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맞은 미국 종이 신문 웹만이 살길?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11.18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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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광고 시장 축소로 돌파구 찾기 안간힘

▲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본사 정문. ⓒAP연합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지난 2005년 4월25일 신문의 위기를 주장한 바 있다. CSM은 필립 마이어 교수(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말을 빌려 “일간지를 읽는 성인은 1964년 81%였지만 2004년에는 52%에 불과했다”라며 수십 년 내에 독자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한창인 2008년 11월, 미국 유력지들 중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매체는 다름 아닌 CSM이다. 지난 10월28일 뉴욕타임스(NYT)는 CSM의 사례를 보도했다. CSM은 쇠락하는 신문업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주말판만 인쇄 매체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CSM은 1970년만 해도 최대 부수 22만여 부를 자랑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국제 문제에 관해 깊이 있는 기사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발행부수가 5만2천여 부까지 줄어든 상태이다.

CSM은 온라인 사이트를 강화하고 메일링 서비스를 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CSM측은 “신문 발행에 따르는 인쇄와 발송 등의 경비가 사라지면서 경비를 삭감할 수 있고 웹을 강화하면서 광고 수익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은 개선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CSM만 이런 것이 아니다. 미국 신문이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는 징조를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6일자 신문부터 지역 뉴스, 스포츠, 비즈니스 등 여러 종류로 나뉘어 있는 섹션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비용 삭감을 위해서이다. 뉴욕 시 주변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번 조치는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현 상태를 유지하지만 나머지 요일에는 스포츠는 비즈니스 면에, 지역 뉴스는 국내 뉴스나 국제 뉴스 면에 포함시킨다. 이미 NYT는 최근 수년간 고용 인원을 동결했고 올해 2월에는 1천3백여 명의 종사자 중 100명 정도를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뉴욕타임스도 비용 절감 위해 섹션 통합하기로

같은 뉴욕을 연고로 하는 뉴욕선은 이미 9월30일자 신문을 마지막으로 휴간했다. 지난 2002년 4월 뉴욕타임스의 대응지로 자리매김할 것을 선언하고 보수적인 색깔을 표방하며 창간되었지만 금융 위기는 신생 매체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고 말았다. 

지방의 신문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실리콘밸리의 유력지 산호세머큐리는 2000년 1억2천만 달러에 달하던 구인 광고 수입이 2002년에는 1천8백만 달러로 급감했다. 게다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시로 정리 해고를 단행해 지금은 종사자 수가 반 이상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NYT 등 유력 일간지 14개사의 기업 가치는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약 42%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백30억 달러가 공중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 시기에 다른 업종의 주식은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약간 하락한 정도였다. 반면 신문사들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것은 미국 신문시장이 축소되면서 생긴 결과이다. 미국신문협회(NA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신문 총 발행부수는 1984년 6천3백34만부를 기록해 최대치를 찍은 이후 줄곧 감소해 2006년에는 5천2백32만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부수의 감소는 광고 수입 감소로 직결된다. 2000년 4백86억 달러였던 미국 신문의 광고 수입은 2007년에 4백22억 달러로 떨어졌다. 광고 수입의 감소는 신문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광고가 인쇄 매체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구인 광고와 부동산 광고는 미국 신문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광고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산호세머큐리처럼 광고 수입이 1년 만에 20%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한 신문이 지방에는 수두룩하다.

신문도 나름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온라인 강세에 대비해 NYT는 한계점에 도달한 유료 회원제를 없애고, 이미 전문 기사의 온라인 무료화를 실시했다. 페이스북 등 거대 SNS 사이트와 링크를 강화하고 검색 사이트인 ‘about.com’을 사들이는 전략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비해 NYT의 광고 수입 구조에는 별반 변화가 없다. 신문의 독자 수는 약 1백10만명이지만 온라인 사이트 접속자는 7백50만명에 이른다. 온라인 사이트의 광고 수입은 증가하고 있지만 신문의 광고 수입은 가파르게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8년 1월의 광고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감소했다.

NYT는 인쇄 매체의 전반적인 침체에 대해 “신문의 90% 이상의 수익은 인쇄물로부터 얻어지고 있다. 하나의 신문 광고가 수천 달러를 넘는 데 비해 온라인 광고는 1천명에게 도달하는 비용이 2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판 독자가 증가해도 수익 구조가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융 위기는 구조 조정의 불씨를 당기는 역할을 했다. 인쇄 매체의 광고 수입을 이끄는 세 개의 업종 자동차·소매·금융 산업이 침체될 기미를 보이면서 광고비가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신문사가 한 발짝 앞서 구조 조정을 이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신문업계의 몰락이 온라인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는 오히려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독자가 믿을 수 있는 저널리즘의 브랜드가 사라진다면 인터넷에는 믿을 수 없는 정보만 가득하게 될 것이다”라는 그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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