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 ‘날씬’ 하고 농촌 사람 ‘뚱뚱’해졌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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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시사저널 유장훈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는 대도시 사람들이 채소·과일을 즐기는 농촌 사람들보다 당연히 비만율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국 9개 도 지역의 비만율이 7개 광역시보다 모두 높게 나타났다. 2005년을 기준으로 전남의 비만율이 최고였으며,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이었다.

도시 사람보다 농촌 사람이 더 뚱뚱해지고 있다.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대도시 사람들이 농촌 사람들보다 비만일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이다. 사실 과거에는 농촌 지역의 비만율이 대도시보다 낮았지만 지난 10년 새 1백80˚로 상황이 역전되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이 1998년, 2001년, 2005년 모두 세 차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서를 <시사저널>이 분석한 결과 전국 9개 도(道) 지역의 비만율이 7개 광역시보다 모두 높게 나타났다. 비만은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kg/㎡ 이상인 것을 말한다. 비만율은 전체 인구 중 비만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2005년 기준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비만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라남도이며, 가장 적은 지역은 서울로 나타났다. 전남의 비만율은 34.2%로 전국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이 많은 지역으로 기록되었다. 전남은 10년 전인 1998년에는 비만율이 20.9%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2001년에는 31.9%로 늘어나면서 전국 비만율 순위 2위(1위는 경기도 32%)로 급부상했다. 10년 새 전국에서 가장 ‘날씬한 지역’에서 가장 ‘뚱뚱한 지역’으로 변한 것이다.

반면, 전국에서 비만 인구가 가장 적게 나타난 서울은 10년 동안 비만율을 점차 줄였다. 1998년 27.4%의 비만율로 전국 3위를 차지했던 서울은 2001년에는 28.7%로 전국 11위였고, 2005년에는 29.8%로 전국 최하위를 자랑했다. 10년 새 ‘뚱뚱한 지역’에서 가장 ‘날씬한 지역’으로 변한 사례이다.



2000년대 들어 대도시와 도 지역 비만율 역전 현상 두드러져

이번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00년대에 들어 대도시와 도 지역의 비만 인구 분포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1998년에는 전국 비만율 순위에서 울산,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7개 광역시가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그러나 2001년부터는 9개 도 지역이 전국 비만율 순위에서 10위권에 들어왔고, 광역시는 하위권으로 내려갔다.

1998년 비만율 28%로 전국에서 가장 ‘뚱뚱한 지역’으로 꼽혔던 울산의 경우 2001년에는 비만율 28.6%로 전국 12위로 낮아졌고, 2005년에도 30.1%로 13위였다. 전국 최상위 비만율을 보였던 광역시가 10년 만에 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이다.

1998년에는 비만율 27.4%로 전국 비만율 순위 3위였던 서울 외에도 인천(25.7%·5위), 대전(24.9%·7위), 광주(24.2%·8위), 대구(24%·9위), 부산(23.6%·10위) 등 모든 광역시가 상위 10위권 이내에 있었다. 그러나 2001년 서울은 비만율이 28.7%에 머무르며 11위로 내려갔고, 인천(29.1%·10위), 대구(28.6%·13위), 광주(28.5%·14위), 대전(29.4%·15위), 부산(28%·16위) 등 광역시 전체가 하위권으로 밀렸다.  

또, 2005년 들어서도 광역시 간에 다소 순위가 바뀌기는 했지만 광역시 대부분이 하위권을 맴돌았다. 10위부터 16위까지는 대구(30.6%), 부산(30.6%), 인천(30.5%), 울산(30.1%), 대전(30.1%), 광주(30%), 서울(29.8%) 등이 차지했다.

반면, 도 지역 비만율 순위는 같은 기간 동안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뒤집혔다. 1998년 전국 비만율 순위 16위(20.9%)로 최하위를 기록했던 전남은 2001년 2위(31.9%), 2005년 1위(34.2%)를 차지했다. 1998년 비만율 22.2%로 전국 비만율 순위에서 15위였던 강원도는, 2001년 31.6%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비만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꼽혔다. 또 2005년에는 33.8%로 전남에 이어 전국 비만율 순위 2위를 기록했다.

1998년 비만율 26.5%로 전국에서 4번째로 비만 인구가 많았던 경기도는 2001년에 비만율 32%로 전국 순위 1위였으나 2005년에는 32.3%로 9위로 내려앉았다.

