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진단이 ‘족집게’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1.25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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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소견 보여도 3개월 이상 관찰…힘·감각 떨어지면 종양 의심

척수종양은 일반적으로 척수 내에 발생하는 종양을 의미한다. 하지만 척수뿐만 아니라 척추관 내에 존재하는 척수신경근, 척수신경근의 다발인 마미총(cauda equina) 등 다른 조직에 발생해 신경조직을 압박하거나 그 조직에 침범하는 종양을 총괄해 척수종양이라고 한다.

척수는 대뇌·소뇌·뇌간과 피부·내장 사이에 정보를 보내고 받아들이는 신경 통로 역할을 하며 반사 운동에 관여한다. 일부 신경섬유는 뇌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척수 반사라고 한다. 무릎 반사나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손을 떼는 것, 배변·배뇨 반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척수는 중추신경계의 일부분으로 긴 원기둥의 형태로 끝이 뾰족한 원추 모양을 하고 있다. 평균 42~45cm 정도 길이의 척수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신경다발이 뻗어나와서 온몸으로 퍼진다. 신경다발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목 부위를 경수(頸髓), 가슴 부위를 흉수(胸髓), 허리 부위를 요수(腰髓), 그 아래를 천수(薦髓) 또는 선수(仙髓)라고 하며 가장 끝 부분을 꼬리라는 의미로 미수(尾髓)라고 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윗부분에 종양이 생길수록 전신 마비와 같은 심각한 장애를 유발한다.

척수는 경막에 둘러싸여 있는데, 경막을 기준으로 종양의 위치에 따라 경막내수외 종양, 척수내 종양, 경막외 종양으로 나눈다.

경막 안쪽과 척수 바깥쪽에 생기는 경막내수외 종양은 척수종양 중에 가장 흔한 종류이다. 주로 척수 신경근, 경막, 신경다발인 마미총 등에 발생하며, 이 중에 신경초종과 수막종이 약 70%를 차지한다. 그 외에 혈관종, 지방종, 육아종 등이 드물게 발생한다.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에 생기는 신경초종은 대부분 후신경근에 발생하고, 전신경근에는 신경섬유종이 잘 생긴다. 흔한 초기 증상은 신경근성 통증인데 밤에 통증이 심해진다. 말기에는 양쪽 척수 기능이 상실되고 운동 마비, 감각 마비, 항문과 방광의 괄약근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수막종은 가슴 부위인 흉추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40~60대에 흔히 발생하며 남성보다 여성의 발생 빈도가 높다. 초기부터 척수를 압박하므로 통증이 흔한 증상이다.

척수내 종양에는 종양이 생기는 세포에 따라 상의세포종, 성상세포종, 혈관모세포종 등이 있다. 상의세포종의 발생 빈도가 성상세포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척수 원추와 마미총에 자주 발생하는 상의세포종은 초기에 신경근성 통증이나 배변 및 배뇨 장애를 일으킨다. 희귀 종양인 성상세포종은 가슴 부위인 흉수에 잘 나타난다. 10세 이전 아이들에게도 잘 나타난다. 악성도는 높지 않은 편이며 양성인 경우에는 수년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진행된다. 악성인 경우는 수주 또는 수개월 내에 급속하게 진행된다. 

척수 윗부분에 생길수록 전신 마비 같은 장애 불러

경막외 종양은 척추강 등 경막 외부에 생긴 것으로 전이성 종양이 많다. 폐, 유방, 전립선 등에서 발생해 척추로 옮겨간 골종양, 림프종, 골수종, 육아종 등의 종류가 있다.

척수종양의 진단에는 MRI 영상이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RI 영상에 이상 소견이 보이더라도 바로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종양이 아닌 염증일 수도 있기 때문에 3~6개월 동안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염증과 달리 종양은 서서히 커진다. 또, 종양의 형태를 관찰해 악성과 양성을 판단한 후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다. 수개월 동안 MRI 영상을 관찰해도 종양의 크기가 변하지 않을 경우에는 임상적 증상을 살펴본다. 힘이나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종양을 의심하게 된다.

