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정치인 인맥, 중심에 ‘박근혜’ 있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10.20 17: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AIST 정하웅 교수팀 ‘국회의원 네트워크’ 조사 결과 단독 공개 … 두 번째 ‘허브’는 정몽준, 정세균 3위

국회의원 2백99명 전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어느 의원을 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18대 국회의원들 간의 연결 관계를 조사한 결과,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통할 경우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의원은 다른 의원들과의 관계가 가장 폭넓은 ‘마당발’이자 가장 적은 단계로 모든 의원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박의원은 또 의원들 간에 연락을 주고받을 때 가장 많이 거쳐야 하는 매개 역할도 가장 활발히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회 미래과학기술·방송통신포럼(공동대표 박영아 의원)의 요청으로 네트워크 연구 전문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팀이 맡아 진행했다. 정교수팀은 월드와이드웹(www)상에 공통으로 이름이 등장하는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기준으로 연결 정도를 파악했다. ㄱ의원의 이름과 나머지 2백98명 의원 이름을 하나씩 검색 엔진 구글(Google)에 함께 입력해, 나오는 웹페이지의 숫자를 각각 조사하는 방식이다. 동명 이인을 배제하기 위해 보조검색어로 ‘국회의원’을 추가했으며, 흔한 이름이라 일반 명사로 검색된 결과물은 걸러냈다. 지난 8월8일부터 2주간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해 조사에 들어갔으며 10월13일 최종적으로 분석을 완료했다.


한나라당 의원 강세 … 조해진, 초선 의원 중 1위

상호 연관 관계를 살피기에 앞서 의원 개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웹페이지에 이름이 올라 있는지를 조사했다. 박근혜 의원이 1백21만 건으로 가장 많았다. 76만4천 건인 정몽준 최고위원을 44만여 건 이상 앞섰다. 여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두 정치인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가운데, 홍준표 원내대표가 51만7천 건으로 3위에 올라 온라인에서도 한나라당 강세를 보여주었다.

야당 의원으로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38만8천 건으로 5위에 라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이방호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되어 화제를 모았던 강대표는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나섰던 촛불 집회를 통해 ‘스타 의원’이 되었다. 반면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가 23만6천 건으로 15위에 오른 것이 가장 높은 순위였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13만8천 건으로 공동 23위에 그쳤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정치권을 떠난 공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초선 의원으로는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이 38만5천 건으로 6위를 차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서울시장 시절부터 보좌해 친이 (親李) 직계로 분류되는 조의원은 정계에서 은퇴한 김용갑 전 의원의 뒤를 이어 경남 밀양·창녕에서 여유 있게 당선되었다. 공보 부문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높은 순위에 오르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초선으로서 여당 대변인을 맡은 윤상현 의원도 26만4천 건으로 12위에 올랐다.

검찰 수사로 ‘유명세’를 탄 의원들도 앞 순위를 차지했다. 공천 헌금과 학력 위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창조한국당 이한정 의원은 38만3천 건으로 7위에 올랐다. 최근 검찰이 이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문국현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역시 공천 헌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도 12만5천 건으로 27위를 차지했다. 병원 로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16만1천 건으로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검찰의 표적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의원, 의원 78명과 연결돼 …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가 최다

국회의원 네트워크에서 최대 허브(Hub)는 단연 박근혜 의원이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연결선만을 잇는 MST(Maximum Spanning Tree)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박의원이 차지하는 입지는 더욱 두드러졌다. MST는 모든 의원들이 서로 중복 연결되어 복잡하게 형성된 네트워크를 간략화한 것으로, ㄱ의원이 가장 많은 웹페이지에 이름이 함께 오른 ㄴ의원 한 명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나머지 의원들과의 연결선은 모두 생략된다. 간단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뼈대를 찾아 보여줌으로써 네트워크에서 의원들의 역할을 한눈에 비교·분석할 수 있다.

이 방식을 적용한 결과 모두 78명의 의원이 박의원과 직접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2위에 오른 정몽준 최고위원이 17명과 연결된 것에 비교할 때 상당한 쏠림 현상을 보여준 것이다. 대외 활동이 많지 않은 박의원이 이같이 ‘마당발’로 조사된 데는 여당 계파의 수장이자 차기 대권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정치적 입지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유력 정치인들이 지난 총선에서 대거 탈락해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여파도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친이계 의원들과 민주당 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친노계 의원들이 박의원을 허브로 해서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허브인 정몽준 최고위원의 경우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 야당 수장과 직접 연결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 지도부이지만 뚜렷한 계파가 없는 데다 이념보다 실용을 우선하는 정치 스타일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서 가장 큰 허브 역할은 정세균 대표가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전당대회 이후 제1 야당을 이끌고 있는 정대표는 의원 12명과 연결을 맺어 전체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정몽준 최고위원과 연결 관계를 형성해 양 진영을 잇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최고위원과 지난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으로 자리를 옮긴박상돈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10명의 의원은 모두 민주당 식구들이다.

2백99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할 때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를 알아보는 조사에서도 박근혜 의원이 가장 적은 단계에서 전달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몽준 최고위원이 2위를 차지해 ‘마당발’ 조사와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그 아래 순위에서는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이상득 의원의 순위가 뒤바뀌었으며, 진영 의원을 비롯해 안상수·심재철·정의화 의원 등 한나라당 중진들이 대거 10위권 내에 올라 ‘중심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민주당에서는 정책위의장을 지낸 최인기 의원이 ‘마당발’인 정세균 대표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인 3위를 차지했다. 최대 허브인 박근혜 의원과 연결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데다,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연결선을 형성하고 있는 정대표와 달리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 다른 당 의원들과 폭넓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웹페이지에 오른 횟수에서는 30위권 밖이지만, 네트워크 조사에서는 모두 5위권 안에 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모든 의원이 다른 모든 의원에게 편지를 한 통씩 주고받을 때 가장 많이 편지를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에서도 박근혜 의원이 1위로 꼽혔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에서는 허브와 허브를 잇는 ‘매개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의원이 워낙 강력한 허브로 자리 잡고 있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박의원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2위를 차지한 점도 눈길을 끈다. KT 사장 출신인 이의원은 초선인데도 불구하고 ‘마당발’ 조사에서도 공동 5위에 올라 홍준표·최인기 의원 등 여야를 대표하는 중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중심자’ 조사에서도 공동 20위를 차지하는 등 네트워크 형성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어 정몽준 최고위원이 3위, 최인기 의원이 4위를 차지했다. 여당과 제1 야당의 원내대표는 각각 5위와 10위에 올랐다. 홍준표·원혜영 원내대표는 국회 내에서 다양한 정치·정책 사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펼치는 여야 협상 파트너로서 ‘매개자’ 역할을 맡아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