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잦고 시력 떨어지면 위험”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1.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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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전문의 정희원 서울대의대 보라매병원장 / “진단 쉽지 않아 오진할 가능성도 커”

ⓒ시사저널 박은숙


정희원 병원장은 누구?

197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1979년과 1985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세부 전공은 뇌종양학과 두개저외과학이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 재직 중이다. 1988~89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뇌종양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1993~2002년까지 대통령 자문의를 지냈다. 1998년 대한두개저외과학회장에 선임되었고, 2002~03년까지 대한뇌종양학회장을 역임했다. 2006~07년까지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장을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뇌종양은 다른 암보다 무섭게 받아들여진다. 손을 대면 댈수록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뇌에 발생하는 종양이기 때문이다. 머리 내부의 공간은 거의 차단되어 있는 것과 같아 뇌종양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종류가 다양하고 진단이 쉽지 않아 오진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뇌종양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정희원 서울대의대 보라매병원장은 뇌종양을 ‘천의 얼굴’이라고 부른다. 정원장은 시력이 저하되거나 두통이 장기간 이어지면 한 번쯤 뇌종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뇌종양은 조기 발견만이 생명을 건지는 것은 물론 치료 후 신경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한다. 정원장으로부터 최신 뇌종양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뇌종양은 난치병인가?

뇌종양은 흔한 질환이다. 사망자 100명을 부검하면 10명에게서 뇌종양이 발견된다. 이처럼 흔하지만 진단과 치료는 쉽지 않다. 뇌종양 환자의 3분의 1은 사망한다. 그렇지만 나머지는 완치되거나 생명 연장이 가능하므로 자포자기할 병도 아니다.

뇌종양에는 암세포의 유형에 따라 신경교종, 뇌수막종, 뇌하수체샘종 등이 있다. 종양의 발생 부위와 크기,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증상이 아예 없거나 혼수 상태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뇌종양을 의심해야 하는가?

일반적인 증세로 머리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생기는 두개내압 항진 증세가 있다. 또, 종양이 발생한 뇌 부위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국소 증세가 나타난다.

일반적인 증세로는 두통·구토·경련발작(간질) 등이 있다. 두통은 뇌종양 환자의 80%에게서 나타난다. 격렬한 두통이 아니라 머리 전체나 일부분이 무겁게 느껴지는 정도이다. 구토는 사출성 구토라고 해서 확 뿜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메스껍지도 않은데 갑자기 토한다. 성인이 된 후 경련 또는 발작이 생기면 뇌종양일 수 있다.
국소 증세로는 팔다리 마비·지각 마비·언어 장애·시력 장애·평형 장애 등이 있다. 또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장애, 눈꺼풀이 쳐져서 눈을 뜨지 못하는 안면근 마비, 안면 지각 마비, 안면통, 안면 경련, 난청, 미각 장애,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 장애 등의 증상도 보인다. 

신경이 많은 뇌에 생기는 병이라서 증상이 초기에 나타날 것 같다. 

실제는 조금 다르다. 같은 종양이라도 진행 속도와 생긴 위치, 그리고 주변에 뇌부종을 얼마나 동반하고 있는가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천천히 자라는 뇌수막종은 종양의 크기가 클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 그렇지만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하는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증상이 예상보다 빨리 나타날 수도 있다.

증상이 다양한 만큼 진단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다른 병으로 오진해서 뇌종양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시력이 떨어져서 안과 치료만 받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시신경과 가까운 뇌하수체 부위에 뇌종양이 생기면 시력이 저하되며, 방치하면 실명 위기로 이어진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뇌종양 발견율은 높은 편이다. 웬만한 병원에서 MRI 촬영이 가능하고, 최근에는 건강검진을 받을 때 뇌를 검사해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뇌종양을 발견했다면 어떤 치료 과정을 거치는가?

일단 6개월 또는 1년 간격으로 관찰해보는 것이 좋다. 양성의 가능성이 90%이고, 초기 단계라면 70~80%는 완치할 수 있다. 불필요한 수술은 하지 않는 것이 환자에게 좋기 때문에 관찰 기간을 갖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갑자기 악화될 때가 문제이다. 이 때문에 학계는 우연히 발견한 뇌종양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양성 종양이라도 뇌 자체가 특수한 부위여서 쉽게 넘겨서는 안 될 것 같다.

