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쓰나미’ 앞에 놓인 내 돈 어떻게 지킬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10.07 09: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 불확실할 때가 투자 시점일 수도 적립식이 더 유리한 상황 오고 있다

9월위기는 국내 시장이 아니라 미국에서 현실화되었다. 9월10일이었던 채권 만기일에도 국내 시장은 평온했다. 코스피는 10.48 포인트가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5.8원이 하락했다. 정부의 ‘보이지 않(을 것으로 믿)는 손’이 개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개입을 해서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위기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용 위기 사태로 인해 리먼 브라더스는 결국 파산하고, AIG는 8백50억 달러의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미국 정부로 넘어갔다. 월가에 7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기로 약속하면서 시장을 달래려던 미국 정부의 대응은 거센 여론의 반발을 맞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구제 금융안은 하원 표결에서 부결되어 세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반발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 파산 보호를 신청한 뉴욕의 리먼 브라더스 본사 앞에서 한 남성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미국 정부의 고민은 퇴로가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물러서면 문제는 단순한 미국 투자은행(IB)들의 몰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업은행을 포함해 이들에게 물려 있는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과 함께 이들과 거래한 전세계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을 가져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 금융 패권의 몰락을 넘어 미국식 자본주의의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는 것이다.

7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구제 금융 소식에 급반등했던 미국 증시는 하루 만에 마음을 바꿨다. 7천억 달러가 큰 금액이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우선 모기지 관련 부실 규모도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고 더 큰 문제는 여전히 부실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고, 향후 10% 이상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7천억 달러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이 모든 비용을 결국은 미국민이 부담해야 된다는 사실은 정부의 엄청난 재정 적자 확대와 함께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미국의 실물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그야말로 전망이 무의미한 상황인 것이다. IB의 몰락에 충격을 받은 금융권이 보수적인 영업 행태를 유지할 경우 자금시장은 경직되어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고용 감소를 통한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모기지 부실이 상상 이상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것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재난 9월23일 의회에서 구제 방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이 문제를 정확히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대책이 없다면 더 나빠질 것이다. …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실업은 증가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며 주택 압류가 증가하며 국내총생산이 감소하면서 경제는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것이고, 미국 경제의 가동이 중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물 경제 흐름, 전망조차 무의미


국내 증시도 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먼이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다음 날인 9월15일 미국의 다우지수는 9·11 테러 이후 최대 하락폭인 4백98 포인트가 떨어졌다. 이후 열린 국내 증시는 하루 만에 6.10%인 90.17 포인트가 하락해 1천3백87.75로 마감했다. 장중 1천3백66 포인트까지 밀리면서 연중 최저치를 갱신했다. 그러나 이후 5거래일 만에 다시 1천4백95.98 포인트까지 10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미국 하원에서 구제 금융 법안이 부결되면서 다우지수는 사상 최대치인 7백77 포인트가 하락해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다행히 국내 증시는 뒷심을 발휘하며 8.3 포인트 하락으로 막아냈지만, 우리나라도 전세계적인 충격을 주고 있는 미국발 신용 위기로부터 독립적일 수는 없다.

▲ 미국의 금융 불안이 가중되면서 국내 증시도 타격을 입고 있다. 위축된 투자 심리가 반영된 듯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 투자자는 없고 의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증권사들의 전망치도 보기 드물게 겸손해졌다.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의 지지선을 1천3백20~1천3백50, 연말까지의 상단을 1천7백50 선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면서도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내수·통신 등 경기 방어주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권하고 있다.

경기 방어주, 내수 종목, 가치주. 시장이 약세일 때 항상 탑 픽(top picks)으로 거론되는 종목군이다. 지금처럼 시장의 견해가 한 방향을 가리키는 것도 흔치 않은 경우이다. 시장이 강할 때는 물론이고 약세일 때도 끊임없이 미래의 수익을 위해 투자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장 분석가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시간이다.

시장이 약하다 보니 다양한 대응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 전략으로 ‘다우의 개’(Dogs of the Dow)까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동물을 빗댄 다소 황당한 명칭의 이 투자 방식은 1988년 애널리스트였던 존 슬래터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었던 분석에 기초한 것으로, 1991년 오히긴스와 다운스의 책 <다우를 묻다(Beating the Dow)>를 통해 유명세를 탄 전략이다.

이 투자 방식은 단순하게 연초에 다우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30개 종목 중에서 전년도에 배당수익률이 높았던(이런 종목을 ‘다우의 개’라고 한다) 10개 종목에 투자한 후 연말에 매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월가에서는 널리 알려진 투자 전략으로 이 전략의 이름을 딴 사이트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을 정도이다. 1973년부터 1996년까지 이 전략을 사용했다면 연간 20.3%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다우지수의 수익률 15.8%보다 월등한 성과를 냈으리라는 것이다.

오히긴스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다우 5’ ‘다우 4’ 등 10개 종목에서 투자 대상을 더 줄임으로써 훨씬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내에서도 동일한 전략이 유효하다는 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약세장에서 유용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조금 학문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조금 난감한 상황이다. 결론만 말하면 ‘아닐 가능성이 크다’가 정답이다. 배당주는 여러 측면에서 연구 대상이고 나름의 특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식의 단순한 투자 방식, 특히 다우를 구성하고 있는 대형 우량주 중심의 압축된 종목을 통해 지속적인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금 등 실물 자산 투자도 안심할 수 없어

실제로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잘못된 자료 분석을 통해 나타나는 과도한 분석에 의한 오류, 학문적인 표현으로 하면 ‘데이더 스누핑’으로 보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일부 증권사나 전문가들은 당분간 ELS(주가연계증권, 펀드로 포장하는 경우에는 ELF)로 피해 있을 것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정답은 아니다. ELS는 어떤 구조를 갖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투스타 방식(두 개의 개별 종목이나 지수의 변화 방향에 따라 수익률이나 손실이 결정되는)은 지금은 사용할 때가 아니다. 당분간 시장은 이전의 자료를 통한 분석 기법이 통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원금 보장의 구조가 아닌 ELS라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과거의 주가나 지수 움직임에 의한 분석 틀은 당분간 잊어야 한다.

미국의 위기 상황에 따른 안전 자산에의 선호와 재정 적자 심화에 의한 달러화 약세로 금과 같은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도 안전 지대가 아니다. 원인은 맞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를 것이다. 미국의 실물 경제 악화는 결국 전세계적인 소비 수요 감소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고 실물에 대한 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막대한 투기 자금으로 시장을 지탱할 힘이 없다면 실물 시장도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가 위기 국면을 지나고 있다. 버냉키 의장도 결국은 이런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 시장이 모두 한목소리로 위기와 불확실성을 말하고 있다. 바로 투자를 준비할 시기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확신이 없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회는 변동성에 있고, 주식은 위기가 끝나는 순간 최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바닥은 통과한 후에 확인된다. 2~3개월의 간격, 다섯 번 정도의 분할 매수라면 바닥을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2년 이내에 사용해야 하는 자금이라면 MMF나 CMA로 피해 있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의 여유 자금이라면 20% 정도씩 투자를 준비해도 좋을 것이다. 적립식이라면 더욱 유리한 상황이 오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