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죽이려고 안달했을까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09.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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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돈 80억원 남았는데 청부 살인 이해 안 돼... 나중에는 오히려 협박당하며 돈 뜯겨
▲ 조직폭력배들이 수원 남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9월24일 발표한 ‘대기업 자금 편취 폭력배 및 살인교사자 등 검거’ 사건은 그야말로 흥미를 유발시킬 만한 자극적인 구성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삼성가(家) 재벌 기업인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1백80억원을 관리하던 한 회사의 간부가 이 돈을 유용할 목적으로 조직폭력배 출신의 사업가에게 맡겼고, 그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또 다른 조폭에게 청부 살인을 의뢰한,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로 써도 될 법한 내용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첩보를 최초 입수한 지난해 12월 이후 무려 9개월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경찰이 발표한 사건의 경위와 수사 내용은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은 부분을 많이 남겨두고 있다. 경찰도 일부 이런 점을 인정하고 “계속 보강 수사를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찰이 밝힌 사건 개요는 이렇다.

조폭 박 아무개씨가 이부장에게 먼저 접근해
전북 지역 조폭 ‘대전 사거리파’의 조직원인 박 아무개씨는 평소 잘 알던 연예기획사 운영자 안 아무개씨를 통해 당시 CJ그룹 재무담당 부장이던 이 아무개씨를 소개받았다. 박씨는 안씨에게서 ‘이씨가 기업 자금을 관리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이씨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2006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모두 1백80억원을 재개발 분양 홍보, 사채업, 사설 경마 등의 투자 명목으로 받아낸 박씨는 이 가운데 100억원만 돌려주고 나머지 80억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이씨와 안씨는 박씨를 살해하기로 공모하고, 평소 박씨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같은 조직폭력배 정 아무개씨에게 착수금조로 3천만원을 주고 살해할 것을 교사했다. 정씨는 친구 등과 함께 지난해 5월 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노상에서 퍽치기로 위장한 수법으로 박씨의 살해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이씨 등은 지난해 7월 다시 또 다른 조폭 윤 아무개씨에게 3억원을 주고 살해를 교사했다. 윤씨는 자신의 동료 한 명과 함께 박씨를 전북 익산에서 납치·감금했으나 역시 살해에는 실패했다. 이후 이씨는 오히려 윤씨 등으로부터 “살해 교사 사실을 폭로하겠다”라는 협박에 시달리며 8억원을 추가로 더 갈취당했다. 박씨 역시 이씨를 협박하며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도피 자금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4억2천만원을 갈취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최대 의문점은 이씨가 왜 굳이 박씨를 살해하려 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씨는 어떻게 하든 박씨에게 80억원을 받아내야만 하는 처지인 까닭이다. 그런 박씨를 청부 살인업자를 동원해 두 번씩이나 살해하려 했다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 관계자는 “우리도 그 부분을 집중 추궁했는데, 이씨는 박씨가 나머지 80억원을 어디에 어떤 식으로 뿌려놓았거나 감춰놓았는지 다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씨가 없어도 본인이 그것을 충분히 다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명쾌한 답은 아니다.

의문점은 또 있다. 이씨가 박씨에 대한 살해 교사를, 같은 조직원이었던 동료 조폭에게 의뢰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충남 지역 전국구 조폭 보스 출신인 ㅇ씨는 “아무리 요즘 애들이 양아치 같다고 하더라도 이런 경우는 없다. 어떻게 같은 조직원을 살해하라는 외부의 청부 의뢰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행여 나중에 살인 사건이 알려질 경우 조직 내부의 세력 다툼으로 몰고가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래도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무모한 짓이다”라고 의아해했다. 실제 이씨는 이후 살해 대상인 박씨와 청부를 받은 윤씨 등에게 오히려 거꾸로 협박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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