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보다는 염증 억제에 목표 둬… 지금은 골프도 친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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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투약으로 새 삶 찾은 김영희씨
▲ 손으로 컵도 잡지 못했던 김영희씨가 화분에 물을 줄 수 있게 된 것은 꾸준한 치료의 결과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김영희씨(55ㆍ여)는 약 35년 동안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렸다. 당시에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어 진통제로 간신히 버텨오다가 최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건강한 생활을 되찾았다. 김씨는 “온몸 관절이 쑤시고 40℃가 넘는 고열이 났다. 처음에는 몸살인 줄 알았다. 증세가 계속되어 일반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그냥 신경통이라고 했다. 신경통 약을 먹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결석을 밥 먹듯이 하며 학교도 겨우 졸업했다. 그 후 서울대병원에서 진단한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판정받았다. 그때만 해도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말이 없었던 시절이어서 뾰족한 치료법도 없었다”라며 고통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류마티스에 대한 정보조차 없었던 시절이라서 용하다는 민간요법은 다 써보았다. 김씨는 “고양이부터 뱀까지 안 먹어본 것이 없고 침이나 뜸도 써보았으나 그때뿐이었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질환의 원인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치료제가 없고 완치보다는 염증 억제에 목표를 두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라는 사실을 알았다”라고 설명했다. 결혼 후 출산으로 증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체내 호르몬 균형이 임신과 출산으로 깨진 것이다. 김씨는 “병원에서도 증세가 더욱 심해질 테니까 출산을 말리기까지 했다.

역시 출산 후 통증은 정말 참기 힘들 정도로 심해졌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팔 관절이 굳어졌다. 출산 후 3년째에 손가락과 손목 관절에 변형이 생겼다. 고열로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이 가족까지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고통을 배가시켰다. 김씨는 “암은 죽으면 끝난다. 하지만 이 병은 죽지도 못하고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한다. 그런 생각에 싸이다 보니 잠 못 이룬 날이 많았다”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1990년 어느 날 우연히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신문 칼럼을 보았다. 김씨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김호연 강남성모병원 내과 교수가 쓴 칼럼이었다. 망설일 것도 없이 김교수를 찾아 지금까지 그에게서 치료받고 있다”라고 말했다.면역억제제를 쓰면서 치료를 받았다.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증세가 완화되었다. 김씨는 “현재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고 1주일에 한 번 주사도 맞는다. 물통 뚜껑도 잘 열지 못할 정도여서 정상인보다는 살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적극적인 치료 덕에 예전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운동은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골프도 칠만큼 활력이 넘친다”라고 했다.

쪼그려서 걸레질을 하거나 일부 동작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조금만 힘을 빼면 컵을 떨어뜨려 깨기도 한다.그렇지만 과거에 비하면 이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김씨는 “병이 너무 고통스럽고 오랜 기간 지속되니까 환자가 스스로 치료제를 찾기도 하고 용량을 무리하게 늘려 사용하기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의사를 믿어야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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