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방패막이일까 내부 걸림돌 될까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09.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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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에도 ‘도마’에도 오르는 페일린의 가족
▲ 9월3일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왼쪽 두 번째)가 가족들과 함께 연단에 올랐다. ⓒ로이터
페일린은 남편과 2남3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페일린의 대가족은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에게 동질감을 주고 있다. 특히 알래스카 원주민 출신이며 석유회사 노동자인 남편과 벌인 사랑의 도피 행각, 이라크로 파병되는 장남,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생후 5개월 된 막내아들은 페일린의 이미지를 상승시켜주는 든든한 정치적 방패막이다.

하지만 반대로 독이 될 소지도 다분하다. 언론들은 철저한 검증을 위해 가족사를 파헤치고 있다. 우선 여동생을 둘러싼 직권남용 의혹이 불거졌다. 페일린이 여동생의 전 남편인 경찰관을 해고하도록 주 경찰국장에게 압력을 가했지만 거부해 해고했다는 내용이다. 해고된 경찰국장은 페일린을 고발했고, 민주당 주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미국 알래스카 주 의회의 공화당 의원 5명은 지난 9월16일 이에 대해 주 의회의 조사 중지를 요구하며 주 재판소에 제소했다. 한 의원은 “조사에는 정치적인 저의가 깔려 있다”라며 민주당 주도의 조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페일린의 부통령 지명 전인 지난 7월에는 공화당 역시 조사 실시에 동의하고 있었고, 불과 2개월만에 그 방침은 전환되었다.

그녀의 남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13일에 페일린이 주지사의 권력을 이용해 친구들의 일자리를 알아봐준 일, 14일에 남편인 토드 페일린이 회의에 참석하는 등 주지사 업무에 개입했고 어려운 일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일린이 알래스카 주지사로 근무하면서 가족들의 여행비와 숙박비로 총 4만3천여 달러의 주 재정을 사용한 것을 밝혀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페일린이 공직 생활 중 가족 사랑(?)이 너무 과해 공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일린은 미국의 보수를 대변하며 부통령 후보로 선택되었지만 삶에서는 다른 모습이 발견된다. 낙태 반대, 줄기세포 연구 반대, 창조론 교과서 등재 등을 주장하며 기독교적 가치와 보수파의 이념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페일린은 혼전 임신으로 25살 때 첫 아이를 낳았고 그녀의 17세 된 고교생 딸도 현재 임신 5개월째이다. 혼전 순결과 금욕주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공화당 보수파들의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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