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못 사면 재배해서 피우면 되고?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08.11.2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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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가에 ‘대마’ 피우는 학생들 급속히 늘어나 사회 문제 씨앗 수입·소지에 대한 규정 없어 “법 손질하라” 목소리 높아

▲ 일본 도쿄외국어대학에서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

일본 대학가에서 대마를 피우는 학생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도쿄 이과대학, 와세다 대학, 게이오 대학, 간사이 대학, 호세이 대학, 도시샤 대학 등 명문대 학생들이 대마단속법 위반으로 계속 적발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대마 흡연 사건은 스포츠계나 연예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사건이었으나 급기야는 대학생에서 고교생까지 확산되는 추세이다. 대마 흡연 사건은 지난해 11월 럭비 명문인 간토우가쿠인 대학 럭비부원들이 기숙사에서 대마를 재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잉태되기 시작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일본 경찰이 적발한 대마 흡연 사건은 1천6백86건으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이 중 65%에 이르는 8백명 정도가 29세 이하의 젊은이들이 대마를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1월5일 게이오 대학에서 발생한 대마 흡연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일부 학생에 국한된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대학에서 관련자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는 대학 자체 조사에서 과거에 사건을 적발했지만 공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대학가에서 대마 흡연이 상당히 일반적으로 진행되어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대학가의 대마 흡연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직후인 지난 11월17일 후지TV는 일반인 1천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과거에 대마를 피운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피운 적이 있다’는 사람이 47명, ‘피우지 않았다’는 사람이 9백53명으로 조사되어 대마가 이미 일상생활에 상당히 침투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일반인을 넘어 대학생들에게까지 퍼져가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대마 피우는 것에 죄의식 느끼지 않는 분위기 확산

그렇다면 일본 대학생들은 왜 대마에 빠지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은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대마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마를 입수하는 길은 타인에게서 비밀리에 구입하거나 개인이 재배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밀수된 대마를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였으나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대마를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마의 씨앗은 네덜란드에서 당신에게’라는 일본 사이트에서는 현지에서 대마가 어떻게 일본의 구입자에게 전달되는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또, 어떻게 대마를 재배하는지 그 방법들까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대마 씨앗을 수입하거나 소지하는 것을 합법적이라고 인식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대마단속법에 따르면 종자의 소지와 대마 사용 자체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이번 사건으로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대마를 피운다는 것에 대해 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대마 흡연이 급속히 증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 ‘대마 정도는’ 피워도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이번에 적발된 게이오 대학 학생의 경우 “흥미로 피웠다”라고 했다. 심지어는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는 학생도 있다. 한 대학생의 경우 “법률이 잘못되었다. 언론이 너무 선정적으로 보도한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 피워보라고 해서 가볍게 피운 것이다. 부작용도 없고 흥미롭기도 하고…”라고 했다.

네덜란드 통한 밀수 늘어…외국인 유학생들이 ‘전도사’ 노릇도

▲ 도쿄 대학교 교정. ⓒEPA 연합

또 다른 학생은 “대마는 외국에서 합법이다. 담배보다 몸에 해롭지 않은 것 같다. 일본 법이 이상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의식이 대학 캠퍼스 내에서 공공연히 대마 매매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대마단속법에 걸린 학생들의 경우 친구들과 모여 자연스럽게 대마를 피웠다고 밝혔다. 심지어 다른 학교의 학생들에게 추천한 학생도 있었다.

이번 경찰의 적발에서 눈에 띄는 점은 네덜란드를 통한 밀수이다. 한 대학의 학생들은 네덜란드에서 국제우편으로 대마를 밀수하려다 붙잡혔다. 이 학생은 대학에서 네덜란드의 법률 풍속 문화를 공부하다가 대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대마 흡연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이 일본 학생들이 대마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 동기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 유학한 후 와세다 대학 대학원에 다니는 오오히라는, 학생들이 뭔가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도 대마 흡연의 피해가 심각해 학습 의욕과 기억력을 저하시키며 대마를 흡연하는 학생 중에는 학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마 사용에 대한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경우도 대마 흡연이 확산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도쿄에 있는 한 대학 국제학부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은데 이번 단속에서 이 학부 학생들이 적발된 점에서 보듯이 외국인들과 접촉이 많은 학생들이 유혹에 쉽게 빠지고 있다. 또, 개인들이 집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점도 이유가 된다. 이번 경찰의 단속에 걸린 학생들의 경우, 집에서 대마를 재배해서 피우다 단속에 걸린 경우가 많았다.

가정과 사회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맞벌이 부부의 가정에서 자라며 가족 간에 대화 시간이 줄어들고 각자의 생활에 쫓기다 보니 고독감과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마를 손에 대는 학생과 일반인이 늘어나고 있다.

중독성이 있는 대마는 환상과 망상을 일으키고 각성제에 비해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괜찮다’라고 의식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흡연하고 각성제나 마약과 같이 더욱 치명적인 불법 약품을 사용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몸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마를 사기 위해서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이자가 비싼 사채를 이용하게 되어 결국은 가족, 친구, 자신 모두를 잃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불법 약품은 폭력배의 자금원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의 암적 존재를 키우는 데 기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경찰에 검거된 대마 판매책들은 “최근 주요 고객은 학생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뒤늦게 대학과 문부성은 계몽 팜플릿을 만들고 대마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대학가에 퍼지는 대마 흡연을 다른 나라 일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중요한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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