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월드컵경기장 부수고 싶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12.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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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경기장의 활용 방안을 논할 때마다 일본은 우리의 비교 대상이다. 대부분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일본의 경우 경기 유치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라는 내용은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월드컵이 끝난 후 일본 역시 우리를 예로 들면서 자국의 월드컵경기장 활용 방안에 비판의 칼날을 대곤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우리가 추구하는 대형 마트나 극장 등과의 연계 수익 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월드컵경기장의 사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미야기 스타디움을 빼놓지 않는다. 일본과 터키의 16강전을 포함해 세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총 공사비 4천2백억원을 들였고 공사 기간만 4년이 걸렸다. 4만9천여 석 규모인데 경기장만 놓고 본다면 훌륭한 곳으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센다이 시내에서 차로 30분이나 걸릴 정도로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미야기 현에게 미야기 스타디움은 ‘돈 먹는 하마’ 같은 존재이다. 매년 적자가 평균 100억원에 이른다. 미야기 현 축구협회의 무라마츠 준지 부회장은 “지자체는 재정난을 겪고 있어 공공 투자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야기 스타디움이 문제인데 해결책이 없어서 답답하다”라고 말한다. 월드컵 개최지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좀더 쾌적한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공사비가 상승한 것이 결국 부담으로 돌아왔다. 총 4천2백억원의 공사비 중 3천억원 정도는 지자체에서 부담했는데 이 중 2천억원 정도가 지방채로 조달되었다. 미야기 스타디움의 절반은 빚으로 지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면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실은 빚을 갚지도, 유지 관리비를 뽑기도 힘든 상태이다. 미야기 스타디움에 드는 유지 관리비는 1년에 54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곳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을 유치한다면 좋겠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스타디움의 입지 조건이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외곽에 위치한 데다 간선도로 하나에 대부분의 교통량을 의지하고 있다. 일본과 터키의 16강전이 끝난 뒤에는 경기장에서 차가 빠져나가는 데 3시간 이상이 걸렸다. 게다가 인근 센다이 시를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본 J2리그의 베갈타 센다이는 센다이 스타디움이라는 홈구장을 가지고 있다. 굳이 미야기 스타디움을 활용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한다. 무라마츠 부회장이 “스타디움 자체를 부수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주장할 정도이니 말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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