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법 농지에 별장까지 정말 몰라서 그랬나
  • 아산·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12.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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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강인 대통령실 비서관, 관련법 어기고 재산 신고 누락해 물의

▲ 모강인 청와대 비서관(작은 사진)이 소유했던 충남 아산시 목조 2층 별장. ⓒ시사저널 임준선

모강인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치안감)이 농지법과 건축법을 어겨가며 충남 아산에 농지와 별장을 보유했던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모비서관은 또 지난 4월24일 공직자 재산 신고 당시 별장을 신고 대상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모비서관은 본인과 배우자, 부친 등의 재산이 모두 7억1천8백85만7천원이라고 신고했다. 이 가운데 모비서관 명의로 된  토지는 충남 아산시 도고면 신유리 336-16번지 밭(1,448㎡;  439평)과 336-21번지(191㎡; 58평) 및 23번지(176㎡; 53평) 도로 등 3필지였으며, 실거래가는 모두 합쳐 3천5백39만7천원이었다.

그런데 그가 소유한 밭 336-16번지에는 2007년 9월부터 2층(1층 113㎡, 2층 55㎡) 목조 주택이 있었는데, 재산 신고에서는 누락되었다. 이 목조 주택은 풍수지리상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조건을 갖춘 명당 자리에 있다. 주택 뒤쪽으로는 해발 4백82m의 도고산이, 앞쪽으로는 도고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지난 11월19일 방문했던 이 주택 앞마당에는 이미 수확을 마친 고추와 콩 등이 심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고, 뒷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모비서관은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이 별장을 신고 대상에서 누락시켰던 것일까.

“집사람이 부모님 모시고 주말마다 내려가 농사지었다”

우선, 농지법을 위반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자. 모비서관이 신유리 336번지 일대 3필지를 매입한 것은 지난 2002년 12월16일이었다. 당시에는 신유리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2003년 2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농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농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다만, 농지 매매 계약서와 농지 취득 자격증명서, 농업 경영 계획서 등을 면사무소에 제출해야 하는 절차가 있었다. 이같은 서류만 제대로 갖춰서 제출하면 농지 매입이 자유로웠던 것이다.

문제는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농업인의 조건에 맞아야만 농지를 취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농지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르면, 농업인은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다. 아산시청의 한 관계자는 “(모비서관이 농지를 매입한) 2002년 당시 신유리 일대의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농지 취득 자격신청서에 ‘연간 90일 이상 직접 경작하겠다’라고 적어야만 농지 취득 자격증명서가 발급되었다. 이처럼 자경(自耕)할 의무가 있는데도 지키지 않았다면 농지법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모비서관은 2002년 농지를 매입하면서 연간 90일 이상 자경하겠다고 신청서에 적어서 제출했기 때문에 농지 취득 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았고, 농지를 소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모비서관은 자경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2년 12월 농지를 산 후 직접 경작했어야 하는데 (서울 등에서 근무한) 경찰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대신 집사람이 부모님을 모시고 금요일쯤 내려갔다가 월요일쯤 올라오는 형태로 고구마와 콩, 들깨 등을 심어 농사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모비서관은 서울 서부경찰서장과 경찰청 과장, 울산지방경찰청 차장, 서울지방경찰청 부장으로 근무했다. 이처럼 농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다 보니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해명이다. 이후에도 그의 부친과 부인 등이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모비서관은 건축법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336-16번지 주택은 2007년 초 착공해 같은 해 9월 완공되었다. 그리고 ‘건축 사용 승인’(준공 검사)을 받은 것은 별장이 완공된 지 1년 후인 지난 10월20일이었다. 그런데 건축법 제18조에 따르면, 건축주는 사용 승인을 얻은 후가 아니면 그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모비서관은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1년 동안 사용했다. 그의 부친과 부인 등이 이 주택을 사용하면서 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별장은 사용 승인 늦어져…“내 잘못 아니다”

이와 관련해 모비서관은 “아버님은 2007년 집이 지어질 때도 경작을 하셨다. 당시는 아랫마을에 조그만 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거주하셨다. 그리고 주택이 어느 정도 지어진 다음에는 눈과 비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용하셨다. 상주하신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자주 내려가셨다”라고 말했다.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을 사용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신유리의 한 주민은 “모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 여기에 거의 오지 않았다. 그분 아버지께서 별장에 사시면서 농사를 지으셨는데, 1주일에 한 번 정도 (서울에) 올라가셨다가 반찬 같은 것을 싸가지고 오셨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용 승인을 지난 10월에서야 받았기 때문에 지난 4월 재산 신고에서는 누락되었다는 것이 모비서관의 해명이다.

그렇다면 건축 사용 승인이 늦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모비서관은 “2007년 9월쯤 집이 완공되고, 12월에 아산시에 있는 ㅅ건축사사무소에 사용 승인을 처리해달라고 맡겼다. 그런데 올해 초 재산 신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용 승인이 안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재촉하니까, ㅅ사무소 소장은 ‘담당 직원이 퇴사하는 바람에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라며 자신이 신속히 처리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뒤늦게 사용 승인을 받게 된 것이다. 일부러 사용 승인을 늦춘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ㅅ건축사사무소의 이 아무개 소장은 “모비서관 주택의 사용 승인을 담당했던 직원이 왜 사용 승인 처리를 하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만 말했다.

어찌되었든, 사용 승인이 늦어지면서 보존 등기도 늦어졌다. 여기서 세금 문제가 불거진다. 모비서관의 도고 별장은 이미 1년 전에 완공되었는데, 지난 10월20일에서야 사용 승인을 받았고, 11월3일에 보존 등기되었다. 보존 등기는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다만, 재산세 등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절세 효과를 노리기 위해 보존 등기를 지연하는 사례들은 있다. 이에 대해 모비서관은 “사용 승인은 건축사사무소의 문제로 늦어지게 된 것이다. 내가 고의로 재산세 회피 목적으로 재산 등록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지를 구입한 것은 순수한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후 자경을 했느냐에 대해서 솔직히 꺼림칙하고, 사용 승인이 늦어진 것도 개운치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모비서관은 지난 11월24일 336-16번지 별장과 336-21·23번지 도로를 윤아무개씨에게 매각했다. 하지만 336-16번지 내에 있는 밭(336-25번지)은 그대로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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