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점포’ 찾자 없어서 못 판다
  • 김미영 (창업 전문 기자) (may424@naver.com)
  • 승인 2008.11.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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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에서 뒷골목으로 옮긴 이용석씨 사례 / 학생·주부·직장인 입맛 잡으며 재창업 성공

▲ 권리금이 비싼 번화가보다 주택가로 눈을 돌리면 더 싸고 괜찮은 점포를 찾을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창업자들은 어떤 곳에 가게를 열어 장사하기를 원할까. 물론 자금에 여유가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열에 아홉은 번화가나 역세권, 오피스 밀집 지역을 1순위로 꼽기 마련이다. 유동 인구가 많고, 주 소비층의 구매력이 높아 기본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불황의 그림자가 길어지면서 번화가의 높은 임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간판을 내리는 점포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스파게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던 이용석씨(38)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씨가 수원에서 번화가로 꼽히는 남문 상권에서 스파게티 전문점을 개업한 것은 지난 2006년 가을 무렵. 이씨는 스파게티 조리 경력 15년차였고, 함께 일을 하기로 한 친구 역시 패밀리 레스토랑·패스트푸드점 홀 매니저 경력 7년차였다. 두 사람은 음식과 서비스에서 누구보다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창업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번화가 상권에서의 1층 매장은 권리금과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커 2층 점포를 계약했다. 덕분에 2백60㎡ 규모의 대형 점포를 구할 수 있었다. 2층이어서 고객 접근성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매장 내부의 경쟁력을 높여 고객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공사를 실시해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한 분위기를 냈다. 반면, 음식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했다. 10~20대 젊은 고객층도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5천원 내외로 정했다.

개업과 동시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오픈 이벤트로 실시한 무료 음료 서비스, 10% 할인 쿠폰 등의 역할도 컸다. 그러나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나면서 매출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 것. 2천만원을 훌쩍 넘었던 월 매출이 1천5백만원에서 1천2백만원까지 뚝 떨어졌고,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증가하면서 급기야 수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전단지를 배포하고, 쿠폰 책자에 광고를 등록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떨어진 매출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이씨는 전문가를 찾아 문제점 분석을 의뢰했다. 전문가는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 ‘입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음식점이지만 2층에 위치해 가시성이 떨어졌고 이것이 고객의 접근을 가로막았던 것. 주요 고객 선정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점포 비용은 큰데 주 고객이 10~20대의 젊은 층이어서 구매력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지역 상권 특성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

결국 이씨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2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점포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의 적자로 1억원의 보증금만 간신히 챙겨나올 수 있었다.

이씨는 “음식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지역 상권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었으므로 좌절하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재도전에는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다. 유망 상권, 유동 인구, 고객층 등을 면밀히 관찰한 뒤 전혀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번화가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주택가로 시선을 돌린 것. 가시성과 접근성을 높인 1층 매장을 택하되 60㎡ 규모의 소형매장으로 실속 창업에 나섰다. 매장 컨셉트도 바꾸기로 했다.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상권의 틈새 아이템으로 분식점과 같은 스파게티 전문점을 결정했다.

“주택가에는 흔한 것이 고깃집이잖아요. 스파게티는 완전히 새로운 메뉴죠. 위험 부담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맛을 선보이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이씨는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서울 수도권 상권에서의 틈새 점포 찾기에 나섰다. 그 결과 주택가 왕복 2차선 대로변 상권 1층 60㎡ 매장을 보증금과 권리금을 포함해, 8천만원에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토스트 매장과 철물점 매장 2개를 같이 임대해서 사용하기로 한 것.

비록 음식 값은 저렴하지만 시설과 분위기만큼은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도록 꾸미되, 무엇보다 주택가 상권의 특성을 감안해 학생과 주부, 직장인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싫증나지 않는 인테리어 컨셉트를 주문했다.
가게의 한쪽 벽면에는 아날로그 터치라고 할 수 있는 유화 그림을 그려넣었으며, 천장 마감 역시 스파게티집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포근한 색채를 선택했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외부 장식에도 신경을 썼다. 전면 간판은 글자마다 조명을 넣은 잔넬 싸인으로 제작했으며, 외벽 역시 내부와의 일체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인 퀄리티가 높은 타일 시공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인테리어 공사에 들인 비용은 5천만원. 집기류는 이전 점포에서 쓰던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였다. 그리하여 재창업에는 점포 비용을 포함해 총 1억3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메뉴도 재정비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분식형 스파게티집에 어울리는 메뉴가 중요했다. 주 메뉴는 토마토와 크림 등의 스파게티류로 정하고 도리아와 리조또 등 오븐 요리류, 볶음밥류, 샐러드류, 돈까스류, 커피 등 드링크류까지 총 메뉴 수를 30여 가지로 구성했다. 가격대는 미끼 상품인 4천원 스파게티 메뉴 두 가지부터 시작해서 평균 객단가 5천원대를 유지하도록 했다.

3일 동안 주 메뉴 반값 판매로 시선 끌어

오픈 이벤트도 마련했다. 춤추는 도우미를 통한 이벤트는 소비자들에게 식상할 것이라 판단해 제외시켰다. 그는 무엇보다 스파게티를 최대한 인근 수요층에게 많이 먹어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 메뉴 4가지에 대해 3일 동안 반값 판매를 실시했다.

그렇게 시작한 주택가 진입 창업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의 예상대로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먹을거리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중에서도 어린 자녀를 둔 주부와 가족 고객의 만족도가 높았다. 고객층도 수원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점심 시간에는 인근의 직장인들이 가게를 찾았고, 이후에는 일반적인 음식점의 경우 점심 장사가 끝나고 한가해질 시간이지만 늦은 점심을 위해 유모차를 끈 20~30대 젊은 주부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부들이 모두 빠져나가면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시각은 5시 전후. 30분~1시간 동안의 휴식을 취한 뒤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과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10~20대는 물론, 30~40대까지 고객이 확장된 셈이다.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해 만든 마일리지 쿠폰은 3천장이 넘게 발급되었다. 개점 첫날부터 3일 동안은 하루 4백~5백여 그릇의 스파게티를 판매한 것은 물론, 재료가 떨어져서 영업을 종료하는 일이 벌어졌을 정도이다. 


줄 서서 먹으니 더 돋보이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1층 소형 음식점은 바쁜 시간에는 고객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매장을 찾고 각종 비용이 줄어 운영 부담이 크지 않은 장점이 있다. 특히 주택가 상권의 경우 집과 일터에서 가까운 위치, 부담 없는 메뉴와 가격 등을 잘 구성하면 적은 투자 비용으로 번화가의 대형 점포보다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① 맛의 수준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가격과 분위기는 편안한 분식집으로 컨셉트를 바꾸었다.
② 대로변 1층 소형 점포로 가시성은 높이고 점포비·인건비는 줄였다.
③ 주택가 공략으로 구매력 있는 고객층을 폭넓게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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