉽게 식지 않고 있다. 호시노 감독은 패배 후 “금메달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죄송하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패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했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공보다 크고 무게가 다른 국제공인구에 익숙지 못해 투수의 제구력이 떨어졌다’ ‘볼의 힘이 떨어진 이와세를 투수로 기용했기 때문이다’ ‘호시노 감독이 과거처럼 공격적이지 못했다’ 등등. 유니스 사의 직장 야구팀 투수 출신인 사사키 씨는 “이번에 올림픽에 출전한 한 사람 한 사람 다 우수한 선수다. 하지만 전혀 팀워크가 되어 있지 않았다. 금메달을 딴 소프트볼을 보라. 일치단결해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대체적으로는 호시노 감독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실력보다는 본인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중심으로 선수를 선발했다는 것이다. 코치인 야마모토 씨와 타부치 씨도 호시노 감독과 아주 친한 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 교체 등 껄끄러운 얘기를 할 수 없는 관계였으며, 결과적으로 불행한 결과를 낳았다.

일본 국민 “호시노 감독에 문제 있어 노메달 수모”

특히 호시노 감독이 한동안 현역에서 물러나 있다가 대표팀을 맡아서인지 감각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일본 야구의 패배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일본 사람들의 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휴일에는 집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캐치볼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운동 선수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야구 선수라고 답한다. 야구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1936년 도쿄의 자이언츠와 오사카 타이거즈 두 팀으로 시작한 이래 일본 야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인기를 더해오고 있다. 야구 시즌이 되면 주중에도 그렇지만 주말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기 위해 친구끼리, 연인끼리, 직장 동료끼리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일본 프로야구는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로 나뉜다. 센트럴리그에는 이승엽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비롯해 한신 타이거즈 등 여섯 개 팀이 있다. 퍼시픽리그에는 소프트뱅크 혹스 등 여섯 개 팀이 있다. 양 리그를 포함해서 선수가 1천여 명이 넘는다.

이러한 일본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원동력은 바로 고교 야구다. 고교 야구팀은 전국적으로 약 4천개가 넘는다. 고교 야구의 꽃은 바로 한신 고시엔에서 개최되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다. 고시엔 대회는 올해로 90회를 맞이했다. 매년 한여름에 펼쳐지는 고시엔 대회는 전국의 고교 야구뿐만이 아니고 야구 애호가들에게도 한여름 축제다. 일본 전국 도·부·현 47개 지역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1개의 지역 대표팀들이 고시엔에서 자웅을 겨룬다. 야구 선수들이 가장 동경하는 것이 바로 고시엔 구장을 밞는 것이다.

미국에 진출해서 활약하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괴물 투수 마쓰자카 선수도 바로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한 투수 출신이다. 시애틀 마리너스의 이치로 그리고 뉴욕 양키스의 마츠이 선수도 모두 고시엔에서 꿈을 이룬 선수들이다. 고시엔 대회 출장은 개인과 야구부의 명예에 그치지 않는다. 출전했다는 자체만으로 해당 학교는 유명해진다. 예를 들면 와카야마 현의 치벤 와카야마 고교의 경우 무명 학교였으나 고시엔에 출장함으로써 일약 유명 고교가 되었다.

47개 지역 예선 거쳐 본선만 진출해도 유명세 타

학교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마케팅이다. 따라서 우수한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준다. 수업료나 기숙사 따위를 전부 면제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우승이라도 하면 개인, 야구부 그리고 해당 학교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어 일약 스타가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고시엔 대회에 출장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약한 고교로 소속을 옮기는 선수도 있다. 규모가 크고 야구팀이 강한 현에 속해 있으면 현 내 예선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와 무관하게 소년 야구팀을 만들어 실력을 키운 뒤 고교팀에 트레이드하는 감독도 있다. 일종의 비지니스다. 이처럼 고교 야구가 인기가 높은 것은 한마디로, 필사적이고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성장한 고교 야구 선수들이 대학으로, 프로로 간다. 대학 야구는 명문 사학인 와세다 대학과 게이오 대학 간의 대회가 발전해 현재는 도쿄 내 여섯 개 대학전으로 발전했다. 여섯 개 대학은 와세다·게이오·도쿄·닛쿄·메이지·호세 대학이다.

일본 야구에는 리틀야구, 중학교팀, 고등학교팀, 대학교팀, 논프로(non-pro)팀, 프로팀이 있다. 논프로팀의 경우 과거에는 인기가 대단했으나, 1990년대 버블 붕괴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줄어들었다. 돔구장은 도쿄의 요미우리 자이언트 구장을 비롯해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홋카이도 지역에 있다. 야구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야구를 원하는 경우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환경이 야구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풍부한 인적 자원과 야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뛰어난 시설이 있기에 일본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 지금도 야구가 패한 원인에 대한 분석이 계속 이어지고 대책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관심과 애정이 일본 야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유지되는 비결이다.

양적으로나 시설적인 면에서나 우리 야구는 일본의 야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본은 일찌감치 내년 3월에 있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 타도’를 기치로 내걸고 아마 미국에서 활약하는 일본의 에이스 선수들(마쓰자카·이치로·마츠이 선수 등)을 대거 불러모을 것이다.

일본은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좋은 나라 중 하나다. 발전의 원동력은 남의 좋은 것을 받아들여 더 나은 것을 만드는 데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야구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일치단결했다. 제2회 WBC에서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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