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재두루미 ‘공동 보호 구역’
  • 김연수 (생태사진가) ()
  • 승인 2008.12.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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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제공

남북 간의 포성이 멎은 후 55년 동안 금단의 땅이 된 DMZ(비무장지대) 중 철의 삼각지 철원평야는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최근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다시 긴장이 흐르는 최전방 지역이다. ‘두~두루르’ 남북을 넘나들던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가족이 백마고지 앞 논두렁에서 아빠의 선창에 따라 엄마가 응답하며 고아한 학춤을 추면, 긴장했던 남북의 병사들도 어느새 하나가 된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재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곳이다. 해마다 4백~5백여 마리가 찾아온다. 11월과 3월 이동기 때는 1천여 마리가 넘는 재두루미가 잠시 머무른다. 그들은 철원평야의 넓은 농경지와 한탄강에서 생활한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이곳이 다른 곳들보다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보호지역이 마치 자연보호지역의 역할도 하는 것 같다. 철원이 그나마 겨울 철새의 명소로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데도 이들의 역할이 크다.

원래 동북아 최대의 재두루미 월동지는 한강 하구였다. 자유로와 일산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 파주 곡릉천과 교하 뜰에는 최대 3천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찾아와 한겨울을 보냈다. 한강 하구에는 넓은 하상 갯벌이 펼쳐져 있다. 습지 역할을 하는 파주평야의 넓은 들녘은 그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는 데 어머니의 자궁같이 편안했다. 그러나 도시화와 더불어 밀려난 재두루미들은 1980년대부터 멀리 일본의 가고시마 현 이즈미로 이주했다. 일부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지만, 그 수는 강원도 철원에 5백여 마리, 경기도 한강 하구에 40여 마리,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 70여 마리, 충남 서산 천수만에 50여 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김연수 제공

일본의 이즈미에는 7천여 마리가 넘는 재두루미가 월동한다. 그들이 번식지인 러시아의 아무르와 중국의 삼강평원에서 일본으로 이동할 때는 반드시 한국을 거쳐간다. 한국에서 피난 간 재두루미 덕에 이즈미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일본인은 물론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를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매년 50만 명이 넘는 탐조객들이 찾아온다. 이들이 한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적당한 먹이도 공급한다. 마치 거대한 두루미 농장을 연상시킨다. 이즈미의 조형물과 관광 상품은 이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를 형상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두루미보호재단 조지 아치볼드 박사 등 전문가들은 멸종 위기에 있는 이들이 한 곳에 집단으로 몰려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자칫 전염병이라도 걸리면 몰사할 수 있는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류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이들을 분산 수용하기를 강력히 희망하지만 우리나라의 환경 상황은 더 악화되어가고 있다.

 한강 하구 습지에서 대규모로 월동하던 재두루미가 이 땅을 저버렸지만, 철원·천수만·김포·주남저수지에서 소규모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 후손들은 한국의 새 목록 중에서 재두루미를 삭제하고 이들을 보러 일본으로 해외 여행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도 이 땅의 중요한 자연 유산을 지속적으로 향유하도록 생명 문화재를 아끼고 보호하는 배려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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