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이전 어린이 심신장애 확률 80%”
  • 김범규 (메디컬투데이 기자) ()
  • 승인 2008.09.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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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사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들 어떤 것이 있나
▲ 길을 걸으면서까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현대인들. 휴대전화 유해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연구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AP연합

잠잘 때를 빼고는 하루 종일 가장 많은 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람과 함께 있는 휴대전화가 그 주인을 공격한다면?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가 아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이 바로 이같은 발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전자파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꽤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모호한 결론으로 끝나 잔뜩 기대했던 사람들을 번번이 실망시켜왔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연구는 있다. 지난 5월 미국 UCLA 대학과 덴마크 아르후스 대학 공동 연구팀이 1990년대 이후 출산한 덴마크 여성 1만3천1백59명을 조사한 결과 임신 중 휴대전화를 하루 2~3회 사용한 여성에게서 출산한 아이가 주의력 결핍과 감성 장애, 과민성 행동 등 심신상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연구팀은 아이가 7세 이전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심신 장애를 겪을 확률이 80%까지 높아진다고 밝혀 불안감을 한껏 증폭시켰다.

두통•피로 증상은 기본, 암•뇌종양 유발 보고도 잇따라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의하면 주로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배양(cell culture)을 대상으로 총 2백75건의 연구가 수행되어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기서는 전자파(EMF)에 의한 영향이 없었다는 보고가 많으나 생체 내(in vivo) 연구나 역학 연구와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양성의 결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파 노출에 따른 중국 햄스터의 난소 활동성(Activity) 증가와 관련된 흑색종의 증가, 2천4백50MHz 전자파 노출에 따른 림프 세포와 단핵 세포의 영향, 적혈구의 세포막 손상, 염색체 이상 증가, 일차 배양된 인체 말초혈액 림프구의 염색체 이상, 마이크로파 노출에 세포 실험에서의 증거, 8백35MHz 전자파 노출에 따른 세포 증식 및 DNA 합성 증가, 세포 형태 변형 초래, 77GHz노출에 따른 염색체 이상 등 약 20건의 연구에서 전자파 노출에 따른 영향이 보고되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동물 실험보다는 인종, 수면, 흡연, 음주, 식습관 등을 고려한 사람을 두고 한 역학조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는 주로 9백MHz 전자파 노출에 따른 청력·뇌혈류·혈압·인식·기억력 변화, DNA 손상, 면역기능 변화, 눈 영향, 두통, 호르몬 변화, 민감증, 산화 스트레스, 뇌파 영향과 같은 연구가 총 2백51건이 수행되었거나 수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영향이 없음을 보고하고 있는 반면 두통 증상호소와 관련된 연구에서는 호주의 휴대전화 사용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각 증상 조사(1998년)에서 연구 대상의 80%가 두부, 비정형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2000년 노르웨이와 스웨덴 휴대전화 사용자 1만7천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자각 증상 조사에서는 두통 증상을, 2001년 노르웨이와 스웨덴 휴대전화 사용자 8천8백79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자각 증상 조사에서는 귀 뜨거워짐, 두통, 피로 증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한편 국내에서 수행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건장한 자원자 2백명(남자: 1백15명, 여자: 85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자각 증상 연구(2002년)에서도 30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남자들에게 유의한 관련이 있었으며, 이 결과는 선행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본격적인 역학조사는 2000년부터 13개국(호주,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뉴질랜드, 영국)이 참여하는 국제 다국 간 환자-대조군 역학 연구 형태로 진행되어 2003년도에 1차 연구가 종료되었다.

국제 공동 역학 역구의 가장 큰 관심은 이동전화의 저주파 전자파가 암, 특히 뇌종양을 유발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최근 들어 일부 결과가 발표되었으며 관련성이 없거나 제한적인 부분에서 관련성을 제시하면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되었다. 이렇게 휴대전화와 관련돼 전세계적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스웨덴 오레브로 대학병원의 하델 박사는 휴대전화 통화 부위와 종양 부위가 일치한다고 발표하면서 또 한 번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7년 1월~2000년 6월까지 20~80세의 휴대전화(디지털) 사용자와 뇌종양 위험 관련성 연구 수행을 위해 뇌종양 환자 5백58명과 대조군 5백81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 종양 발생 부위와 통화 부위가 일치할 경우 악성 뇌종양의 위험 비율이 높아진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성산업의학연구소 박희찬 수석연구원(전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왼쪽에 종양이 있는 사람이 왼쪽으로 통화할 경우 뇌종양의 발생률이 높아짐을 의미한다”라고 보충 설명했다. 그리고 2004년 20~80세의 뇌종양 환자 1천4백29명과 대조군 1천4백70명을 대상으로 아날로그, 디지털, 무선전화기 사용자들에서 연령 분포별 통화 부위와 종양 부위가 일치한 경우 5년 이상 사용한 20~29세 집단이 OR=4.30(CI=1.22-15)으로 뇌종양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해 전자파 인체 영향 역학조사시 청소년 시기의 노출 정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2005년에는 도시나 시골 같은 거주지 변수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휴대전화는 시골과 산에서 훨씬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로서 시골에서는 휴대전화 기지국의 위치가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주파수를 발송해 내뿜는 출력의 양이 도시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시골 거주자의 경우 3년 이상 휴대전화 사용시 도시 거주자에 비해 뇌종양이 발병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으며, 5년 이상 사용할 경우 뇌종양 발생 가능성이 5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내 역시 휴대전화 사용자의 불안감 증대로 인해 1999년 역학연구 기반 조사가 시작되어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의 역학연구진에 의해 2002년부터 연구가 진행되었다.

▲ 휴대전화 전자파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ITAR-TASS

내장 안테나가 전자파 감소시킨다는 주장에 전문가들 “근거 없다”

박희찬 수석 연구원은 “국내 연구는 아직 연구 대상 뇌종양 발생건수를 비교했을 때 부족한 상태이다. 핀란드의 경우 5백만명 인구 대비 모집단이 몇 만명인 것에 비해 국내는 인구 5천만명 대비 겨우 70명의 연구 대상자를 상대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학계의 공식적인 입장은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해 100% 안전하다고 말하지 말자’라는 것이며 어떤 노출에 의해 발암물질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을 상기할 때 지속적인 연구 수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 연구에서도 DNA 분석과 면역기능 변화 분석시 훗날 뇌종양으로 갈 수 있는 초기 반응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지표가 결과로 나와 WHO에 보고된 바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연구에서 자각 증상 결과 남자들이 두통을 호소해 휴대전화와 두통이 연관 있는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했다. 또한 국내 연구진들은 휴대전화가 디지털화될수록 주파수가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대표적 이동통신사인 A사는 주파수가 8백Hz, B사는 1천8백Hz로 각 업체마다 ‘전자파를 감소시키는 내장 안테나가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전문가들은 일축했다. 또 요즘 나오는 최신 휴대전화는 ‘모두 안테나가 내장되어 있어 안테나로 인해 뿜어져나오는 전자파는 줄었다’라고 이동통신사들은 말하지만, 이것 역시 디자인과 관련한 상술일 뿐 근거 없는 얘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휴대전화 사용자와 뇌종양 위험 관련성 연구 결과, 종양 발생 부위와 통화 부위가 일치할 경우 악성 뇌종양의 위험 비율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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