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차도 디젤 엔진이 ‘대세’
  • 심정택 (자동차산업 전문가) ()
  • 승인 2008.11.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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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연비 모두 충족시켜 인기…배기가스 배출 크게 줄여 ‘친환경성’도 갖춰

▲ 재규어의 디젤 모델인 XJXF 시리즈 판매 매장에서 고객이 차량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위). 왼쪽은 수입 디젤 세단인 푸조 308SW HDi. ⓒ시사저널 박은숙

가끔 서울 시내에서 오가는 벤츠나 BMW 승용차 가운데 분명히 최신 모델인데 엔진 소리가 일반 승용차와는 다른 차를 만날 수 있다.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디젤 엔진을 장착한 고가 승용차가 늘어나고 있다. 출력과 연비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디젤 엔진 탑재 차량 모델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카로 분류되는 9천만원대의 재규어 XJ 시리즈와 7천만원대의 XF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을 분석해보면 XJ급에서는 디젤 엔진 승용차가 휘발유 엔진 승용차보다 두 배 이상 팔렸고, XF급에서는 휘발유 엔진 차가 2대 팔리는 동안 디젤 엔진 차가 1백20대나 팔렸다. 이처럼 고가 차에서도 디젤 모델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속도와 가속력에서 디젤차나 휘발유차가 더 이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힘이나 연비에서 휘발유차를 앞선다. 또, 그동안 디젤 차량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배기가스 배출을 크게 줄여 친환경성을 갖춘 점도 매력적이다. 수입차업체들이 디젤차 마케팅을 강화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BMW코리아는 최근 선보인 뉴3 시리즈 디젤 세단으로 520d와 535d를 내놓고 디젤 세단 라인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출시하는 BMW 5 시리즈 디젤 세단은 디젤 엔진을 장착해 엔진 파워와 연료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535d는 2천9백93cc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대 출력을 2백86마력으로, 최대 토크를 59.2kg/m으로 각각 높였다. 520d는 1천9백95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최대 출력 1백77마력, 최대 토크35.7kg/m의 힘을 발휘한다. 국산 2천cc급 휘발유 엔진의 출력이 1백60마력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디젤 엔진의 파워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520d는 중형 세단 중 유일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백40g/km 이하로 유로5 기준을 만족시키는 차량이다. 공인 연비도 1ℓ당 15.9km로 수입 중형 디젤 세단 중 최고 수준이다.

친환경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연료 효율성 높은 디젤 세단도 나와

특히 520d는 올초 영국의 주요 주간지인 <선데이타임즈>가 진행한 조사에서 친환경 하이브리드 모델인 도요타의 프리우스(Prius)보다 연료 효율성이 높다는 비교 시승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었다. BMW 520d는 같은 거리에서 10.84 갤런(약 41ℓ)의 디젤을 사용했으며, 1천4백97cc 4기통 가솔린 엔진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도요타 프리우스 T 스프린트는 11.34 갤런(약 43ℓ)의 가솔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롭게 선보인 ‘The new S320 CDI’는 대형 승용차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연비로 1ℓ당 1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휘발유 차량 대비 17%가량 연비가 높다. 벤츠의 딜러 관계자는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개선했다. 최고 속도와 가속력은 휘발유 차량과 비슷하며 토크와 엔진 수명은 휘발유 차량을 능가한다”라고 설명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가 출시한 크라이슬러 세브링 터보 디젤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브링 터보 디젤은 15.2km/ℓ의 연비를 자랑한다. 쿠페형 디자인에 뛰어난 연비를 가능하게 하는 터보 디젤 엔진과 트랜스미션, 각종 프리미엄 편의 사양을 갖춘 세브링 터보 디젤은 3천만원대의 가격으로 국내 수입 중형 디젤 세단 시장에 기대주로 등장했다.

푸조의 308 SW HDi는 1천9백97㏄의 2.0 HDi 디젤 엔진을 기본으로 해 최고 출력 1백38마력, 최대 토크 32.6㎏/m의 성능을 자랑한다.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장착해 유로4 기준 디젤 엔진의 25분의 1 수준의 미세먼지만을 배출한다.

볼보의 2천㏄ 디젤 세단 ‘올 뉴 S80 D5’의 연비는 ℓ당 13㎞를 기록했다. 이 차에는 배기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한 입자 필터가 장착되어 있다. 폴크바겐의 골프 2.0TDI의 연비는 ℓ당 15.7㎞로 2천㏄급 수입차 중에서 가장 높다.

국산 완성차업체들은 소형 승용 부문에 집중적으로 디젤 엔진 탑재 차량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크로스오버(CUV, Crossover Utility Vehicle) 차량인 ‘i30cw’(아이써티 씨더블유) 디젤 엔진 사양에 U-1.6ℓ VGT를 탑재했다. 현대차는 이외에 소형 승용 디젤 사양으로 아반떼 1.6(수동 21.0㎞/ℓ, 자동 16.5㎞/ℓ)급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CUV인 ‘쏘울’에 1.6ℓ 급 디젤 엔진 사양을 탑재했다. 기아차는 소형 승용 디젤 사양으로 프라이드 1.5(수동 20.5㎞/ℓ, 자동 16.9㎞/ℓ), 포르테 1.6(자동 16.5㎞/ℓ)급도 보유하고 있다. GM대우는 라세티 프리미어 1.6 가솔린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초 1백50마력의 2.0ℓ 터보 디젤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쌍용자동차는 올 하반기부터 배기가스 저감장치(CDPF) 및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해 친환경성을 높인 2009년형 SUV 렉스턴과 카이런, 액티언을 선보였다. ‘액티언 1천㎞ 연비 체험 행사’ 참가자 전원이 한 번 주유로 1천㎞ 코스를 완주해 연비 효율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2ℓ급 디젤 R 엔진 공개…내년부터 적용 예정

현대·기아차는 최근 신디젤 엔진 기술 국제 심포지엄에서 새로 개발한 2ℓ급 디젤 R 엔진을 공개했다.

R 엔진은 국내 완성차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유럽 환경 규제인 유로5 기준을 만족시키는 차세대 승용 디젤 엔진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R엔진의 출력은 경쟁사의 승용 디젤 엔진을 압도하고, 큰 폭의 연비 향상으로 경제성을 높였다고 현대·기아차는 밝혔다.

R엔진에는 첨단 신기술들이 적용되었다. 특히 보쉬가 공급하는 1천8백 기압의 고압 연료 분사 방식과 고효율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의 적용으로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효율적인 연료 사용으로 연비도 기존 동급 엔진에 비해 대폭 향상시켰다. 

현대·기아차의 디젤 엔진 라인업은 2ℓ급 R엔진을 필두로 2009년부터 새롭게 구성된다. 현대차는 최근 해외 모터쇼에서 발표한 컨셉트카  i-Mode에 2천2백cc R엔진을 탑재했다. i-Mode는 최고출력 2백15마력, 최대 토크 47kg/m을 자랑한다.

디젤 붐은 스포츠카 시장에도 몰아치고 있다. BMW와 아우디가 Z4, TT에 디젤 엔진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벤츠도 차기 SLK에 디젤 사양을 준비 중이다. 이는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지만 최근에 나온 디젤이 가솔린만큼 성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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