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대통령’의 4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10.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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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실수’ 인정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FRB 의장

ⓒAP연합

앨런 그린스펀(82). 불과 몇 년 전까지 그의 이름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거창한 수사와 함께 불렸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내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공화당에서 민주당, 다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신자유주의 시장에 대한 그의 신념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는 그토록 고집스럽게 지켜온 그린스펀의 믿음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지난 10월23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 나온 그는 ‘자유 시장은 정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규율할 수 있다’라고 믿어온 자신의 경제관에 “실수가 있었다”라고 인정했다. 금융 기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주주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라고 토로했다.

금융 위기를 불러온 핵심은 모기지 관련 파생 상품에 대한 감독 소홀에 있다. 재임 시절 저금리와 탈규제 정책을 유지했던 그린스펀도 이를 시인했다. “감독 당국은 규제를 집행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방조했다”라는 헨리 왁스만 하원 감독위원장의 지적에 그는 정확하게 맞는 말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자율 규제로 잘 작동된다는 이론을 40여 년간 신봉해온 그에게는 고해성사나 다름없었다. 

그린스펀은 향후 경제 전망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이번 금융 위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 쓰나미’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주택 가격은 수개월 동안 안정될 것 같지 않다. 주택시장이 안정되어야 투자자들도 다시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자신이 재임 중 적절하게 대처했다면 현재의 위기는 피하거나 제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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