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보다 크게, 고급스럽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11.04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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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1천6백cc급 준중형 시장, 고유가로 수요 몰리면서 ‘열전’

▲ 아반떼(왼쪽)는 연식 변경 모델을 10월 초에 내놓았다. 위는 아반떼를 추격하고 있는 포르테.

현대·기아차의 독주로 평온했던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오랜 만에 포성이 울리고 있다. 전쟁터는 배기량 1천6백cc급 준중형 시장. 그동안 이 시장은 현대 아반떼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지난 1990년 엘란트라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된 아반떼 시리즈는 이후 아반떼-아반떼XD-아반떼HD로 이어지면서 전세계 누적 판매량이 5백만 대를 넘어설 정도로 스테디셀러이자 준중형급의 베스트셀러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중순 기아차가 럭셔리 준중형을 표방하며 포르테를 내놓으면서부터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어 9월에 1천6백cc급 크로스오버 차량인 소울이 등장했고, 10월에는 아반떼 2009년형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11월8일에는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가 라세티의 후속 모델인 라세티 프리미어를 내놓는다. 현대차에서도 11월 초 해치백 모델 i30의 미니밴 모델 격인 뉴크로스오버 i30CW을 선보일 예정이다. 8월부터 11월 사이에 준중형급에 5개의 신차종이 쏟아진 것이다.

소비자의 ‘생애 첫차’로 선택되는 빈도도 가장 높아

자동차 제조사에서 준중형급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국내외에서 관련 차량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연비가 좋은 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메이커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도 바로 이 차종이다. 미국의 소비자 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가 지난 7월호에서 아반떼를 도요타 코롤라, 포드 포커스 등을 제치고 소형차급에서 ‘최고의 차’로 선정했을 정도이다. 또, 미국 시장에서 휘청거리고 있는 GM이 상황 반전 카드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 GM대우에서 만든 라세티 프리미어이다. GM의 유럽 법인과 GM대우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차는 내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도 생산될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준중형 시장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준중형급 차가 소비자의 생애 첫차로 선택되는 빈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 차를 살 때는, 중형차급 이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첫차 제조사에 대한 충성도가 두 번째 차 구매에 영향을 주게 된다. 자동차 회사로서는 이 시장에 공을 들여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이 시장의 강자인 아반떼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도전자들의 무기는 고급화와 크기이다.

포르테도, 라세티 프리미어도 모두 아반떼보다 더 큰 크기, 더한 고급스러움을 내세우고 있다. 포르테는 외관부터 아반떼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차별화된 모습을 내걸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로체이노베이션의 특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받은 포르테는 기아차 승용 부문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확연하게 살렸다. 승차감도 패밀리 세단의 무난한 승차감보다는 유럽 차 같은 스포티한 드라이빙 감각으로 세팅해 아반떼와 차별화시켰다. 기아차가 내세운 슬로건은 스포티한 ‘프리미엄 준중형 세단’이다.

순간 연비 표시 기능과 수동 겸용 자동변속기, 버튼 시동 시스템, 17인치 휠 등을 적용해 성능과 편의사양을 중형차 수준으로 올렸다. 같은 급의 수입차와 비교해도 성능면에서 오히려 우월하다는 것이 기아차측의 설명이다. 크기도 동급에 비해 길이가 15~25mm, 폭도 최대 65mm로 확대되었다. 감마 1.6 가솔린 엔진으로 최대 출력 1백24마력의 파워는 경쟁 차종에 비해 높다. 포르테는 8월에 1천3백27대, 9월에 4천36대가 팔려 9월에 4천2백68대를 판 동급 판매 1위인 아반떼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포르테의 추격에 맞서 현대차는 아반떼의 연식 변경 모델을 10월 초에 내놓았다. 이 차의 특징은 크기는 키우지 않은 대신 최고출력 1백24마력과 최대 토크 15.9kg·m로 동급 최강 대열의 출력으로 업그레이드했고, 블루투스 핸즈프리, 아이팟 단자나 EBD-ABS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사양과 안전 장비를 확대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성능과 편의사양, 중형차와 맞먹기도

현대차는 12월까지 5백만 대를 돌파한다는 목표 아래 ‘파이브 밀리언 스페셜 모델’을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모델에는 하이퍼실버 휠, 후방주차보조시스템 등 중형차급의 사양이 패키지로 들어가 있다. 가격은 1천6백6만원.

GM의 소형차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GM대우는 국내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이런 상황의 타개책으로  라세티 프리미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동급 최대의 길이(4천6백mm)와 전폭(1천7백90mm)을 자랑한다. 중형차인 토스카의 전장과 전폭이 각각 4천7백95mm, 1천8백10mm인 점을 감안하면 라세티 프리미어는 준중형급에서 최대한 크기를 키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위는 준중형급 CUV인 i30CW, 왼쪽은 크기를 키운 라세티 프리미어.

이로써 연비 최고는 포르테, 출력 최강은 포르테와 아반떼, 크기는 라세티 프리미어로 정리된 셈이다. 아반떼와 포르테의 경우 고연비의 디젤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가격은 가솔린 고급형 모델을 기준으로 할 때 포르테와 라세티 프리미어가 1천8백만원대로 비슷하고 아반떼가 1천6백만원대이다.

준중형급 승용세단의 싸움 못지않게 준중형급 CUV 시장의 경쟁도 볼만하다. CUV 시장에서는 기아차 쏘울과 현대차 i30CW이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젊은 감각의 신개념 CUV ’를 내세운 쏘울은 개발비만 1천9백억원이 든 기아차의 기대작이다. 기아차는 정몽구 회장 주도 아래 신차 발표회를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열 정도로 쏘울 출시에 의미를 두고 있다. 로체이노베이션-포르테-쏘울로 이어지는 기아차의 새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경영 측면에서 확실한 흑자 전환의 터닝포인트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쏘울은 국내 자동차 족보에 등재되지 않은 신개념의 차이다. 승용의 개념과 SUV의 이미지를 섞어서 만든, 그래서 크로스오버 차량(CUV)으로 불린다. 실내도 신세대 운전자를 겨냥해 국내 최초로 라이팅 시트와 라이팅 스피커를 채용해 깜찍한 맛을 더했다.  

현대차는 쏘울의 등장에 뉴크로스오버 i30CW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해치백 모델인 i30에 미니밴의 다목적성을 결합한 신개념 CUV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는 유럽과는 달리 해치백 모델의 인기가 덜하다. 소형차이든 중형차이든 꽁무니 있는 세단형이 인기를 끌었지 깎아지른 듯한 뒤태를 갖고 있는 해치백은 국내 시장에서 짐차나 아이들이나 타는 차로 취급받았다. 이런 인식이 바뀐 것은 i30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지난 2007년 발표된 i30는 현대차가 서유럽 시장을 겨냥해 만든 모델로 폭스바겐 골프나 푸조 307 등의 대항마로 여겨졌다. 유럽 스타일의 감각적 디자인이나 다이내믹한 핸들링은 국내에서도 해치백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놓았다. i30에서 또 한 번 진화된 i30CW는 미니밴이라기보다는 짐칸의 쓸모를 더 키운 실용성이 돋보인다. 현대차는 ‘미니밴의 실용성을 한층 더 끌어올린 차’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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