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밤까지, 그 하루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9.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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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의 잡담, 전도연의 냉소 …지루하거나 혹은 졸립거나
▲ 감독 : 이윤기주연 : 전도연, 하정우
전도연이 돌아왔다. <밀양> 이후 2년 만이다. <밀양>에서 이창동 감독에게 혼쭐이 난 덕분에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거물이 된 그녀가 스크린으로 돌아오자 배우만 보고 영화를 보는 마니아들의 기대를한몸에 받고 있다. 이번에는 무겁지 않은 멜로물이다. 남녀가 등장하는 멜로물은 일단 흥미를 끈다. 이들의 애정 행각은 어떤 식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랑처럼 지긋지긋하게 오래 써먹은 소재가 또 어디 있나. ‘경우의 수’가 다 나왔다고 해도 사랑은 우리가 보아야 할 영원한 영화 테마이다.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 중 불후의 명작이 바로<남과 여>이다. 1979년에 개봉해 지금 2030세대는 들어보지도 못한 영화일 테지만 클로드 를르슈가 감독하고 아누크 에매, 장 루이 트랭티낭이 주연한 <남과 여>는 왜 리메이크 영화가 안 나오는지 희한할 지경이다. 각자 아들과 딸을 둔 두 사람은 지방에 있는 학교에 아이들 면회를 갔다가 우연히 남자의 차에 동승한다. 두 사람은 각각 과부이고 홀아비이다. 아내와 남편을 잃은 상처를 가진 두 남녀는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겉돈다. 결말은 당연히 해피엔딩이다.

<멋진 하루>는 김희수(전도연 분)와 조병운(하정우 분)이 만난 하루를 그리고 있다. 1년 전에는 연인이었지만, 병운이 희수에게 돈을 꾸고 잠수를 타는 바람에 헤어졌다. 그런 병운을 희수가 돈을 받으려고 찾아나선다. 병운을 보자마자 희수가 한 말은“내 돈 내놔”이다. 꿔간 돈 3백50만원을 달라는 것이다. 직업도 없고 돈도 없는 병운은 희수의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닌다. 돈을 갚기 위해 또 돈을 꾼다는 설정은 재미있다. 병운이 만나 돈을 꾸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이다.

1년 만에 만나서 “내 돈 내놔”

<멋진 하루>는 희수와 병운이 차를 타고 다니며 사람을 만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있다. 건달인 병운은 희수에게 끝없이 잡담을 하고 그 잡담에 더러 실소를 자아낸다. 과거에는 연인이었지만 희수는 냉담하기 짝이 없다. 그런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 메이크업도 썰렁하게 했다. 이윤기 감독은 낯선이들과의 생소한 만남을 통해 두 사람이 친밀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려 했다지만 영화는 전혀 멋지지도 않고 지루하기만 하다. 어떻게 보면 줄거리랄 것도 없는 영화가 마치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을 보는 것 같다.

40여 일 동안 58곳에 달하는 곳에서 촬영하며 서울을 새롭게 보여주었다는데, 영상미 역시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 영화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 영화계가 왜 시나리오 작가를 키우지 않느냐는 것이다. <밀양> 역시 이청준의 소설에서 일부를 차용한 것이다. 소설가들이 있으니 영화 시나리오는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것인가. 영화를 보고 나니 배우 전도연이 아깝다. 9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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