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결지 때리면 변종 판친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8.09.3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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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성 한터전국연합 천호지부장 인터뷰
ⓒ시사저널 임영무
전국에 있는 성매매 업소 업주들은 지난 2004년을 전후해 ‘한터전국연합’이라는 이익단체를 만들었다. 전국 주요 집결지에 있는 업소 중에서 대표를 선정한 후 연대 기구를 형성한 것이다. 한터전국연합에서 이차성 회장은 천호 지부를 맡고 있다. 그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라고 신신당부했다.

업주에 의한 감금과 착취 등은 지금도 공공연한 사실이 아닌가?
지금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지방의 일부 지역에서는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지금은 단속에 적발되면 ‘성매매 특별법’ 위반으로 벌금형에 처한다. 그리고 감금이나 착취가 있으면 무조건 구속된다. 업주들은 겁이 나서도 감금이나 착취를 하지 못한다. 천호동 지역만 해도 여성부와 관련을 맺고 있는 천주교가 매주 이곳 여성들과 접촉하며 보호·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집결지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되었다는 뜻인데, 언제부터 이런 변화가 있었나?
지난 2000년 경찰이 집결지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은 ‘미아리 텍사스촌’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업주들의 감금·폭행·착취가 심했다. 집결지 여성의 70% 정도가 미성년자였다. 심지어 길거리 인신 매매까지 횡행했다. 여성들에게는 수입의 10% 정도만 주면서 착취했다. 나쁜 업주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업주와 여성들이 주종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 관계이다.

최근 성매매 업소에 대한 경찰의 단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집결지 업주라서가 아니라 집결지를 없애면 안 된다. 성 범죄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수시로 단속을 한다. 일회성 단속은 경찰의 의지보다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실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옛날에는 서울 시내만 해도 지금처럼 더럽혀지지 않았다. 성을 사고파는 것은 집결지에서만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서 슬리퍼만 신고 나가도 성매매가 가능하다. 전화 한 통이면 성매매 여성들이 집으로 찾아온다. 이런 신·변종 성매매가 판치는 것에는 경찰도 책임이 있다. 집결지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니까 업주와 여성들이 음성적인 성매매로 전환하는 것이다.

경찰이 불법 성매매를 방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주택가로 파고든 음성적인 성매매는 단속을 해야 한다. 이에 반해 집결지는 공개된 장소에 격리되어 있다. 경찰을 비롯한 관계 당국의 관리 영역에 들어 있다. 출입문 하나만 열면 언제든지 단속이 가능하다. 공개적인 집결지와 음성적인 성매매 업소들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차라리 집결지를 시 외곽으로 빼내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매매 단속에도 형평성을 잃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자주 가는 룸살롱에서도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곳의 단속은 느슨하다. 집결지를 찾는 사람들은 성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욕구를 해결하러 온다. 반면 룸살롱 같은 곳은 성을 즐기러 온다.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도 항상 희생양은 생계형 집결지가 된다.

성매매 업주들 중 조직폭력배들과 유착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없는가?
10년 전 이야기이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감금과 착취가 심하고 한창 돈을 잘 벌 때는 조폭들과 연관이 있었다. 정기적인 상납도 하면서 공생 관계를 맺었다. 조폭들은 업소들의 뒤를 봐주고 업주들은 돈 벌기에 급급했다. 한마디로 악어와 악어새 관계였다. 이런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이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다르다. 업주들이 돈을 못 버는데 이권이 있을 턱이 없다. 거기에다 아가씨를 소개해도 소개비나 선불금이 거의 없으니 조폭들이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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