뇌종양은 양성이라고 해도 발견이 늦으면 주위 정상 뇌조직을 파괴하거나 또는 조직 자체에 침투한 경우가 많아 수술이나 방사선으로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게 된다. 양성 종양이라도 악성화될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뇌종양이 의심스러우면 어떤 진단을 받아야 하는가?

가장 정확한 진단은 수술을 통한 조직 검사이지만 일반적으로 CT나 MRI로 확인할 수 있다. CT나 MRI는 고통 없이 3mm짜리 종양도 발견해낸다. CT 촬영 전에 조영제를 주입해서 종양을 더욱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MRI는 3차원 영상 등의 기능을 이용해 더욱 세밀한 영상을 보여준다. 세포의 석회화 등 일부 병변을 확인하는 데는 MRI보다 CT가 유용하다.

최근에는 뇌의 기능까지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능적 MRI’가 개발되어 운동·언어·감각 등의 기능 영상을 직접 보고 안정된 수술을 할 수 있다. 재발성 종양을 확인하는 데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좋다.

재발이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만큼 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암 수술의 예를 들어보자. 암 주변까지 충분하게 절제하므로 완치율이 높다. 그러나 뇌종양의 경우는 수술 후 생기는 신경학적 장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뇌종양은 수술로 얼마든지 제거할 수는 있지만 환자의 이후 상태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또, 종양이 정상 뇌조직 사이사이로 침투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수술로 완벽하게 제거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재발한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외과적 수술, 방사선 수술, 항암 화학요법 등을 병행한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항종양 백신은 신뢰할 만한가?

아직까지 연구 단계이다.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뇌에는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이라는 것이 있어서 특정 물질이 뇌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암에 좋다는 신약을 개발해도 뇌종양에 적용하기는 까다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료에는 수술이 최우선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뇌종양 수술의 목표는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고 정상 뇌의 손상을 최소화해 뇌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다. 뇌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을 제거하는 미세 뇌수술도 있다. 수술 현미경과 뇌항법 장치, 전자기장 종양 수술 장치, 초음파 흡인기, 초음파 진단기, 뇌신경 감시 장치 등 최첨단 의료 장비를 이용해 종양만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뇌수막종, 뇌하수체종양 등은 이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뇌하수체 종양의 경우는 콧속을 통해서 종양을 제거할 수도 있다.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 화학요법을 사용한다.

방사선은 정상 뇌에 영향을 주지 않는가?

과거에는 그런 부작용이 심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와 영상 장비의 발달로 정상 뇌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사선 치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감마나이프(gamma knife)와 선형 가속기를 이용한 방사선 수술이다. 특히 뇌전이암과 재발암, 신경초종 등에 효과를 보인다. 경우에 따라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IMRT)와 양성자 치료도 유용하다. 

항암 화학요법은 악성 뇌종양이나 재발성 뇌암 치료에 사용한다. 항암제 부작용이 있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항암 화학요법만으로도 종양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미래의 치료 방향을 전망한다면?

최근 실험적으로 진행되는 유전자 치료, 면역 요법, 광역학 치료법 등으로 향후 악성 뇌종양의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현대 의학으로는 악성 뇌종양 환자의 수명을 몇 개월 연장하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분자생물학이 악성 뇌종양 치료에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본다.

수술 방법도 개두술보다는 절개를 되도록 피하는 비침습술이 늘어나고 있으며 방사선 수술도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형광물질을 이용해 종양을 염색한 후 이를 직접 확인하면서 뇌종양을 전부 제거하는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는데 앞으로 기법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RI 등의 영상 기술도 발전해서 좀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질 것이다.

발병 원인을 알면 예방이 가능할 텐데.

정확히 밝혀진 발병 원인은 없다. 신경섬유종증과 같은 일부 뇌종양을 제외하면 유전성도 없다. 다만 세포자멸사, 세포주기조절, 신호전달체계 이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NA 말단에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부위를 텔로미어(telomere)라고 한다. 정상 세포는 세포 분열을 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조금씩 줄어들어 결국 소멸한다.

DNA에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도 있다. 텔로미어를 계속 연장시켜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세포의 자연사를 방지한다. 텔로머라제가 활성화되어 텔로미어를 계속 연장시키면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 텔로머라제를 잡는 암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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