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 살리는 시대에 ‘경고’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8.10.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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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소수 언어 소멸에 관한 보고서와 훈민정음을 세계인에 알리는 책 나와

▲ 국립국어원 엮음 / 생각의나무 펴냄앤드류 달비 지음 / 오영나 옮김 /작가정신 펴냄
국어를 말하자는데 서두부터 영어 이야기를 꺼내는 심사가 편치 않다. 많은 어른들이 학창 시절 영어 잘해서 뭐하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회는 영어 잘하는 사람이 잘살 수 있는 구조로 가고 있었고, 영어 못하는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영수(영어와 수학) 못하면 이 꼴로 산다”라며 영어 공부에 충실할 것을 강요한다.
영어학원에 다니고 ‘영어 몰입 교육’을 받기도 하는 요즘 아이들 가운데 일부는 영어 공부가 힘겨운지 “왜 우리말도 잘 모르면서 영어는 완벽하게 하기를 강요하느냐”라고 항의하기도 한다. 영어를 포기한 어떤 학생은 욕설까지 붙여 “난 세계인 아니고 한국인이거든”이라며 인터넷에 영어 교육의 강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정부가 나서서 세계화를 부르짖던 10여 년 전에 ‘영어 홍수’가 난 적도 있다. 전국 곳곳에 ‘영어마을’이 생겨나는 등 한국은 가히 ‘영어 천국’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국제중학교 설립을 확대한다는 이야기도 들려, 초등학교 시절부터 어학 연수를 다녀와 선생님 뺨치게 발음 잘하는 아이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치원에서도 ‘고급화된’ 영어 과정 없이는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우리말은 대충 넘어가도 되고, 영어는 정확히 잘하고 싶어 안달인 상황이다.

▲ 훈민정음 창제의 배경을 엿볼 수 있는 . ⓒ생각의나무 제공

최근 나온 <언어의 종말>은 이런 상황에 일침을 가하듯 두 주에 한 개꼴로 지역 고유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을 담고 있다. 세계적 언어학자인 저자 앤드류 달비는 현재 쓰이고 있는 5천개가량의 언어 가운데 절반 정도가 금세기 안에 사멸될 것이며, 향후 두 세기가 지나기 전에 2백개 정도의 언어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난 언젠가는 전 인류가 오로지 영어만 쓰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소수 언어들은 정치적 폭력 또는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위해 조상의 언어를 저버린 개인들에 의해 내팽개쳐졌다는 것이다.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이 동일한 언어를 사용할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단일한 의사 소통 체계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인 국제 관계를 형성하고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지만 앤드류 달비는 우리 인류가 결국, 소중한 세 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라져간 언어들에 의해 보존되던 민족 식물학을 비롯한 지역 고유의 지식을 잃고, 그 언어들이 애써 만들어온 대안적 세계관을 잃고, 그 언어들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이룩해온 언어적 혁신을 잃게 된다. 언어는 국가 혹은 민족이 지닌 정체성의 근간이다. 언어의 보존 없이는 다양하고 고유한 문화 또한 지속될 수 없으며, 결국 인류는 문화적으로 획일화되고 퇴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이 발달하고 국가 간, 이민족 간의 교류가 활성화될수록 그에 비례해 언어의 숫자는 감소해왔으며, 인터넷이라고 하는 정보통신 혁명과 더불어 언어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국어를 말하자는데 서두부터 영어 이야기를 꺼내는 심사가 편치 않다. 많은 어른들이 학창 시절 영어 잘해서 뭐하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회는 영어 잘하는 사람이 잘살 수 있는 구조로 가고 있었고, 영어 못하는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영수(영어와 수학) 못하면 이 꼴로 산다”라며 영어 공부에 충실할 것을 강요한다.
영어학원에 다니고 ‘영어 몰입 교육’을 받기도 하는 요즘 아이들 가운데 일부는 영어 공부가 힘겨운지 “왜 우리말도 잘 모르면서 영어는 완벽하게 하기를 강요하느냐”라고 항의하기도 한다. 영어를 포기한 어떤 학생은 욕설까지 붙여 “난 세계인 아니고 한국인이거든”이라며 인터넷에 영어 교육의 강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정부가 나서서 세계화를 부르짖던 10여 년 전에 ‘영어 홍수’가 난 적도 있다. 전국 곳곳에 ‘영어마을’이 생겨나는 등 한국은 가히 ‘영어 천국’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국제중학교 설립을 확대한다는 이야기도 들려, 초등학교 시절부터 어학 연수를 다녀와 선생님 뺨치게 발음 잘하는 아이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치원에서도 ‘고급화된’ 영어 과정 없이는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우리말은 대충 넘어가도 되고, 영어는 정확히 잘하고 싶어 안달인 상황이다.

최근 나온 <언어의 종말>은 이런 상황에 일침을 가하듯 두 주에 한 개꼴로 지역 고유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을 담고 있다. 세계적 언어학자인 저자 앤드류 달비는 현재 쓰이고 있는 5천개가량의 언어 가운데 절반 정도가 금세기 안에 사멸될 것이며, 향후 두 세기가 지나기 전에 2백개 정도의 언어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난 언젠가는 전 인류가 오로지 영어만 쓰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소수 언어들은 정치적 폭력 또는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위해 조상의 언어를 저버린 개인들에 의해 내팽개쳐졌다는 것이다.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이 동일한 언어를 사용할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단일한 의사 소통 체계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인 국제 관계를 형성하고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지만 앤드류 달비는 우리 인류가 결국, 소중한 세 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라져간 언어들에 의해 보존되던 민족 식물학을 비롯한 지역 고유의 지식을 잃고, 그 언어들이 애써 만들어온 대안적 세계관을 잃고, 그 언어들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이룩해온 언어적 혁신을 잃게 된다. 언어는 국가 혹은 민족이 지닌 정체성의 근간이다. 언어의 보존 없이는 다양하고 고유한 문화 또한 지속될 수 없으며, 결국 인류는 문화적으로 획일화되고 퇴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이 발달하고 국가 간, 이민족 간의 교류가 활성화될수록 그에 비례해 언어의 숫자는 감소해왔으며, 인터넷이라고 하는 정보통신 혁명과 더불어 언어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전 인류의 문화 유산으로서 한글의 가치 보여줘

이러한 세상에 <알기 쉽게 풀어 쓴 훈민정음>이 나왔다. 이 책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5백60여 년 만에 ‘백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새로 맹근’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할 만하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설명하는 한문 해설서 <훈민정음>이 국보 70호를 넘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마당에 한글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인류의 문화 유산으로 생명력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말과 글이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 훈민정음의 위대한 가치를 새삼 깨우치고 세계에 널리 알리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기획했다. 한글과 영문으로 나란히 풀어 써 국내 독자뿐만 아니라 세계의 독자들에게 훈민정음의 참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측은 “훈민정음이라고 하면 익히 들어서 다 알고 있는 듯이 느껴지지만 실상 제대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의 문자 이름이기도 하면서 책 이름이기도 한 훈민정음은 여전히 연구 대상이자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할 문화 유산임에도 그 가치를 소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제 이 책을 통해 훈민정음의 창제 배경, 창제 과정, 의의, 제작 원리 등을 전면적으로 밝힌다. 또한 한문으로 씌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심오한 철학과 글자의 운용을 밀접하게 연결시켜 놓아 읽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훈민정음 해례본을 오늘의 말로 옮겨 이 책에 담았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뒤쪽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을 옛 책 모습 그대로 촬영한 사진을 실어 발간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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