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력’ 선진연대 “헤쳐 모여”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10.28 14: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대통령 만든 막후 파워 조직, 10월24일 공식 해체 결정…권력 축 이동으로 이어질지 주목

▲ 10월24일 오후 선진국민연대 관계자들이 해체를 결의하기 위해 서울 신촌의 한 음식점에 모여들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주역 가운데 하나인 선진국민연대(약칭 선진연대)가 10월24일 해체되었다. 이날 오후 각 단위 조직의 대표자 100여 명이 서울 신촌에 있는 한 음식점에 모여 해체를 결의했다. 며칠 전 각 조직의 사무총장 100여 명은 같은 장소에 모여 이미 조율을 마쳤다.

지난 대선 당시 4백만 회원을 자랑하며 한나라당 조직과 함께 밑바닥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여론몰이를 했던 핵심 주체인 선진연대는 이 때문에 대선 이후 특별하게 주목되었다. 특히 선진연대를 만든 주역인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여권의 핵심 실세로 떠오르면서 온갖 인사 때마다 ‘선진연대 출신’이라는 말이 양념처럼 따라다녔다. 한 자리 감투를 바라는 이들도 ‘선진연대’를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런데 출범 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선진연대는 박 전 비서관과 부산의 동서대학교 교수였던 김대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중심이 되어 지난해 10월 만든 조직이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후 이영희 노동부장관 등 장관급 인사를 배출하고 청와대·공기업 등에 구성원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이명박 정권을 움직이는 막후 파워 조직’이라고 불렸다.

공직 진출 인사 늘어나면서 한나라당측과 마찰도

그러나 선진연대는 단일한 조직이 아니다. ‘보름달’ ‘명박사랑’ 등 ‘이명박 대통령’의 탄생을 바라는 전국의 조직 2백여 개를 한데 묶은 연합체이다. 선진연대 이름으로 정식 활동한 기간도 두 달 남짓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각 조직 대표자들 간에도 누가 누군지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박 전 비서관은 대선 몇 해 전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은밀하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작업에 들어갈 때부터 전국을 돌았다. 대학가를 시작으로 해당 지역에서 여론 흐름을 주도하는 민간 조직들과 연대를 꾀했다. 대선 때는 이를 바탕으로 전국을 몇 바퀴 돌았고 호남 지역은 수십 차례 방문했다. 이렇게 해서 선진연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대선 후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선진연대 출신들이 공직에 진출하면서 한나라당에 오랜 뿌리를 갖고 있는 국민성공실천연합 등 한나라당 쪽에서 반발이 나왔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교체했는데 당에 얼굴도 안 비치던 사람들이 선진연대 출신이라는 것 하나로 과실을 다 따먹는다”라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 쏟아졌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은 이대통령과 같은 포항 출신인 박창달 전 의원이 중심이 되어 만든 조직이다.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당내에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에 조직 부활 선포식을 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한 지방의 경우 공사의 감사 자리를 놓고 두 조직의 핵심 인사가 추천한 사람들이 맞붙는 바람에 몇 개월 동안 사람을 선정하지 못했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났을 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청와대로 쳐들어가 다 뒤집어놓고 싶은 심정이다”라며 자신의 조직에 속한 인사들이 진출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토해낸 적도 있다.

선진연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난 여름 무렵부터 해체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생긴 조직인 만큼 목표가 달성되었으니 해체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였다.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이었기 때문에 대선 이후 사실상 별다르게 활동한 것도 없는데 인사와 관련해 자꾸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도 곤혹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 조직 간 ‘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내용상으로는 이미 해체된 것과 다름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도 선진연대를 주목하고 있고 대선 이후 사실상 조직도 느슨해졌다. 심지어 불만을 토해내며 돌아선 사람들도 있다”라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것에 더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인 ‘명사랑’ 회장이 한 다단계업체로부터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4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구속된 것도 선진연대가 해체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명사랑 회장의 경우와 비슷한 사건이 또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단체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독자적인 조직은 아니지만 사무처가 있는 선진연대도 구성원들이 여러 가지 구설에 오를 가능성을 경고했다”라고 말했다.

소속 위원장 “새로운 길 모색하는 단계”

대선 이후 한때 선진연대는 대통령에게 힘을 모으자며 조직을 재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영준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물러난 며칠 뒤인 지난 6월12일 서울 마포에 전국의 대표자들이 모여 이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자며 각오를 다졌고,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진국민경제정책연구원도 열었다. 이후 박 전 비서관은 전국을 돌며 관련자들을 만났다. 7월에는 선진연대 조찬 모임에도 참석했다. 이러면서 박 전 비서관이 이대통령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곽에서 선진연대 조직을 복원한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박 전 비서관은 “그동안 못 만났던 이들과 차 한 잔, 술 한 잔 했을 뿐이다”라며 ‘선진연대 복원설’에 손사래를 쳤었다.

선진연대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이들 단위 조직이 과연 앞으로도 아무런 연대 틀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것인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 만들기가 아니라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 정권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새 지지 조직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선진연대의 직능 분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아무개씨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단계이다”라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선진연대’의 해체가 여권 내 권력 축의 이동으로 이어질지 눈여겨보고 있다. 영남·원로 그룹으로 상징되던 현 체제의 최대 수혜 조직 가운데 하나가 선진연대였기 때문이다. 선진연대의 해체는 연말로 예상되는 여권 개편과 맞물리면서 수도권·소장파들의 권력 핵심부 약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큰 틀에서 여권의 인재풀이 영남과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볼 때 향후 여권의 인사에서 고삐를 쥐는 것은 수도권 인사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 여권 물밑에서는 ‘이명박 2기’로 표현되는 대개편의 중심을 차지하기 위한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무총리실 등은 개편 대상이 될 내각과 주요 관련 인사들에 대한 평가·검증 작업을 마쳤다. 정부 기관의 한 관계자는 “10월 초부터 3주간 작업을 시작해 완료되었다”라고 말했다. 대개편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선진연대의 해체는 여권이 내부 지형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측면도 있어 내부 권력 축의 변화와 함께 여권이 2기 체제 출범을 향한 숨 고르기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로 해석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