만일 관찰 기간 동안 임상적 증상이 완화되었다면 굳이 MRI를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 척수종양은 신경조직과 관계가 깊은 만큼 임상적 증상도 MRI 영상 진단만큼 중요하다. 종양이나 염증으로 인한 부종을 완화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로 인해 성장이 일시적으로 멈춘 종양을 염증으로 오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신경을 침범하지 않은 양성 종양은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신경을 침범한 악성 종양의 경우는 수술 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신경에 붙어 있는 신경초종이나 신경섬유종은 수술 현미경, 초음파진단기 등 여러 의료 장비를 사용해 신경을 보호하면서 종양을 정밀하게 제거한다. 최근에는 신경초종, 수막종 등 경막내수외 종양이나 상의세포종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신경교세포에서 생기는 신경교종과 전이성 종양은 예후가 나빠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의 가장 큰 부작용은 출혈과 부종이다. 출혈은 혈관이 풍부한 종양을 수술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술 직후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수술 후 수일이 지나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지연성 출혈이라고 하는데, 출혈의 양이 적을 때는 저절로 흡수되지만 양이 많으면 재수술을 해 고여 있는 피를 제거해야 한다. 출혈이 발생하면 환자의 신경이 손상되고 회복도 늦어진다. 


▲ 척수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구현주씨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구현주씨(36ㆍ여)는 지난 18년 동안 3번의 척수종양 수술을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90년 첫 수술을 받은 후 9년마다 재발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수술로 치료했지만 척수종양은 끊임없이 재발해 그녀를 괴롭혔다.

구씨는 “다리가 당기는 느낌이 들었고 누워서 다리를 들지 못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디스크로 판정받았다. 방과 후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2~3개월 만에 걷지 못할 정도까지 증세가 심해졌다”라며 최초 발병 당시의 증세를 설명했다.

그녀는 큰 병원으로 옮겨 MRI 등 정밀 검사를 받고 척수종양 판정을 받았다. 다행스럽게 양성 종양인 수막종이었지만 종양이 신경을 눌러 디스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종양 제거 수술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녀를 그렇게 괴롭히던 증상은 수술 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 생활을 하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취업해서 직장 생활도 했다. 언제 아팠는지 모를 정도로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나 척수종양은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1999년 어느 날 다리가 당기는 증상을 또 느꼈다. 이번에는 종양이 두 군데나 생겼고 언제든지 재발 가능성이 있는 암으로 판정났다. 

구씨는 “처음 수술할 때, 의사가 재발하지 않는 종양이라고 했기 때문에 설마 척수종양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역시 척수종양이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종양이 재발한 데다 두 번째 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척수종양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의 어환 교수를 찾았다. 두 번째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정상 생활을 되찾았다. 결혼도 하고 건강한 아이도 낳았다. 재발할 가능성은 알고 있었지만 척수종양은 잊을만 하면 나타났다.

2008년 4월 척수종양이 두 군데에서 재발했다. 그러나 증상은 이전과 달랐다. 구씨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디스크처럼 다리를 들지 못하고 걷지 못하는 증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허리 아래부터 골반 부위에 통증이 나타났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기침을 하거나 허리를 숙일 때마다 기분 나쁜 통증이 왔다. 증상이 예전과 달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척수종양이 아니라 무리하게 운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참기 힘들 정도로 심해졌다. 결국 지난 11월5일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세 번의 수술을 받고도 큰 마비 증세 없이 병원 문을 나서게 된 구씨는 다른 환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구씨는 “척수종양은 재발이 잘 되는 병이지만 재발에 신경 쓰면 하루도 못 산다. 나는 기독교를 믿고 있기 때문에 기도를 통해 긍정적인 마음을 얻었다. 다른 척수종양 환자들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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