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1.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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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검진받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 많아…유전자 치료법 개발에 한 가닥 ‘희망’

▲ 뇌항법장치를 이용한 영상 유도 수술은 과거보다 정밀한 뇌종양 치료를 가능하게 했다. ⓒ보라매병원 제공

뇌하수체에 약 7mm 길이의 종양이 있었던 한 여성은 임신이 되지 않아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뇌종양을 발견했다. 그녀는 MRI 촬영으로 종양의 위치를 확인한 후 콧구멍을 통해 종양을 제거했다. 

이처럼 뇌종양을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뇌종양은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질환을 진단하면서 발견되기도 한다.

두개골이라는 한정된 용적에 종양이 생기기 때문에 암세포가 자라는 데에 한계가 있어 초기에 증상이 나타날 것 같지만 사실 다른 암보다 더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두통, 시력 저하, 후각 감퇴, 구토 등의 평범한 증상을 보이므로 종종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뇌종양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오진으로 시간을 허비해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렇다 할 예방법이 없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뇌종양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뇌종양이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뇌 사진을 찍어 종양 유무를 판단한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을 통해 조직 검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뇌 수술은 환자에게 적지 않은 부작용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비수술적 진단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기능이 강화된 MRI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최첨단 의료 장비가 속속 등장하면서 뇌종양 검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CT·MRI로 사진 찍어 종양 유무 판단

뇌종양 치료에는 수술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 그렇다고 모든 뇌종양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종양의 위치와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고령일 경우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우려되므로 수술보다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다른 질병으로 환자의 심장, 폐, 간, 신장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도 수술을 할 수 없다. 종양이 뇌의 깊숙한 부위에 있는 경우도 수술로 제거하기 어렵고, 종양의 크기가 커 한 번에 완전하게 절제하기 어려울 경우 단계적으로 수술하기도 한다.

수술 후 부작용으로는 일시 신체 마비, 언어 장애, 기억력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 시일이 지나면서 정상 회복된다.  경련 발작이 일어나는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항간질제를 1년 이상 복용하기도 한다. 뇌종양은 전이는 잘 되지 않지만 재발이 잘 되므로 수술 후에도 꾸준한 추적 관찰이 필수이다. 의사의 지침에 따라 3~6개월 간격을 두고 뇌파검사와 CT 촬영으로 재발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 화학요법을 쓴다. 항암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전신 요법과 종양에만 투여하는 국소 요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와 발작을 막는 항간질제가 사용된다. 스테로이드는 특히 수술 전후에 뇌의 부종을 조절해주고 감염을 예방한다. 스테로이드는 종양을 죽이지는 않지만 상태를 호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항간질제는 발작을 멈추게 하거나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많은 약물을 단독 또는 병행해서 사용하면 환자에 따라 의외로 좋은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약물은 개인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이 천차만별이므로 전문의와 상담해서 써야 한다.

최근 망막아세포종 유전자 Rb 등 뇌종양 관련 유전자가 밝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변형된 유전자를 바로잡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 이지은씨는 현재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닐 정도로 호전되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주부 이지은씨(44ㆍ가명)에게 지난 1년은 생과 사를 넘나든 아찔한 시간이었다. 지난해 초여름 갑자기 시각과 후각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두통이 심해졌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동네 안과를 찾아 진찰을 받아 보았지만 특이한 이상 증세는 발견할 수 없었다. 안과를 바꿔가며 세 곳이나 들른 후에야 뭔가 심각하다는 진단을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냄새도 잘 못 맡고 두통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오른쪽 눈이 침침해져서 안과를 여러 차례 다녔다. 결국 뇌에 이상이 있으면 시신경이 나빠질 수 있으니 큰 병원에서 MRI를 찍어보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답답했던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다. 보라매병원을 찾아 MRI를 찍었다. 결과는 뇌종양이었다. 그것도 가장 치료가 어렵다는 전두엽 부위에 주먹만큼 자란 종양이었다. 이마 바로 윗부분에 양성 뇌수막종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뇌종양이 자라면서 시신경을 눌러 시력이 나빠졌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는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다. 이씨는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뇌종양이 암보다 더 무섭다고 알고 있었다. 수술로 치료할 수 있을지는 두개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얼마나 뒤숭숭하던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11시간의 대수술을 받았고 1주일 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다. 수술 후유증은 대단했다. 침대에 누워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고 기억력도 사라졌다. 이씨는 “몇 년 동안 사용했던 휴대전화 사용법을 잊어버렸을 때는 절망감이 밀려왔다. 언어 장애도 심해서 발음이 어눌했다. 후유증이 얼마나 심했던지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 번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다”라며 수술 후유증을 견뎌낸 과정을 설명했다.

올해 2월 또 수술을 받았다. 미간 사이에 생긴 함몰 부위를 치료하는 수술이었다. 이씨는 “동전만한 크기로 함몰된 부위가 보기 싫어서 성형외과와 논의해서 수술했다. 정수리 부위에 있는 두개골을 얇게 나누어 일부는 함몰된 부위에 이식했다. 사실 뇌종양 치료와는 관계없는 수술인데, 괜히 했다고 생각한다. 수술 후 오히려 울퉁불퉁해졌고 최근 들어 염증까지 생겨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라며 후회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적인 삶을 되찾은 이씨는 현재 직접 운전하고 다닐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이씨는 “나는 마른 체격이지만 감기 한 번 안 걸려 건강 체질로 알고 있었다. 건강에 대한 자만이 병을 키운 것 같다. 정기 검진만 받았어도 종양을 그토록 크게 키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항상 자신의 건강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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