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침묵의 살인자’ 잡아라
  • 김범규 (메디컬투데이 기자) ()
  • 승인 2008.09.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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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폐암ᆞ중피종 등 유발해 지난해 1월부터 사용 금지…주택ᆞ사무실 등 곳곳에 방치쓴소리

▲ 9월17일 전남 여수시 국동 어항단시 내 철거 예정지인 수협 건물 바닥에 석면이 무단 방치되어 있다. ⓒ뉴시스
직업성 암으로 인한 사망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매해 약 9만명의 사람들이 이 물질로 인해서 사망했으며, 지금 현재도 사람들이 이 물질로 인한 폐암, 중피종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주인공은 바로 ‘석면’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세계 1억2천만 인구가 이 석면에 노출되어 있으며 매해 약 9만명의 사람이 석면 때문에 죽는다. 우리나라 역시 한창 경제 개발이 무르익을 무렵인 1970~80년대 대부분의 건축물 자재는 석면을 사용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숨겨진 화약고인 셈이다.

석면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우리 일상 속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고 자는 집을 하나씩 뜯어보면 단열재와 보온재, 슬레이트, 방화재에 석면이 있고, 회사에 출근할 때 타는 지하철역, 아플 때 가는 병원, 온종일 생활하는 사무실 곳곳에도 석면이 도사리고 있다.

이렇게 석면이 폭 넓게 쓰인 데는 싼 원자재 가격에 비해 보온·단열 효과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석면가루가 폐질환 및 중피종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석면 사용은 전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선진국에 비해 석면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국제노동기구(ILO)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협약을 맺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석면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석면관리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했다. 부랴부랴 지난해 1월부터 석면 제품의 제조·사용·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나선 정부는 내년부터 산업용 석면 마찰 제품까지 금지시키겠다고 나서며 ‘석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6백여 억원을 들여 건축물 철거 전 석면 함유 여부를 사전 조사하는 석면 조사자 및 석면 분석가, 폐기물 및 공기 중 석면 분석을 위한 전문가 육성, 석면 해체·제거 전문 업체 등록제를 실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철거하는 곳에서도 불법 공사 여전…정부는 늑장 대책

그러나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석면 관련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환경 전문가들로부터 말만 앞선 정부라는 비판과 함께 원성이 높다.

지하철의 경우 석면 뿜칠 작업한 18개 역사 중 노후화 등으로 비산 가능성이 높은 10개 역사는 2011년까지 냉방화 공사와 병행해 우선 철거하지고 승강장, 대합실, 역무실 등에 사용된 석면자재는 2012년까지 철거를 완료할 계획이다. 석면 철거가 완료된 역사는 신림, 교대, 선릉, 삼성, 을지로입구, 시청, 영등포구청, 충무로 역이며 석면 철거를 예정하고 있는 신설동, 봉천, 낙성대, 서초, 한양대, 상왕십리, 문래, 성신여대, 숙대입구 역 등이다. 방배역은 2008년 7월부터 석면철거 공사에 들어가 2009년 10월 완료할 예정이다.

문제는 불법 석면 해체 작업으로 인한 사고이다. 2008년부터 육성하겠다는 석면 분석 전문가 제도는 이번 9월에야 입법 예고되어 2009년 7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정부가 늑장 대처를 하고 있는 사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공사는 현행법에 따라 등록 업체가 아니라 허가받은 업체에 해체 작업을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박상 산업안전부장은 “국내 석면 철거업체는 20~30군데밖에 없고 대부분 소규모로 운행되기 때문에 석면 철거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나 노동부에서는 현행법상 허가를 받은 업체에 의뢰하기 때문에 시설이나 장비를 갖춘 업체라 안심해도 좋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상 현장에서는 석면 해체 절차·방식, 폐기물 처리까지 지침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공사에 참여하는 작업자들이 석면 철거업체에 정식 직원이 아닌 일용직 근로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전의식과 석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방배역의 경우도 열차 운행 종료 후 새벽에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턱 없이 짧아 근로자들조차도 빨리 철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간혹 불법적인 공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실 관련법의 부재로 인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현장 근로자들과 환경 전문가들이 조사한 지하철 불법 석면 해체 공사만 하더라도 2003년부터 2008년까지 7건에 이르렀다.

▲ 지난해 2월 석면 검출 논란을 일으켰던 지하철 2호선 방배역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일행. ⓒ뉴시스
근로감독관 역시 문제이다. 노동부에서 관리·감독하는 감독관이 6개 지청의 관할 지역을 맡다 보니 1인이 책임져야 할 철거장이 많은 데다 석면 교육을 한 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따라서 석면 관리 감독관도 자격증을 부여하는 집중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박상 산업안전부장은 “현재 석면 교육이라고는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2박3일간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각종 협회에서 하는 교육만 있을 뿐이다”라면서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건설 현장도 실상은 매한가지이다. 관련법에 의거해 석면 해체 전문 업체에서 해체를 하게끔 되었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흔하다. 석면 제거를 하려면 못해도 단독주택은 4~5일, 아파트나 빌딩은 몇 개월까지 걸리기 때문에 굴삭기로 부숴버려 하루 만에 뚝딱 끝낼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박종국 노동안전국장은 “석면 제거업체 사람이 찾아와 석면 해체 작업시 의뢰하는 업체가 한 군데도 없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이는 노동부에서 감시 감독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건물 리뉴얼 공사도 문제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 업무용 빌딩은 임대 사업을 계속하면서 부분적인 리뉴얼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봄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빌딩이 리뉴얼 공사를 할 때 그 건물에 들어 있는 유럽계 회사에서 석면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일화가 기사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그 빌딩은 석면을 단열재로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빌딩이 특수한 경우이고 대다수 국내 빌딩들은 석면을 썼었고, 리뉴얼 공사나 재개발 때 석면이 무방비로 대기 중에 노출될 수 있음에도 일반인들이 거의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대대적인 실태 조사 없이는 시민과 근로자 건강 계속 위협

석면이 위험하고도 무서운 이유는 당장 뚜렷한 증상이 없이 잠복되어 있다가 20~30년 후에나 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폐암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2010년이 되면 최소 5배 이상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폐질환이나 종피종 같은 질환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병원에 가더라도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진단이 나오곤 한다. 현재 환경단체들은 사회적 질환을 개인적인 질환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환경연합은 “석면 피해자에 대한 산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석면 질환을 앓고 있는 근로자가 요양 받고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석면 전문 의료기관 설립 역시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비단 근로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옛 건물에 그대로 사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석면의 특성상 노후화되면 가루로 변해 실내에 날아다니기 때문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몫이 된다. 일부 전문의들은 석면이 굳어진 상태나 텍스(판 형태)에서는 건드리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천장이나 벽은 오래되면 금이 가고 깨지기 때문에 그 사이로 석면이 비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에 환경 전문가들은 지금의 노동부는 대대적인 실태 조사 및 특수 건강검진, 산재 등에는 의지가 없고 단지 과거의 것은 묻어둔 채 앞으로의 정책만을 발표하고 있다고 질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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