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을 이겨서 형님이 되다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8.11.25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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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조폭들 이야기…여균동은 다시 배우로 참여해

▲ 감독 : 여균동 / 주연 : 이정재, 김석훈, 이원종, 김옥빈
연예계에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괴담이 있다. 가수는 자신이 부른 노래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고 초장에 너무 떠버리면 그 이후에는 별볼일없는 가수가 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가수 가운데 하나가 김흥국이다. 그는 <호랑나비>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데뷔하더니 그 다음 노래는 기억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가수가 되어버렸다.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부른 이지연은 정말로 어느 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확실하게 망가진 이정재 “내가 보스라고?” 이정재 역시 드라마 <모래시계>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더니 그 후에는 이렇다 할 작품이 없고 오히려 이정재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사람들은 이정재를 보면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을 지키기 위해 죽도록 맞다 결국은 죽던 광경을 떠올린다. 그러니 그가 무슨 역을 맡아도 <모래시계>가 생각나는 것이다. 이정재는 깔끔한 외모 덕분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배우이다. 말하자면 너무 잘생긴 얼굴이, 가져다 붙일 만한 영화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 이정재가 <1724 기방난동사건>에서 확실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천둥이(이정재 분)는 마포 저잣거리에서 ‘지역 발전 기금’을 뜯으며 명월향이라는 주막에 얹혀사는 건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막 앞으로 기생 하나가 배달되어 온다. 나중에 설거지나 할 팔자라는 뜻으로 천둥이에 의해 설지(김옥빈 분)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녀. 천둥이는 설지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그녀는 배달 사고로 진짜 기방인 명월향으로 간다. 양주골파 보스인 짝귀(여균동 분)가 천둥이를 찾아와 대결을 청하고 싸우다 그만 기절하면서 넘버 투인 칠갑(이원종 분)이 천둥이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여균동 감독은 지난 1994년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도 조연으로 출연한 바 있다.

졸지에 큰 조직의 보스가 된 천둥이는 겉으로는 기방 명월향을 운영하고 있지만 조폭을 거느린 채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는 만득이(김석훈 분)와 부딪친다. 천둥이는 결국, 설지를 가진 만득이와 조선 최고의 결투를 벌인다.

시사회장에서 여감독은 영화에 아무런 메시지도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재도 정신없이 찍었다고 했다. 웃기려고 작정을 하고 만든 코믹 영화이다. 시대물이지만 대사는 막 나간다. 중간 중간에 만화 같은 기법도 썼다. 그런데 웃기려고 기를 쓰면 왜 웃기지가 않을까. 12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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