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10.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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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을 연모한 아름다운 요괴…내 피부는 심장을 원한다

감독: 진가상 / 주연: 조미, 주신, 진곤, 견자단

사랑은 없다. 그래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가 되면 남자는 여자를 찾고 여자는 남자를 찾는다. 사랑을 찾아간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은 성 호르몬 때문이다. 짝짓기를 위해 더 예쁜 여자를 찾고 더 멋있는 남자를 찾는다. 사람끼리 사랑을 하면 좀 싱거워서인지 감독들은 가끔 판타지 멜로라는 이름을 붙여 사람과 귀신의 사랑을 그린다. 지난 1994년에 개봉한 고소영, 정우성 주연의 <구미호>도 그런 부류이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이 영화는 꼬리가 아홉 달린 고소영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999년째 세상을 떠돌던 구미호는 왜 사람이 되려고 했을까. 사랑 때문이다. 여우가 아닌 사람으로 정우성을 사랑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전장에서 구해온 여자가 수상하다

<화피>는 <천녀유혼> <백발마녀전>에 이어 오랜만에 우리 곁에 찾아온 중국 영화이다. 누가 뭐래도 귀신은 예뻐야 캐릭터가 산다. <천녀유혼>의 왕조현은 당시 한국 남자들의 얼을 빼놓은 여자로 장국영을 유혹한다. <화피>의 영문 제목은 ‘Painted Skin’이다. 한자를 그대로 옮겼는데 영화를 보면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전투를 지휘하던 왕생(진곤 분)은 포로로 잡혀 있던 소위(주신 분)를 구해 성으로 돌아온다. 그즈음 부대를 버리고 떠난 왕생의 친구 방용(견자단 분)이 성문을 두드리고 들어온다. 하지만 성주 역할을 하는 왕생이 귀환한 직후부터 밤마다 사람이 죽어나간다.

왕생의 약혼녀 배용(조미 분)은 집에서 같이 지내는 소위가 불길하다. 왕생이 동생처럼 대하라고 하지만 소위를 대하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여자의 직감은 정확하다. 왕생은 소위와 사랑에 빠진다. 배용은 객잔에 머무르고 있는 방용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소위가 수상하니 요괴임을 밝혀달라고 애원한다. 두 사람은 과거 연인 사이였다. 그러나 왕생은 소위를 요괴로 지목하는 배용을 더 의심하며, 살인을 일삼는 범인을 잡아달라고 방용에게 사정한다. 요괴 소위는 인간의 심장을 먹어야 사람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화피이다.

<화피>는 사각 관계를 그리고 있다. 배용과 소위 그리고 왕생과 방용, 이 네 사람의 물고 물리는 애증을 그리고 있다. 배용을 사랑하지만 소위에게 헷갈리는 왕생, 도움을 핑계로 옛 연인 방용을 찾는 배용, 비록 인간의 심장을 먹어야 하는 요괴이지만 왕생을 사랑하는 소위. 영화는 요괴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요괴로 분한 주신의 미모가 관객의 시선을 끈다. 요괴는 몸에 문신이 있다는 말에 옷을 벗지만 우리는 그녀의 뒷모습만 볼 수 있다. 왕생과의 정사 장면도 감질 맛나서 애를 태우기는 마찬가지이다. 제작비가 적었는지 영화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낸다. 10월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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