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을 키운 건 8할이 ‘명연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11.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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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울리고 웃긴 오바마의 ‘말, 말, 말’

▲ 한 서점에서 시민들이 오바마와 관련한 서적들을 읽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신화를 일구어낼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의 뛰어난 연설 능력도 한몫했다. 워싱턴의 정치 무대가 낯설고 당내 기반도 취약했던 ‘정치 신인’이 내로라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최고의 무기는 ‘말’이었다.

정치인 오바마의 이름을 알리며 중앙 정치 무대에 데뷔하는 계기가 된 2004년 7월 보스턴 전당대회 연설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존 케리의 배려로 기조연설을 맡은 오바마는 ‘희망의 담대함’이라는 명연설로 진한 감동을 남겼다. “진보적인 미국과 보수적인 미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해 11월 오바마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어 워싱턴에 진출했다. 이후 변화와 통합, 이상과 희망이라는 평범한 단어를 통해 미국의 가치와 미래를 강조하는 그의 열정적인 연설은 투표를 해본 적도 없는 시민들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며 미국 전역에 ‘오바마니아’를 양산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과의 경선에서 승리한 후 8월 콜로라도 덴버에서 가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도 화제를 모았다. “우리가 마주칠 도전들은 힘든 선택을 요구하는 것으로, 공화당원뿐 아니라 민주당원들도 낡은 사고방식과 과거의 정치를 던져버려야 합니다. 지난 8년간 우리가 잃은 것은 임금 손실이나 무역 손실의 증가뿐이 아닙니다. 우리는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인식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선거일 직전 외할머니 타계 소식 전한 눈물의 연설은 ‘절정’

대선 본선에서는 공격적인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9월9일 버지니아 주 레바논 유세 도중 나온 ‘돼지 립스틱’ 발언은 공화당의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자신의 구호인 ‘변화’를 앞세워 지지율을 올리는데 대한 불만의 표현이었다.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를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돼지일 뿐입니다. 오래된 생선을 변화라고 불리는 종이에 싸서 둘 수는 있지만 그것 역시 냄새가 날 것은 뻔합니다.” 이 발언은 ‘상대 후보를 비하했다’라거나 ‘오바마답지 못하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상황에 따라 대중을 웃기고 울리는 감성적인 표현은 오바마의 서민적인 면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10월16일 뉴욕에서 열린 얼스미스 자선 행사에 참석한 오바마는 자신의 중간 이름이 ‘후세인’인 것에 대해  “이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아마 내가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의 아버지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 시니어는 케냐 루오 족 출신의 무슬림이다.

선거일 직전인 11월3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샐럿 유세 도중 외할머니의 타계 소식을 전하면서 보인 오바마의 눈물은 이번 대선의 클라이맥스였다.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은 이혼한 부모를 대신해 그를 사랑으로 보살핀 일생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할머니는 전 미국의 조용한 영웅들 가운데 한 분이셨습니다. 이름이 신문에 실리지는 않지만 그분들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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