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성과급이 화를 불렀다”
  • 여은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 승인 2008.11.25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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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관리 소홀한 채 공격적인 투자로 일관…정부는 ‘마이너스 성과 보수’ 검토 중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이 재석 2백13명 중 찬성 1백76명, 반대 14명, 기권 23명의 찬성 82.63%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 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금융투자업 종사자들의 방만한 보수 체계가 주목되고 있다. 성과급이 단기 이익에만 연동되어 있을 뿐 아니라, 플러스의 성과급만 존재하는 구조적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투자 성공에 따른 무한 혜택만 있고,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이 거의 없다는 얘기이다.

현재와 같이 플러스 성과급만 부여받는 구조는, 호황에는 성과급이 무제한으로 주어지게 된다. 그러나 불황에는 마이너스 성과급이 없는 구조여서 금융투자사 종사자들이 무리하게 투자를 자행하고, 위험 관리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투자 은행의 경우 운용 손실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은행과 주주들에게만 돌아간다. 운용자가 큰 수익률을 노리고 공격적인 운용을 하다 실패한 경우 보너스가 없거나 해고를 당하면 그뿐이지 그 이상의 페널티가 없다. 때문에 금융투자업 종사자는 성과급을 겨냥한 공격적인 자산 운용을 하게 되고, 투자의 쏠림 현상도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우수한 인력과 보수의 상관 관계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선진국의 경우 지난 1990년대부터 금융 관련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양성되면서 금융 사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당시 이들은 엄청난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받으면서 주목받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펀드 운용 성과 평가 기간도 장기로 가야

 그러나 지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경우 엇나가도 한참 엇나갔다. 잘못된 성과급 구조로 인해 과도한 위험 투자가 유발되었고, 금융 안정이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이같은 보수 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장기성과에 따른 성과급 지급이 시급하다. 펀드 운용 성과의 평가 기간을 장기로 설정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위험한 투자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성과급 지급도 수익이 난 연도에 한해 이루어져야 하며, 적립된 성과급의 일부는 운용 손실 발생시 충당하거나 펀드에 재투자할 필요가 있다.

성과급의 상한 설정도 시급하다. 현재 과도하게 지급되는 성과급의 최대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 성과가 나더라도 향후 투자자들에게 발생할지 모르는 잠재적 손실을 고려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운용 성과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성과급은 펀드 운용자에게 운용 손실을 최소화할 유인을 주지 않기 때문에 폐지할 필요가 있다. CEO의 경우 장기 경영 성과에 연동되어서 지급하는 스톡옵션이라고 해도 행사 기간에 제한을 두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할 요인을 줄여야 한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기술위원회는 이미 자산 운용업자 보수 체계와 관련한 권고 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첫째, 자산 운용업자의 보수 체계는 투명성, 이해 상충 방지, 경쟁의 공정성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둘째, 자산 운용업자는 일반적으로 운용 수수료를 통해 보수를 받고 있는데 이 내역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또한, 운용업자의 보수 체계는 투자자의 이해에 반하게 행동하려는 유인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시 요건을 통해 운용업자 간 공정 경쟁을 기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금융 산업 및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 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자통법은 기능주의 및 포괄주의에 입각한 사전 규제의 최소화와 시장 중심의 규율 체계를 채택함으로써 규제 체계의 구조적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 및 자산운용업, 신탁업, 장외 파생시장 등의 통합을 통해 금융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정부의 금융 정책 향방과 대내외 여건의 변화, 시장의 기대 등과 맞물려 자본시장의 수익성·건전성·신뢰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먼저 중소형 금융투자회사의 진출 확대가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다양화 및 차별화 등이 촉진되지만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 기반 약화, 투자자와의 분쟁 증가, 시장 안정성 약화 등이 나타날 소지도 있다.

자통법의 진입 규제 방식은 업무단위별 자본금 기준을 다양화함으로써 진입 비용을 낮춰 특화 및 전문화된 중소형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용이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투자사는 인수를 포함해 투자 매매, 신탁 및 집합 투자 업무보다는 자본금 기준이 낮은 투자 중개 및 투자 자문 업무 등을 중심으로 다양화 및 차별화를 추구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소형 금융투자회사의 진출 확대로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 기반 약화 및 부적절한 영업 행위의 조장, 투기적 행위, 시장 교란 행위 등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동법의 시행령에 금융투자업 종사자의 보수체계에 성과급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 내용은 현재 사모 펀드에만 허용되는 성과 보수를 공모 펀드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선진국에서 발생했던 각종 보수 체계의 부작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자통법 통과에 따른 성과급 도입에 부작용 우려도

▲ 은행연합회 유지창 회장(가운데)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책·시중 은행장들과 금융 불안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때문에 정부에서는 손실 발생시 마이너스의 성과 보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과 보수의 기반이 될 성과 평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평가 기준 또한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장기라 함은 최소 한 번 이상의 상승기 및 하강기를 포함하는 경기 변동 기간(최소 18개월) 정도는 되어야 한다. 평가기준도 단순한 해당 펀드 수익률뿐 아니라 벤치마크 대비 상대 수익률 등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손실 발생시 마이너스의 성과 보수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본 보수에서 차감하는 것보다는 향후 받을 성과 보수나 미리 적립된 손실 충당 펀드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요컨대 기본 보수에서 손실을 차감할 경우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금융투자업 종사자가 유동성 제약에 빠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위험 회피 성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 종사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투자 환경이 좋은데도 투자 자체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리 적립된 손실 충당 펀드에서 차감할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을 줄이면서 투자 회피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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