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담배 2갑이 내 목 소리 앗아갔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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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 후두암 치료한 이상달씨

▲ 이상달씨는 매일 글을 쓰면서 읽는 연습을 한다. 더욱 똑똑한 발음으로 말하기 위해서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암에 걸리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담배는 절대 피지 않을 것이다.” 성대를 포함해서 후두 전체를 제거하는 후두 전절제술(total laryngectomy)을 받은 이상달씨(74)는 흡연으로 목소리를 잃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후두 대신 식도를 이용해 말을 한다. 위장의 공기를 복압으로 밀어내어 식도와 위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식도발성법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면 그의 말을 알아듣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씨가 목소리를 잃어버린 것은 10여 년 전의 일이다. 인천항 부두관리공사의 중간 간부로 일하던 1996년 6월께 이씨는 갑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는 “선주나 선장 등 이른바 거친 뱃사람들을 상대하는 위치이다 보니 하루 종일 말을 많이 했다. 또,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이어서 목소리를 자주 높였다. 게다가 줄담배를 피웠다. 하루에 보통 2갑씩 피워댔다. 그러니 후두에 이상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목에서 쉰 소리가 나왔다. 처음에는 피로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목소리가 정상으로 되돌아오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라며 발병 당시를 회상했다.

인천 인하대병원을 찾은 그는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후두암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씨는 “의사가 발성검사와 조직검사 등을 해보더니 목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후두에 작은 종양이 있지만 초기이므로 수술로 간단히 제거하면 목소리는 잃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말을 듣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목에 칼을 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이씨는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를 택했다. 약 2개월 정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치료 초기에는 다소 호전되는 듯했지만 종양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씨는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직장도 그만두었다. 집이 서울 목동이었기 때문에 이듬해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MRI 검사와 조직검사 등을 다시 해보았지만 종양이 없어지기는커녕 더 커졌다. 병원에서는 후두를 잘라내는 수술밖에 도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1997년 8월 성대를 포함한 후두를 떼어내는 후두 전절제술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후두를 절제하면서 목 아랫부분에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을 뚫었다. 이씨는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손으로 구멍을 막은 상태에서 샤워를 한다. 수영은 생각도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말을 못한다는 것이 가장 참기 힘든 점이었다. 식도발성법을 익히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4~5년 정도 연습하니 가족들이 조금씩 내 말을 알아들었다”라며 시원스럽게 말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설명했다.

이씨는 지금도 매일 글을 쓰면서 읽는 연습을 한다. 더욱 똑똑한 발음으로 말하기 위한 일종의 훈련이다. 글을 쓰며 읽는 시범을 보이던 이씨는 다른 후두암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약 35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 흡연이 후두암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당장 끊기를 권한다. 혹시 후두암 판정을 받았다면 의사의 말에 따라 수술을 받을 것도 권한다. 나도 처음 후두암을 발견했을 때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고 의사 말대로 수술을 받았다면 최소한 목소리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은 모든 일에 조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건강을 잃고 보니 조급함이 건강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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