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영이 달라졌다
  • 이천.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09.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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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묘소 진입로 포장. 주차장 신설. 계단 신축 등 새 단장... 공사비는 이상득 의원측이 지불

ⓒ시사저널 임영무

대통령의 선영과 생가는 풍수지리가뿐 아니라 세인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이다. 도대체 조상 묘를 어디에 어떻게 썼기에, 그리고 어느 곳에서 어떤 정기를 받아 태어났기에 만인지상인 대통령을 만들어냈을까. 누구나 대통령의 선영과 생가를 목격하면 떠올리는 왕기(王氣)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는 우리 정서에 배어 있는 풍수 관념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대다수 풍수가들은 이명박 후보의 부모 묏자리가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혈(精血)이 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대통령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다. 그런 이대통령의 부모 묘소가 최근 새 단장을 했다.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보름 동안 비포장 진입로를 새롭게 포장했고, 주차장도 신설했다. 더불어 잔디를 새로 깔고, 묘지로 올라가는 계단도 화강암으로 새로 쌓았다. 공사는 청와대 경호처가 이상득 의원측에 소개해준 ㅇ토건·ㅅ산업·산림조합중앙회 등 3개 업체가 맡았으며, 비용은 모두 1억1천7백만원이 들어갔다. 이 돈은 이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전액 지불했다.

이대통령의 선영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주미리 산 28번지 ‘영일울릉목장’ 안에 위치해 있다. 이 땅은 이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씨가 지난 1976년부터 소유하고 있다. 이곳에 이대통령의 부친 이충우씨(1981년 작고)와 모친 채태원씨(1964년 작고)가 합장되었다. 영일울릉목장은 일본에서 목장 일을 배운 이충우씨가 타계한 후 이상은씨가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대통령의 조카뻘인 이태암씨가 관리하고 있다.

풍수지리가 도움도 받은 듯

ⓒ시사저널 임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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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부모 묘소에는 '봉황의 기운'이 감도는
오동나무(왼쪽)와 대나무(오른쪽)가 심어져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9월16일 새롭게 단장한 묘소를 찾았다. 영일울릉목장 입구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입구에서 3백여 m 들어가자 저택과 우사(牛舍)가 나왔다. 여기서 다시 2백여 m 들어간 산마루에 선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택에서 선영으로 가는 길은 원래 비포장이었는데, 이번에 시멘트로 포장한 것이다. 여기에 승용차 1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신설했다. 진입로 공사를 맡은 ㅇ토건의 송 아무개 사장은 “처음에는 대통령 부모님 묘소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송사장은 진입로와 주차장 공사비는 5천9백만원이었으며, 이상득 의원으로부터 통장으로 입금받았다고 밝혔다.

새로 포장된 진입로를 거쳐 주차장에 이른 다음 묘소로 가기 위해서는 돌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 돌계단을 국내산 화강석을 써서 83개 계단으로 정비한 것이다. 이 공사에는 5천만원이 들었으며, 청와대가 발주한 공사를 한 적이 있는 ㅅ산업이 맡았다. 이 회사 김 아무개 사장은 “공사를 하러 갔더니, 산돌로 만들어졌던 계단이 일부 깨져 있는 등 부실했다. 계단 공사와 함께 때가 묻고 이끼가 끼어 있던 봉분의 둘레석과 상석, 묘비 등을 청소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묘소와 주변 바닥, 사면(四面)에 새롭게 잔디를 깔았고, 약하고 못생긴 나무를 잘라내는 감벌(減伐) 작업도 했다. 이 조경 공사는 산림조합중앙회 북부통합사무소에서 맡았고, 공사비로 8백만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묘소 재단장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풍수지리가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이다. 묘소와 목장을 관리하고 있는 이태암씨는 “감벌하는 과정에서 오동나무 한 그루를 베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알게 된 풍수지리가가 ‘봉황이 노는 나무를 왜 베어냈느냐’라고 호통을 쳤다”라고 말했다. 풍수가가 이씨에게 호통치면서 했던 말은 <장자> ‘추수(秋水) 편’에 나오는 ‘원추(봉황)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무르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달콤한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라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묘소의 뒷면 꼭대기에 대나무가 오롯이 심어져 있었다. 이에 대해 관리인 이씨는 “이 지역은 원래 대나무가 자라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봉황이 먹는다는 대나무 열매를 의식해서 대나무를 따로 심어놓았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풍수가가 누구인지 물었으나 이씨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미 알려졌듯이 이대통령의 부모뿐만 아니라 이대통령의 가족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측은 “풍수지리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묘소 재단장 공사를 했던 업체 관계자들을 통해서도 풍수지리가의 존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공사를 맡았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공사 현장에서 풍수지리가와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사 업체의 관계자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풍수가가 왔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풍수가에 관한 증언은 곳곳에서 나왔으나, 그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공사는 경호처가 시공업체 소개해 이루어져

그렇다면 30년 가까이 ‘방치’되었던 묘소를 최근에서야 단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은 지난 4월5일 한식 때 선영에 다녀왔다. 이날 묘소 주변의 잔디가 무너진 것을 확인하고, 배수 상태 불량으로 묘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또, 비포장 도로여서 비가 오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계단이 없어서 오르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이대통령은 현장에서 묘지 관리인인 이씨에게 “형님(이상득 의원)과 상의해서 단장 공사를 추진하라”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러면서 이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처와 상의했고, 경호처가 시공업체들을 소개해서 공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의원이 경호처와 상의한 까닭은 대통령의 경호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경호처 관계자는 “대통령의 성묘가 예상되기 때문에 경호 안전상 묘지 공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경호 문제 점검 차원에서 경호처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공사 내용을 확인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세 차례 선영을 찾았다. 단장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추석을 앞둔 지난 9월7일 가족들과 함께 처음으로 성묘를 했다. 이대통령의 선영은 새 단장을 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풍수적으로 ‘봉황의 기운’마저 흐르고 있다. 이에 왕기(王氣)에 호기심 많은 이들의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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