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체제 완성한 ‘방통 시중’의 미소?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10.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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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상임위, 최위원장의 안건 1백66건 모두 의결

▲ 10월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시사저널 이종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최시중의, 최시중에 의한, 최시중을 위한’ 조직인가.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발을 내디딘 방통위는 지난 3월26일 제1차 상임위원회 회의를 시작해 지난 10월1일까지 32차 회의를 마쳤다. 방통위 상임위는 여권에서 추천한 최위원장을 비롯해 송도균 부위원장, 형태근 상임위원과 민주당이 추천한 이경자·이병기 위원 등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방통위 회의에 제안된 안건은 모두 1백94건. 이 가운데 최위원장이 1백93건을 제안했는데, 27건은 보고 사항이었고, 나머지 1백66건은 모두 의결되었다. 사실상 최위원장의 ‘독주’였던 셈이다.

그나마 나머지 한 건도 지난 7월18일 제20차 회의에서 송부위원장과 형위원이 제안한 ‘한국방송공사(KBS) 보궐 이사 추천에 관한 건’이었다. 학교에서 해임당한 뒤 이사직을 잃은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의 후임으로 누구를 추천할 것인지 결정하자는 안건이었다.

그런데 이 안건이 제안되는 과정에서 상임위 내부에서 심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18일 열린 제20차 회의 때 작성된 비공개 속기록에 따르면, 이날 최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긴급 상정된 안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부위원장과 형위원이 KBS 보궐 이사 추천의 건을 긴급 상정했다. 그러자 이병기·이경자 위원은 “사전에 안건을 통보하지 않았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KBS 이사회에 궐위가 있다 해도 30일 이내에 보궐 이사를 추천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논란 있었던 KBS 보궐 이사 추천 건도 통과

다시 말해, 신 전 이사는 7월1일 해직되었기 때문에 30일 이내에 보궐 이사를 추천하면 되는데, 굳이 서둘러 안건을 상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경자·이병기 위원은 “오늘 회의(7월18일)에서 반드시 처리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다음 주 회의에서 처리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KBS 유재천 이사장이 보궐 이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송도균 부위원장 형태근 위원 등 안건 제안자들은 “안건을 사전에 통지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고, 이경자·이병기 위원은 이들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신 전 이사의 면직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이날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건의 사전 미통보에 대한 사과가 끝나자마자 최위원장은 곧바로 보궐 이사 추천으로 넘어갔다. 이에 송부위원장은 강성철 부산대 교수의 이력을 제시했다. 그러자 또다시 이경자·이병기 위원이 발끈했다. “안건도 통보받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후보를 물색할 기회가 없었다”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표결을 거부했다. 그러자 최위원장은 “정회한 후 오후에 회의를 속개해서 처리하자”라고 제안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그리고 정회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다수 표결에 붙여 강교수를 신임 KBS 이사로 추천했다. 강교수가 신임 이사로 추천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시민 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강교수는 지난해 박근혜 선거대책본부에서 정책자문단장을 맡았고, 올해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이에 전형적인 ‘정치 교수’(폴리페서)로서, 정치적 독립성과 공영성이 요구되는 KBS 이사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보궐 이사 선임을 30일 안에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비민주적 방식과 절차상의 심각한 하자에 대해 방통위원의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KBS 이사 선임이) 강행되었다”라고 꼬집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거수기 역할만 하느냐” 비난받아

일각에서는 송부위원장과 형위원이 공동으로 제안했던 안건도 최위원장이 제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 사람 모두 여당 추천 인사인 데다, 7월18일 회의에서도 결국 최위원장의 의지대로 일사불란하게 강교수가 KBS 이사로 추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야당 추천인 이경자·이병기 위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월9일 방통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방통위 설치법 제13조에는 ‘위원은 의안을 제의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이경자·이병기 위원은 단 한 건도 안건을 제안하지 않았다. 단 한 건의 안건도 제안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의원은 또 “(지난 7월18일) KBS에 새로운 이사(강성철)가 선임되고 이를 통해 KBS 정연주 사장이 사퇴하는 결과가 생겼다. 신태섭 전 이사에게 결격 사유가 생긴 것은 7월1일인데, 무려 18일 동안 두 위원은 KBS 보궐 이사 선임 건을 제안하지 않고, 그냥 손 놓고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방통위원으로 그 자리에 앉아서 무엇을 한 것이냐. 이것은 확실히 직무 유기에 해당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1일 방통위는 지난 9월에 물러난 KBS 방석호 이사의 후임으로 김현태 창원대 법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김교수는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자 KBS 일각과 언론계 안팎에서 “이병기·이경자 위원은 방통위 들어가서 도대체 하는 일이 뭔가”라는 비난이 일었다. 두 위원이 정부의 일방적인 방송 구조 개편 작업을 전혀 견제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 추천 위원인지 야당 추천 위원인지 모를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최시중 위원장이 방통위를 ‘꽉’ 잡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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