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한 사무실 창문을 열어다오
  • 조고은·김범규 (메디컬투데이 기자) ()
  • 승인 2008.12.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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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병, 건조한 공기가 원인…가습기는 깨끗이 씻어야

▲ 날이 추워지면서 사무실마다 난방에 신경 쓰고 있지만 난방병에도 유의해야 한다. 가습기는 매일 깨끗이 씻은 다음 햇볕에 말려 사용해야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회사에서건 가정에서건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면서 난방병 등 동절기 실내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증후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난방병은 겨울철 실내에 머무르는 기간이 더욱 길어진 만큼 간단히 넘길 상황이 아니다. 마치 여름철에 ‘냉방병’이 있듯 겨울에는 ‘난방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의 건조함을 극복하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게 되지만 오히려 잘못된 가습기 사용은 또 다른 문제를 부를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회사원 이정만씨(29, 가명)는 차가워진 날씨로 난방이 되는 요즘, 오후만 되면 머리가 아프고 밀려드는 피로감으로 집중력까지 흐트러진다. 그는 “사무실에서 자리가 중간쯤이라 겨울에는 환기도 잘 안 되고 더위까지 느낀다. 공기 순환을 하려 창문을 열려 해도 동료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겨울철 지나친 난방과 이로 인한 건조한 실내 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난방병은 일종의 ‘빌딩 증후군’으로 인체가 실내외의 온도 차에 잘 적응치 못해 생기는 것으로 주로 안구 또는 피부 건조증, 이유 없는 피로감 등을 호소하게 된다.

증상만 듣기에는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으나 겨울철 더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때로 힘겹게까지 느껴진다. 피로감을 넘어서 때로는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도한 난방은 건조한 겨울철 사무실 공기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코나 기관지 점막까지 건조하게 한다. 이렇게 건조해진 기관지 점막 등은 세균 등의 불순물을 걸러내지 못해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을 쉽게 유발시킬 수 있다. 만약 여기에 평소 알레르기 비염 등을 앓아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또, 차가운 날씨에 환기까지 꺼리게 되면서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산소 부족과 실내 공기 오염 악화 등도 부르게 되는데 이는 두통이나 소화불량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혈압이 높다면 더 조심해야 한다. 추운 겨울의 지나친 난방에서의 생활은 몸의 혈관을 확장시키고 뇌혈류를 증가시켜 혈압이 높은 사람의 경우 심한 두통을 경험할 수 있다. 난방병은 심한 기침 증상이나 메스꺼움, 구토, 어깨 통증, 불쾌감 등 많은 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이런 상황은 결국, 작업능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로 인한 정신적 피로 등으로 연결되며 업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되면 폐렴 같은 큰 병 일으킬 수도 있어

물론 지나친 난방과 건조한 공기 등으로 인한 증상들은 보통 맑은 공기를 맡으면 자연스레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 때는 간혹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질환이나 만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폐렴이나 천식을 유발하거나 더 나아가 폐암과 같은 큰 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 이에 따라 전문의들은 증상이 계속 나타날 경우 병원을 찾을 것을 권고한다. 무엇보다 평소 사무실 환경을 적절히 관리해 예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12시간에 한 번 정도씩 잠시 환기를 해주고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녹색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배출하므로 10평당 2개 정도의 식물을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물의 경우 실내에서는 햇빛을 잘 받지 못해 잘 자라지 못할 수 있으나 벤자민이나 잉글리쉬 아이비 등은 형광등에서도 잘 자라고, 채광이 잘 되는 장소에는 국화나 진달래 등도 적절하다. 식물 배치가 여의치 않다면 공기청정기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가습기나 화초 등으로 실내 습도를 40~60% 정도로 유지했다면 이번에는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를 자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평소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잠깐씩이라도 바깥 바람을 쐬는 것이 좋으며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다만 커피는 카페인이 맥박을 빨리 뛰게 하므로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자제하는 편이 낫다.

겨울철 실내 건강의 해결사 중 하나는 가습기이다. 예전에는 갓난쟁이가 있는 집에서만 필수 아이템이던 가습기는 1990년대 이후 가정이나 사무실의 필수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웰빙 붐을 타고 건강성을 강조한 친환경성 제품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전문가들조차도 이런 제품의 효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L사는 최근 UV 살균 등 항균성을 강화한 ‘항균 가습기’를 출시했다. L사 관계자는 “기존 가습기의 가장 큰 문제였던 세균 문제를 해결했다. 물을 분무하기 직전 세균을 없애주는 은나노 이온수지를 필터 안에 장착해 살균력을 강화했다”라고 말했다. W사는 ‘음이온 가습기’를 시중에 내놓았다. W사 관계자는 “물에 전기가 가해졌을 때 살균 물질이 생성되어 유해 세균을 제거시켜주는 기능이 있다. 이처럼 살균 정수된 물이 공기 중으로 살포되어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인 위생성을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N사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가습기 가동 중에도 물 보충이 가능한 ‘상부급수형’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따라서 물을 갈아줄 때 물통을 따로 분리해 뒤집어야 하는 불편함을 말끔히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신 가습기들은 습도가 주위 환경에 따라 자동 조절되어 감기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최적의 습도를 측정해 가장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가습기도 한층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조사의 ‘성능 자랑’이 정부의 공인 인증 같은 검증 절차 없이 일방적인 광고 메시지로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습기 제조업체 “복합식이나 전자식이나 성능은 비슷”

가습기 제조사의 자체 시험 결과를 갖고 홍보하는 이런 문구들에 대해 일부 전문의들은 실험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원광대 광주한방병원 안·이비인후과 피부과 황충연 교수는 “자동 조절되는 가습기의 경우 평균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만 맞춰주기 때문에 환자 등을 비롯 취약 계층의 적정 습도까지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지적했다.

가습기 제조업체에서도 ‘디자인성과 기능성을 겸비했다’라고 광고하는 회사들이 많지만 사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시인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디자인을 강조할수록 금형 만드는 원가가 비싸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능을 뺄 수밖에 없다”라며 광고 내용보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가격이 비싼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품질도 믿을 만한 제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합식인지 전자식인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일 뿐 사실 다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습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구매 전에 몇 가지 점을 반드시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가습기는 물의 교체뿐 아니라 필터가 생명. 이 필터를 3개월마다 교체해야 함에도 백화점 등 일선 판매점에서는 설명을 따로 해주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꼭 챙겨야 할 부분이다. 한 가습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필터를 교체하지 않으면 수돗물보다 더 못한 것이 가습기 물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음이온 가습기의 경우 살균된 물이 고여 있어 다른 가습기보다 물의 청정성이 오래가 청소를 조금은 덜 해도 무리 없다는 제조사측의 주장을 너무 믿지 말라는 전문의들도 있다. 아무리 음이온 가습기라고 하더라도 똑같이 후관리를 해주어야 청결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세종병원 가정의학과 김수연 교수는 “물이 고여 있는 곳은 항상 균이 증식한다는 생각으로 안쪽까지 매일 씻은 다음 햇볕에 말려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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