장명진 질병관리본부 만성병조사팀 연구원은 “광역시와 도 지역 비만율과 동과 읍면 지역 비만율 등을 고려할 때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패스트푸드도 한국인을 살찌운 요소로 꼽힌다. ⓒ시사저널 박은숙

농촌 지역의 비만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도 이 현상에 대해 뚜렷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농촌 지역의 고령화를 생각할 수 있다. 연령이 높을수록 비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령자가 많은 농촌 지역의 비만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자료를 분석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대도시의 동(洞) 지역과 농촌의 읍·면 지역 거주자의 비만율을 연령별로 비교한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읍·면 지역의 비만율은 대부분의 연령대(20~50대)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60~70대에서는 오히려 동 지역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 과거 보고서와 비교해도 읍·면 지역 비만율은 연령과 상관없이 증가하고 있다(도표 참조).



경제적 소득과 비만율 반비례하는 경향 보여


비만율은 오히려 경제적 소득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김미경 국립암센터 발암원연구과 책임연구원은 “경제적 소득과 비만율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득이 높은 대도시의 비만율이 농촌보다 낮아진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외국에서 이미 보고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의 또 다른 특징은 최상위와 최하위 지역의 비만율 차이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1998년 전국 비만율 순위에서 1위였던 울산의 비만율은 28%였고, 최하위를 기록한 전남은 20.9%였다. 이 두 지역의 비만율 차이는 7.1% 포인트이다. 이 차이는 2001년 4% 포인트(경기도 32%와 부산 28%), 2005년 4.4% 포인트(전남 34.2%와 서울 29.8%)로 줄어들었다.

최고와 최저 비만율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은 한마디로 농촌의 비만 인구가 대도시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98년 전국 비만율 순위 16위(20.9%)에서 2005년 1위(34.2%)로 급부상한 전남의 비만율 증가 폭은 13.3% 포인트이다. 반면, 1998년 전국 비만율 순위 3위(27.4%)에서 2005년 16위(29.8%)로 낮아진 서울의 비만율 증가 폭은 2.4% 포인트이다.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전체 비만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1998년 8백45만명에서 2005년 1천1백26만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40만명씩 느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5년 인구 2명 중 1명은 비만 환자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비만율은 1998년 26.3%에서 2001년 30.6%, 2005년 31.8%로 올랐다. 남성의 비만율은 1998년 22.56%, 2001년 32.4%, 2005년 35.2%로 높아졌다. 여성의 비만율은 같은 기간 동안 23.03%, 29.4%, 28.3%로 상승했다. 

비만 현상 중에 최근 가장 두드러진 것은 특히 배만 뚱뚱해지는 복부 비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복부 비만율도 광역시보다 도 지역이 대체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남성은 허리둘레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이면 체질량지수와 관계없이 복부 비만이다.

우리나라 전체 평균 복부 비만율은 24%이며, 지역별로는 전남이 2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남은 체질량지수와 복부 비만 인구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성인병 부르는 복부 비만율도 전남 - 경북 - 강원도 순으로 높아


경북이 25.4%로 전국 복부 비만율 순위 2위, 강원도가 25.2%로 3위, 전북이 25.2%로 4위, 충남이 24.1%로 5위를 차지했다. 상위 5위까지 광역시가 아닌 도 지역이 차지해 복부 비만 인구도 대도시보다는 지방이나 농촌으로 갈수록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복부 비만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은 경기도로 22.5%의 복부 비만율을 보였다. 서울이 23%(15위), 울산 23.3%(14위), 충북 23.6%(13위), 광주 23.7%(12위) 순으로 전국 복부 비만율 최하위권을 이루었다.

강재헌 대한비만학회 이사(백병원 교수)는 “운동 선수처럼 근육이 잘 발달한 사람은 체질량지수가 25kg/㎡을 넘지만 비만이라고 볼 수 없다. 또 체질량지수는 비만이 아니지만 배만 볼록하게 나온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오히려 비만이다. 그래서 복부 비만의 기준이 만들어졌고 체질량지수와 무관하게 허리둘레가 어느 기준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구분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복부 비만은 내장 지방으로 인해 당뇨나 고혈압 등 성인병에 직접적인 요인이 되므로 일반 비만보다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질병’으로 규정한 바 있다. 비만은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영국, 덴마크,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은 이미 비만 퇴치를 국가 보건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05년에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10)을 수립해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별 구체적인 비만 인구 감소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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